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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환자 뇌파로 재활로봇 조종한다

고령화 시대에 재활로봇은 ‘필수품’과 같은 존재다. 노화에 따른 뇌졸중, 동맥경화 등으로 장애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6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이 20%를 넘기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미 간병 로봇과 노인의 보행을 돕는 로봇 등을 개발해 상용화시켰다.  


지난해 65세 이상 비중이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재활로봇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재활로봇의 역할은 재활치료를 보조하거나, 기존의 치료법을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수준이었다. 김종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공학전공 교수는 “재활로봇은 궁극적으로 기존 치료법과 다른, 로봇만이 할 수 있는 재활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뇌파로 재활로봇 조종


김 교수는 뇌손상 환자에 주목했다. 뇌졸중이나 뇌성소아마비 등 뇌손상 환자는 손상을 입은 뇌 부위에 따라 손이나 발, 얼굴 등 신체 일부를 잘 움직이지 못한다. 환자들은 신체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재활치료에 매진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쉽게 좌절감을 느끼고 의지를 잃는 경우가 많다. 재활로봇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로봇의 움직임에 따라 환자가 움직이기 때문에 수동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김 교수는 “수동적인 재활치료는 환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흥미가 떨어진다”며 “이는 곧 재활 의지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뇌파로 로봇 손을 조종할 수 있는 능동적인 재활로봇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가령 주먹을 쥐었다 펴는 동작의 경우, 환자가 주먹을 쥐겠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 뇌파가 발생하고, 환자가 머리에 쓰고 있는 뇌파 측정 장치(EEG)가 이 뇌파를 감지한다. 뇌손상 환자의 뇌 활성 영역은 정상인과 다르기 때문에 이 뇌파를 기준으로 초기설정을 한다.   


초기설정이 완료되면 환자의 손과 로봇 손을 연결한다. 환자가 주먹을 쥔다고 생각하면 이 때 발생하는 뇌파가 EEG를 통해 로봇 손에 전달된다. 신호를 수신한 로봇 손이 주먹을 쥐면 여기에 연결된 환자의 손도 주먹을 쥐게 된다. 로봇 손의 움직임에 따라 환자의 손이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기존 재활치료와 동일하지만, 손을 움직이는 주체가 환자라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만성 뇌졸중 환자 1명과 정상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치료 효과가 있음을 일차적으로 확인했다”며 “올해 뇌손상 환자 5명을 대상으로 추가 실험을 진행해 기존 재활치료와 치료 효과를 비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재활공학과 의공학 분야 국제학술지에 투고해 심사 중에 있다. 

 

 

뇌파 측정 장치 채널 수 8~10개로 줄여 


환자의 뇌파로 움직이는 재활로봇은 고가는 아니지만, 준비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환자가 머리에 쓰는 뇌파 측정 장치를 설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헬멧 형태의 뇌파 측정 장치에는 32개 이상의 구멍(채널)이 뚫려 있고, 여기에 모두 전선을 연결해야 한다. 또한 미세한 뇌파를 정확히 감지하기 위해서는 두피와 전선 사이의 빈틈을 전도성 젤로 일일이 매워줘야 한다. 이 과정에만 보통 40분이 걸린다. 


김 교수는 준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뇌파 측정 장치의 채널 수를 줄였다. 환자마다 초기설정을 할 때는 채널을 전부 사용하지만, 이후 치료 과정에서는 반응을 나타내는 뇌 부위의 채널에만 전선을 연결했다. 이렇게 하면 8~10개 채널만으로 재활치료를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뇌파 측정 장치를 머리에 착용하는 시간이 10분 이내가 되도록 채널 수를 줄이는 알고리즘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재활로봇을 신뢰할 수 있도록 뇌파 신호가 정확히 나타날 때만 로봇 손이 움직이도록 했다. 치료가 목적인 재활로봇은 환자의 의도와 다르게 움직이면 치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이는 치료 효과의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치료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활로봇이 오작동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움직이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며 “뇌파가 정확히 감지된 경우에만 로봇 손이 움직이도록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뇌손상은 발병 6개월~1년이 지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런 환자들도 재활로봇 치료를 꾸준히 받을 경우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 교수는 “뇌파를 이용한 재활로봇은 환자가 단순히 손만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의 근본 원인인 뇌를 꾸준히 훈련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뇌 손상으로 잃어버린 기능을 살아있는 뇌 영역이 대신해 원래 기능을 회복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 : 서동준 기자 과학동아 ipf2002@donga.com
사진 : 남승준

과학동아 2018년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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