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0년대 중반,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화학과 마리오 몰리나 박사와 프랭크 롤런드 박사는 스프레이(분무제)와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매로 사용되는 염화불화탄소(CFC)가 성층권으로 유입돼 오존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doi:10.1038/249810a0 연구진은 CFC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성층권의 오존량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985년 조셉 파먼 영국 자연환경연구위원회 박사는 장기간 지상 관측을 통해 남극에서 오존홀(오존구멍)이 발생한 현상을 공식적으로 학계에 처음 보고했습니다.doi:10.1038/315207a0 1986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서 오존을 연구하던 수잔 솔로몬 박사(현 MIT 교수)는 CFC에서 분리된 염소 원자들이 성층권에 있는 오존을 파괴시켜 오존홀을 만드는 과정을 밝혀냈습니다.doi:10.1038/321755a0
이외에도 여러 연구로 전 세계는 오존층 파괴로 늘어날 자외선이 인간과 동식물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위협을 느꼈습니다.
결국 1987년 각국 대표들은 몬트리올 의정서(공식 명칭은 ‘오존층을 파괴시키는 물질에 대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해 CFC 등 오존을 파괴하는 물질의 사용을 금지하고 단계적으로 생산을 제한하며 대체 물질을 개발한다는 이행 세칙에 합의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 2월 몬트리올 의정서에 가입했습니다.
국제 사회는 이후 여러 차례 개정안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고 추가 방안을 제시하면서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습니다. 1994년 9월 16일을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로 정해 오존층을 보호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체결된 지 31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간의 노력으로 오존층 파괴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지만, 아직 원래 상태로 회복될 때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즈음 다시 한번 기본적인 질문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왜 성층권의 오존량 변화를 모니터링 해야 할까요?
염소 원자가 오존을 산소로 바꿔
오존(O3)은 산소 원자(O) 3개로 이뤄진 분자로, 대부분 성층권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오존은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파장이 짧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성층권의 오존이 줄어든다면 지표에 다다르는 자외선의 양이 늘어나 인체에는 홍반, 피부암, DNA 손상, 면역력 저하 등을 유발하고 식생의 성장도 저해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성층권 오존은 지표에 도달하는 유해 자외선을 차단해 인간과 동식물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문제는 성층권의 오존이 대기 중 다른 화학물질과 반응하는 과정에서 파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공장에서 사용하는 용매, 가정의 냉장고, 에어컨 등 냉매를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증가하면서 CFC 같은 오존 파괴물질이 배출되는 양도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몰리나 박사와 롤런드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CFC가 대기 순환에 의해 성층권에 도달하면 태양복사에 의해 광분해 되면서 염소(Cl) 원자를 대기 중으로 내보냅니다. 이 염소 원자는 촉매순환반응(catalytic cycle)을 거쳐 오존 분자를 산소 분자로 반복적으로 바꿉니다. 오존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특히 남극 상공에서 오존층이 많이 파괴되는데, 이는 남극 대기에 강한 극소용돌이(polar vortex) 현상이 일어나 성층권 온도가 매우 낮아지는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1986년 솔로몬 박사가 밝혀낸 사실도 바로 온도가 매우 낮을 때 극성층권구름이 발생하고, 이 구름의 표면에서 불균일반응이 일어나면서 염소 원자가 훨씬 활발하게 배출돼 오존도 급속도로 파괴된다는 것입니다.
이후 파울 크뤼첸 스웨덴 스톡홀름대 기상연구소 박사는 낮은 온도에서 불균일반응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염소 순환과정을 훨씬 자세하게 규명했습니다. doi:10.1029/92GL01172 결국 몰리나 박사와 롤런드 박사, 크뤼첸 박사는 1995년 오존홀 현상을 화학적으로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북극에서도 예상 못한 오존홀 발견
북극은 어떨까요. 북극에서는 남극과는 달리 소용돌이 기류가 상대적으로 약해 성층권의 온도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극 성층권에서는 지금까지 오존층 파괴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1년, 북극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오존홀이 관측돼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만약 북극 오존층이 파괴된다면 유해 자외선이 전 세계 인구의 90%가 모여 있는 북반구에 집중돼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리아 매니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박사 등 많은 대기화학자들의 연구 결과, 2011년 북극 성층권의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오랫동안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오존홀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doi:10.1038/nature10556 하지만 북극 성층권의 기온 저하가 지속된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가 북극 오존층 파괴처럼 심각한 문제를 유발했을 수도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남반구의 오존층 파괴 현상이 대규모 대기 순환 및 기후변화 특성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성층권의 오존 변화 추이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은 대류권계면 높이의 변화, 중위도 제트류 발생 위치의 변화 등 남반구 대기 순환 패턴이 바뀌면 성층권의 오존량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강사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팀도 성층권의 오존 변동성이 남반구의 강수 패턴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남극 오존층은 회복 중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 이후 대기 중 CFC 농도는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극 성층권의 오존 감소 추세도 차츰 둔화됐고,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는 큰 변화가 없는 상태입니다. 솔로몬 박사와 마틴 치퍼필드 영국 리즈대 교수는 각각 2016년부터 성층권에서 더 이상 오존층이 파괴되지 않고 오히려 회복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doi:10.1126/science.aae0061, doi:10.1038/nature23681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는 2100년까지 대기 중 CFC 배출을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오존층 회복세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필자가 속한 연세대 대기과학과 대기복사연구실은 남극에서 오존홀이 보고 되기 전인 1984년부터 돕슨 분광광도계를 이용해 성층권의 오존 감시 업무를 시작하며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오존 관측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반도 상공 오존의 특징 분석 및 예측 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