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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뇌·인지전공장학생 정지원 - “진로 정한 뒤 ‘올인’”

 

편집자 주
최근 대학별 입시 제도가 다양해지면서 수석합격자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스펙’도 다양해졌다. 과학동아는 이화여대의 지원을 받아 수석합격자에 부합하는 학생을 만나, 중·고등학교 시절 학업 방법을 듣고 이를 통해 대학 합격 비결을 분석했다.

 

“뇌과학을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에, 오로지 이 학과만 보고 달렸어요. 제 합격 비결은 사실 이것 하나뿐이에요.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위해 ‘올인’한다면, 성적도 합격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아요.”


이화여대 스크랜튼대 융합학부 뇌·인지과학전공 18학번 정지원 씨의 야무진 말투에서 전공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정 씨는 뇌·인지과학전공 최초합격자에게 수여하는 ‘뇌·인지전공장학금2’를 받았다. 그가 꼽은 합격 비결은 한마디로 진로에 대한 확신이었다.

 

독서, 봉사활동 모두 뇌과학과 연결
정 씨는 학생부종합전형인 미래인재전형으로 이화여대에 합격했다. 미래인재전형은 내신 성적, 학생부에 기재된 교내·외 탐구 활동 등 학교생활을 통해 학생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5자신이 정한 진로에 대한 열정을 증명해야 한다. 1차 서류평가 이후 면접을 통해 학생부를 재차 검증하기 때문에, 자신이 진정성 있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정 씨는 이화여대 뇌·인지과학전공에 입학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정 씨는 “설령 불합격했더라도 뇌과학을 향한 열정은 꺾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런 열정을 면접관들이 좋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뇌과학에 대한 이런 열정은 정 씨의 고교 생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희망진로부터 동아리, 독서,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활동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모두 뇌과학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특히 정 씨는 독서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고등학생이 해부나 실험 등 실질적인 뇌과학 연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신 뇌과학에 관련된 책을 탐독하면서 지식을 쌓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기억의 비밀’을 꼽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뇌과학자의 꿈을 키웠다”며 “대학에서 4년 동안 배울 내용을 아우르는 내용이 담긴 만큼 뇌·인지과학전공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교내 봉사활동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그 중에서도 또래 상담을 뇌과학 공부의 ‘실전’으로 삼았다. 정 씨는 “책으로만 배우는 뇌과학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또래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줄 때 책에서 학습한 뇌과학과 정신의학 관련 내용을 적용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정신지체 장애인 보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교내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한 가지 정보에서 여러 감각을 느끼는 ‘공감각’ 능력을 가진 사람을 주제로 발표하는 등 모든 활동에 뇌과학을 연결시켰다. 그는 “‘스펙’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활동하기보다는 진로에 대한 열정을 녹여낼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뇌·인지과학전공이 융합학부인 만큼 자신이 융합학부에 적합한 인재임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에도 참여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6년 참가한 ‘전국 청소년 과학탐구대회’다. 그는 융합과학 부문에 참가해 은상을 받았다. 정 씨는 “자기소개서에 대회명과 수상 내역을 명시할 수는 없지만, 대신 대회에서 했던 활동과 이를 통해 배운 점을 적을 수는 있다”며 “수상보다 대회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대회 당시 제한된 재료를 이용해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드는 종목에서 택배 상자로 간이 의자를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이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중점적으로 기술하며 융합적인 사고에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했다. 정 씨는 “지원 전공에 맞춰 자신의 경험 중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미리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면접도 뇌과학 이론 이용해 준비
정 씨는 교과 성적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의 고교 시절 내신 성적은 평균 1.1등급으로 뇌·인지과학전공 합격자들 중에서도 최고 등급에 속한다. 그는 성적 관리 비결도 뇌과학을 꼽았다.

 

정 씨는 “모든 감각을 학습에 쏟는다면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감각을 활용한 공부 방법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자율학습 시간에 향수 냄새 때문에 집중하지 못했던 경험에서 시작됐다고. 그는 “학습 내용을 직접 녹음해 다시 듣고, 필기할 때도 오감을 총동원하니 공부가 잘 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고 말했다.


면접 준비도 뇌과학을 이용했다. 정 씨는 “교수님들의 얼굴을 인쇄해서 책상에 붙여 놨다”며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교수님들의 얼굴을 미리 뇌에 각인시켜 친숙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적중해 실제로 정 씨는 면접에서 떨지 않고 대답을 잘 했다.


그는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면접 경험도 소개했다. 면접관은 정 씨에게 3학년 때 봉사활동을 별도로 하지 않았는데 봉사상을 받은 이유를 물었다. 봉사상을 받은 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만큼 정 씨는 이에 대한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교사와 친구들로부터 멘토링과 또래 상담 등 교내 활동을 인정받아 봉사상을 받았다고 답변했다”며 “장점이라고 생각한 내용도 면접에서 질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활동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살펴보고 면접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신질환 단계별 구분법 개발할 것”
정 씨가 뇌과학으로 진로를 정한 건 고등학생 때 읽은 기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사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조현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으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정신질환이 있다고 주장할 때 아직은 이를 과학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꿈은 뇌를 분석해 정신질환의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생물학과나 의대 대신 뇌·인지공학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그는 “생물학과나 의대에서는 생명체 전반을 다루는 만큼 뇌를 지엽적으로 배울 수밖에 없다”며 “뇌·인지공학전공은 1학년 때부터 뇌·인지과학기초 등 뇌에 관련된 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만큼 뇌과학을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뇌·인지과학전공의 교과 구성에는 일반생물학, 일반화학 등이 없다. 입학과 동시에 뇌과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교과 과정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법정뇌·인지과학’ ‘사회과학과 뇌·인지과학의 융합’ 등 문과와 이과를 아우르는 융합형 과목이 전공에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학교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뇌·인지과학전공 최초합격자에게 2년간 장학금을 지급하며, 이후 해외 연수 시에는 별도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정 씨는 “이화여대는 미국 하버드대와 교류하며 HCAP(Harvard College in Asia Program)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미국의 앞선 뇌과학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씨에게 앞으로 어떤 뇌과학자로 이름을 남기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내 뇌를 학교 연구원에 기증하고 싶다”며 “뇌과학자로서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뇌과학자로 남고 싶다는 그만의 각오였다.

글 : 신용수 기자
이미지 출처 : 신용수, 정지원

과학동아 2018년 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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