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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꽃잎 엔딩’의 비밀 밝힌다

융·복합 파트너@DGIST

세포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입니다. 세포의 활동을 이해하면 조직, 개체 그리고 더 나아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원리와 이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델’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의 본보기나 대표가 되는 대상을 뜻한다.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몸을 보여주는 사람은 ‘피트니스 모델’로,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를 미리 보여주는 집은 ‘모델하우스’로 불린다. 곽준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 교수팀은 식물 세포에서 이런 모델을 확립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식물 세포 모델’을 통해 식물의 생장과 발달에 담긴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서다.

 

 

꽃잎 떨어지는 원리 첫 규명


식물은 일정한 때가 되면 자신의 일부인 꽃잎이나 나뭇잎에 영양 공급을 끊고, 이들을 떨어뜨린다. 이를 ‘탈리(脫離)’ 현상이라고 부른다. 아름답게 만개한 꽃에서는 꽃잎이 떨어진 뒤에야 열매의 모습이 드러난다. 탈리 현상을 통해 인간은 맛있는 열매를 제공받고, 식물은 종족 번식을 유지한다.


꽃잎이 떨어지는 시기는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탈리 현상의 구체적인 원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곽 교수팀은 최근 꽃잎이 정확히 떨어져야 할 위치에서 떨어지는 이유를 규명하고, 그 연구결과를 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셀’ 5월 4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애기장대를 이용해 꽃잎이 떨어질 때 마주한 두 세포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했다. 식물에 남는 ‘잔존세포’와 식물의 본체에서 분리되는 ‘이탈세포’ 중 이탈세포에만 세포벽의 정밀한 분해를 유도하는 ‘리그닌’이라는 화합물이 형성됐다.


곽 교수는 “리그닌은 일종의 울타리를 만들어 세포벽 분해효소가 주변의 다른 세포로 퍼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며 “꽃잎이 식물 본체로부터 정확한 위치에서 떨어지도록 해 잔존세포의 손상이나 이로 인한 식물체의 세균 감염 위험 등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가 이끄는 세포신호전달연구실은 탈리와 같은 식물발달,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세포 내의 신호를 파악해, 수확량을 증대시킨 식물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가령, 탈리를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방법을 찾아 이를 조절하면, 낙과로 잃어버리는 식량 작물의 손실을 줄이거나 수확량을 늘리는 등 식량 생산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야생 벼나 옥수수는 씨앗을 맺으면 번식을 위해 터져 버린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 착과율의 경우 사과는 10%, 오렌지는 1%에 불과하다. 식물에게는 번식을 위한 방식이지만, 열매를 수확하는 입장에서는 손실이 된다. 반면 고추의 경우에는 탈리가 너무 안 되는 것이 문제다. 식물체에 딱 달라붙은 탓에 수확 과정에서 사람이 일일이 따야 한다.


곽 교수는 “탈리 정도나 시기를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조정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적정하게 탈리가 되는 고추를 개발한다면, 고추를 일시에 모아 담는 등 기계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포 모델 만들어 ‘강한 식물’ 개발


연구진은 식물 세포 모델을 확립해 외부 환경 변화에 잘 견디는 식물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식물은 일조량, 온도, 강수량 등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이런 변화에 적응해 최적화된 행동을 하는 식물만 생존할 수 있다. 이런 식물을 연구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미래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식물의 수많은 세포를 일일이 관찰해 최적화된 반응을 이끌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포 모델을 이용하면 모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기준으로, 다른 세포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세포 모델을 통해 식물체의 반응을 전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세포의 발달은 식물의 발달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만큼 변화를 빨리, 그리고 자세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곽 교수는 “꽃잎이 떨어지는 부위의 세포 모델, 공변세포 모델 등을 통해 식물의 발달과 반응에 대한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나가고 있다”며 “이를 통해 물 부족 등 악조건에서도 성장을 유지하는 식물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변세포
식물 내 기체 출입과 증산작용을 조절하는 세포

 

글 : 대구=권예슬 기자
사진 : 이서연

과학동아 2018년 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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