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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모든 생물은 염기쌍 2개 염기쌍이 4개인 생물은 없을까

 

최근 많은 연구 결과들이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현재의 생명체와는 어느 정도 달랐을 것이라는, 즉 다른 염기쌍 시스템을 가졌을 것이라는 가설에 더욱 무게를 실어 준다. 


그런데 이런 가설은 또 다른 질문을 낳는다. 과거의 염기쌍은 원시 지구에서 생명체가 생존하는 데 어떤 이점을 줬을까. 왜 현재 생명체에서는 과거와 같은 염기쌍이 관찰되지 않을까. 그 염기쌍은 어떻게 사라졌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최초의 생명체도 지금처럼 염기쌍이 두 종류만 있었을까. 


스티븐 베너 미국 응용분자진화재단(FfAME) 박사는 여기에 강한 의구심을 품었다. 현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합성 생물 제외)의 염기쌍은 피리미딘과 퓨린 등 두 계열의 염기로 이뤄져 있다. 다시 말해 구아닌(G), 시토신(C), 아데닌(A), 우라실(U, 또는 티민(T))이라는 알파벳 4개만 있으면 모든 생물의 유전정보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베너 박사는 생명체가 진화하는 수십억 년 동안 이와 동일한 유전정보 체계가 이어져 오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염기쌍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베너 박사는 수십 년간 새로운 염기쌍을 만드는 데 매진한 끝에 2015년 ‘미국화학회지(JACS)’에 하루 간격으로 두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피리미딘과 유사한 새로운 염기쌍(P, Z)을 공개했다.

doi:10.1021/jacs.5b03482, 10.1021/jacs.5b02251  그리고 올해 2월 22일 퓨린과 유사한 또 하나의 염기쌍(S, B)을 추가로 만들어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doi:10.1126/science.aat0971 
이로써 지금까지 총 4개의 염기쌍, 8개의 알파벳이 완성됐다. 새로운 염기쌍은 자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부자연스러운 염기쌍(Unnatural base pair)’이라고 불린다. 


새로운 염기쌍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DNA는 이중나선이라는 상당히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음 세대로 유전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런 DNA의 이중나선 구조는 염기쌍이 서로 수소결합으로 연결될 때 나타난다. 만약 수소결합이 아닌 다른 종류의 결합으로 연결될 경우 염기쌍의 간격은 유지돼도 DNA 구조가 여러 개 배치될 때 분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베너 박사는 DNA 구조 내 어디에 위치하든 수소결합이 이뤄지는 염기쌍을 우선적으로 찾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염기쌍은 수소결합으로 연결돼 기존의 염기쌍들과 함께 완벽한 DNA 이중나선 구조를 유지했다.


이렇게 염기쌍이 늘어나면 어떤 점이 변할까. 우선 DNA가 만들 수 있는 단백질의 종류가 대폭 늘어난다. DNA는 아미노산을 만들고, 아미노산들이 결합해 단백질이 만들어지는데, 현재의 DNA는(4가지 염기)는 총 20가지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20가지 아미노산은 여러 방식으로 결합해 단백질 수백만 개를 만들어낸다. 만약 염기가 6개라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총 216가지 아미노산을, 8개일 때는 512가지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다. 

 


아미노산의 수가 늘어나면 단백질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아진다. 단백질의 수가 많아진다는 뜻은 단백질 각각의 역할이 더 세분화될 뿐만 아니라, 지금의 단백질이 하지 못하는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단백질뿐만 아니라, DNA 또는 RNA 뉴클레오티드 역시 종류가 늘어나는 만큼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RNA가 복제할 때 촉매가 필요한데, 원시 지구에는 단백질 효소가 따로 없기 때문에 스스로 촉매 역할을 하는 RNA가 필요하다. 만약 염기쌍이 다양해져 RNA의 종류가 늘어나면 그중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RNA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베너 박사가 염기쌍을 추가해 새로운 DNA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DNA에서 단백질까지 가기 위해서는 생체 내에 새로운 DNA를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는 tRNA와 같은 단백질들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너 박사의 연구 결과는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을 열어줬다. 나아가 외계 생명체가 지구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유전 체계를 보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DNA 데이터 저장 기술에 즉시 응용할 수도 있다. 마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정보를 저장하듯 DNA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다. 김하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데이터를 저장할 때 8개의 염기로 암호화하면 염기가 4개일 때보다 저장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며 “이 기술은 단백질까지 만들 필요 없이 DNA 조각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산업체가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베너 박사도 “이번 연구 결과는 DNA 데이터 저장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하다”며 “앞으로 5쌍, 6쌍까지 염기쌍을 계속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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