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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준비의 시작, 진로 설정

이투스교육_좋은 학교생활기록부 만들기 2

 

 

진로 설정은 미래를 위해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대입 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커지면서 입시에서도 매우 중요해졌다. 학종의 특성상 학생의 진로가 당락에 영향을 줄만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학종에 ‘진로희망사유’ 추가


학종은 종합적이고 정성적인 평가로 치러진다. 종합적이라는 의미는 한 가지 요소가 아닌 다양한 요소를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정성적이라는 의미는 수치로 나타나는 점수나 등수뿐 아니라 동기와 과정, 그리고 궁극적인 변화를 평가한다는 뜻이다. 과거의 입시가 시험 점수로 모든 것을 결정했던 반면, 학종에서는 같은 점수라고 하더라도 왜, 어떻게 공부했고, 그래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대학은 ‘왜’ ‘무엇을’ ‘어떻게’라는 3가지 물음에 수험생의 동기와 계획, 구체적인 사례가 담겨 있기를 바란다. 이때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꿈, 즉 본인의 진로를 토대로 이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모범적인 답변이 나온다. 이는 비단 교과 점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 활동, 독서 활동의 목적이 진로 탐색이나 진로 심화에 연계될 때 대학은 이를 높이 평가한다.

 

최근 바뀐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서도 교육 당국이 생각하는 진로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학생부에서 진로 관련 내용은 ‘진로희망사항’란에 한 번, ‘창의적체험활동’란에 또 한 번 두 차례에 걸쳐 기록된다. 특히 ‘진로 희망사항’에는 ‘진로희망사유’라는 예전에 없던 항목이 추가됐는데, 3년 전부터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적용돼 이제는 중·고등학교 전 학년의 학생부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왜 그런 진로를 꿈꾸게 됐고, 이를 위해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내용이 담긴다. 한 가지 팁이라면, 이 항목은 교사와의 면담에 앞서 학생 스스로 평상시 진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놔야 한다. 학생부의 다른 영역에 비해 제약이 덜한 편이라서 교외 경험이나 주변 사람에 대한 간단한 언급 정도는 대체로 용인되는 만큼 편한 마음으로 정리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누가 뭐래도 최근 입시의 중심으로 발돋움한 학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진로 설정에 대한 고민이다. 더욱이 올해 고1부터 적용되는 ‘2015개정교육과정’에는 이전엔 없던 ‘진로선택과목’이 추가됨에 따라 진로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됐다.

 

직업 종류, 적성 확인 필요


이렇듯 진로 설정이 입시에 영향을 미치게 되자, 하루 빨리 진로를 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학생도 늘었다. 그런데 진로 활동에 관해서는 다른 활동에 비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아직은 드물다. 진로라는 특성상 개인에 대해 각기 다르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 스스로 좀 더 주도적으로 진로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진로를 만들고 나아가서 학생부에도 좋은 내용을 담아낼 수 있을까. 이미 뚜렷한 진로를 가진 학생이야 이를 잘 가꿔나가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다각적인 탐색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을 들여놓고 있으며, 대학의 인재상에도 ‘4차 산업’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흔히 4차 산업이라고 하면 IT나 인공지능(AI) 산업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좀 더 포괄적으로 보면 소품종 다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의 전환을 생각할 수 있고, 이는 교육도 마찬가지다. 앞으로의 교육은 학교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개인의 진로와 능력에 따라 학생 중심의 다양한 교육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개정교육과정의 목표 또한 융합형 인재 양성에 있다.

 

 

진로에 대한 탐색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 유망 직종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본인의 소질과 능력을 바탕으로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 바로 스스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다. 겨울방학은 이런 분석과 판단에 매우 좋은 시기이다.

 

수천 개의 전공과 직업 중에서 100개 이상 알고 있는 중·고등학생은 드물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자.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워크넷’ ‘커리어넷’ 등의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직업을 알아보거나, 대학교육협의회나 각 대학 사이트에서 전공별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각종 인적성 검사(MBTI, MMPI, 진로탐색검사, 진로심리검사, 진로적성검사, 진로역량검사)를 받아보고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이런 검사는 학교에서 실시하기도 하며 지자체나 교육포털 등을 통해 무료로 받아볼 수도 있다.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지나온 생활을 돌이켜보고, 앞으로 1년, 또는 그 이상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한다면 올해는 분명히 의미 있는 1년이 될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그렇게 마련된 진로를 심화하기 위해 또 다시 새로운 독서를 시도한다면 학생부 내의 진로활동과 독서활동 두 항목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진로를 위한 독서의 범위를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데, 책의 주제와 벗어난 일부 내용이나 소설 속 등장인물을 통해 진로를 발견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학년이 낮을수록 다방면에 걸쳐 폭넓게 독서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가까운 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여러 가지 직업을 알아본다거나 영화나 TV를 활용해서 진로를 모색할 수도 있다.

 

외교관 되고 싶은데 역사학과 선택?


많은 학생들이 본인의 희망 진로와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을 일차적으로 연결지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외교관이 희망 진로이니까 정치외교학과를 지원해야겠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로를 고민함에 있어서, 이러한 접근은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또는 입시적인 측면에서도 단편적이고 밋밋한 학생부로 흐를 공산이 크다.

 

실제로 외교관이 희망 진로인 학생이 역사학과에 지원해 합격한 사례가 있다. 외교관이 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역량은 국제 관계에 대한 지식일 것이다. 국제 관계를 파악하는 데 기본이 되는 지식은 나라별 역사다. 한중일 3개국의 관계가 그렇고, 독일과 폴란드의 관계가 그렇다. 외교란 현실적 실익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민적 정서와 내부적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학생은 이런 내용을 자기소개서와 학생부에 잘 담았고, 대학 측은 일견 특별해 보이는 이 학생의 진로희망과 지원전공과의 차이를 이해하고 본인의 목표에 대한 의지와 그것을 실행할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판단했다.

 

자연계열로 시야를 넓히면 훨씬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다. 최근 대학들은 자유롭고 활발한 복수전공제도를 넘어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 등으로 전공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인문계열이나 자연계열이라는 기존의 계열 구분도 희미해지고 있다. 즉 대학 내 교육도 변화하는 시대상과 개정 교육과정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본인이 지원하게 될 대학의 전공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다. 자신의 진로희망을 위한 중간단계로써, 어떤 방식이든 자신의 꿈에 부합하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전공적합성’이라는 평가 요소도 새로운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 전공적합성을 애초에 평가요소에서 삭제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단순히 해당 전공에 대한 학업적인 역량을 넘어 그 전공 공부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역량이 있는지 확인하는 내용을 전공적합성의 한 부분으로 넣는 대학도 있다.

 

대학들이 개설한 다양한 전공들이 본인이 즐겁고 행복하게 하고 싶은 일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자유롭게 상상해보고 나만의 지원동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남들과는 다른 조금 더 특별한 학생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진로 탐색은 지금 시작해야


많은 학생들이 진로 탐색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본인의 진로희망을 정하고, 그 꿈을 위해 본인이 키워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고, 그 역량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지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해본다면 그 자체로 자신만의 분명한 지원 동기를 확보할 수 있다.  

 

소위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학생부도 처음부터 거창한 출발을 한 학생은 드물다. 진로 설정은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때로는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완벽한 진로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이런 작은 기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진로 탐색과 설정은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만의 학생부를 완성하는 첫 번째 출발점은 본인의 미래에 대한 성실한 고민의 흔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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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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