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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전국이 흔들, 가슴이 철렁, 포항 지진 5대 이슈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31초,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건물 벽이 떨어져 나가고, 땅은 쩍쩍 갈라졌다. 진앙과 가까운 포항 북구 한동대에선 학생과 교직원 수백 명이 대피했다. 일순간 도시가 패닉에 빠졌다. 지진은 서울에서도 감지됐다. 건물의 흔들림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체감진도 2였다. 20일 오후 4시까지 규모 4.3을 비롯해 여진이 58차례나 더 발생했다.

 

 

포항 지진은 1978년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강력한 지진이었다. 가장 강력한 지진은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규모가 5.8이었다. 4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 두 차례나, 그것도 불과 1년 2개월 사이에 40k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연달아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졌다.

 

1. 왜 경북 지역인가

공교롭게도 두 차례의 강력한 지진이 경북 지역에서 일어났다. 왜 경북 지역일까. 전문가들은 ‘양산단층’에 주목하고 있다. 단층은 지층이 물리적인 힘을 받아서 끊어져 어긋난 지질 구조를 말한다. 이 중에서도 단층이 어떤 이유에선가 움직여서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구조일 경우 활성단층으로 정의한다.

 

학계는 경북 영덕에서 경남 양산, 부산을 지나 약 170km로 길게 뻗은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포항 지진과 지난해 경주 지진의 진원지는 모두 양산단층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는 다시 말해 양산단층과 주변 단층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15일 지진 발생 직후 브리핑에서 “양산단층의 지류인 장사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은 16일 “포항 지진의 지진파를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단층에서 지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지질연은 지난해 경주 지진이 양산단층 옆을 지나는 무명(無名)의 지하 단층이 움직이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올해 1월 24일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도 지진은 포항, 경주 지역에 집중될까. 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지진에 특히 더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활성단층이 약 450개 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지하 활성단층의 수는 추정이 불가능하다. 전국 어느 지역의 활성단층이 움직일지 모를 일이다.

 

신동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978년 9월 충북과 경북의 경계에 위치한 속리산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고, 한 달 뒤 충남 홍성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났다”며 “포항 경주 지역에서 두 차례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해서 이 지역이 특별히 위험하다고 결론 내리긴 이르다”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100년 동안 국내 지진 발생 추이를 보면 포항 경주 지역에서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우연의 일치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2. 포항 지진 일으킨 힘, 어디서 시작됐나

양산단층 주변을 뒤흔든 힘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지진은 오랫동안 큰 힘(응력)을 받은 단층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뒤틀리면서 발생한다. 양산단층 일대를 끊임없이 괴롭힌 응력이 어디에선가 왔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태평양판에 주목한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쪽의 태평양판, 남쪽의 필리핀판, 서쪽의 인도판 등 3개 판이 한반도 지하를 자극하는 응력의 원천”이라며 “포항 지진의 경우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에서 미친 응력이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알래스카와 칠레, 멕시코 등에서 발생한 규모 7.0 이상의 대형 지진은 태평양판의 힘이 막강해졌음을 시사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3개 판의 경계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이들 판에서 힘이 축적돼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일본이나 네팔, 중국 등과 비교하면 지진 발생이 잦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 교수는 “3개 판이 한반도에 미치는 힘의 크기가 달라지면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위치나 규모가 계속 달라진다”며 “포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서 지진 발생이 잦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3. 지열발전소 공사가 지진 방아쇠 당겼나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의 진앙에서 불과 2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지열발전소 건설 공사가 이번 지진의 방아쇠를 당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단층에 누적된 힘이 인위적인 공사의 영향으로 분출되면서 지진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열발전소는 땅속의 열을 이용해서 물을 데우고 그때 생기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포항에 최초로 들어서며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이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지열발전소의 건설과 발전 방식이다. 지열발전소는 땅속의 열을 끌어 올려야 하는 만큼 지하 4.3km 깊이까지 관을 2개 뚫고, 여기에 물을 주입한 뒤 물이 데워지면서 발생하는 증기(열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깊은 땅속까지 물을 보내는 과정에서 수압이 높아진다. 그 압력에 의해 물이 지각에 틈을 만들어 갈라지게 만들고 땅속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작은 지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015년 6월 19일자에 발표된 논문을 들었다. 매튜 웨인가르텐 미국 콜로라도대 지질학과 연구원팀이 미국 중부와 동부에서 발생한 지진과 땅속 셰일가스 추출 작업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1970년대 1~7건이었던 지진이 2014년에는 650건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셰일가스 추출이 늘면서 지진 발생도 잦아졌다는 것이다.

 

학계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선 셰일가스 추출 시 사용되는 물의 양(수압)과 포항 지열발전소에 사용되는 물의 양에 차이가 있다. ‘사이언스’ 논문은 많은 양의 물(한 달에 4767만 리터(L) 이상)을 주입할 때 유발 지진이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의 양(수압)이 적을 때는 지진과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았다.

 

또 셰일가스를 추출할 때와 지열발전을 할 때는 주입하는 물의 성격과 작용 방식이 조금 다르다. 셰일가스 추출 시에는 물과 모래 등을 넣어서 지하의 암석을 부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지열발전에서는 물을 넣어서 이미 생긴 균열을 넓히는 방식을 쓴다.

 

이진한 교수는 “포항 지열발전소에서 평소 물을 얼마나 많이 주입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만 올해 3~4월 지하에 뚫은 관을 서로 연결하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주입했고, 당시 규모 3.0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4. 지진 피해 컸던 이유는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에 비해 규모가 0.4작았다. 지진에너지로 따지면 4분의 1 수준이다. 그럼에
도 체감 강도와 피해는 더 컸다.

 

지진으로 외벽의 벽돌이 떨어져 나간 포항시 북구의 한 다세대주택. 이번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얕은데다 주거지역 근처였고, 지반이 강도가 약한 퇴적암으로 이뤄져 있어 피해가 컸다.지진으로 외벽의 벽돌이 떨어져 나간 포항시 북구의 한 다세대주택. 이번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얕은데다 주거지역 근처였고, 지반이 강도가 약한 퇴적암으로 이뤄져 있어 피해가 컸다.

 

 

우선 지진이 발생한 진원의 깊이가 경주 지진 때보다 얕다. 경주 지진은 진원이 지표면에서 15km지점이었던 반면 포항 지진은 지표면에서 9km 아래였다. 지진파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진원이 지하 5km 이내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진원이 얕은 만큼 지진에너지가 더 빨리, 더 강하게 전달돼 피해를 키운 셈이다. 외곽에서 발생한 경주 지진과 달리 주택이 밀집한 흥해읍 인근에서 발생한 것도 포항 지진의 피해를 키웠다.

 

지질연은 지진파 분석 결과 흥해읍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퇴적층이 분포하고 있어 지진에너지 감쇠 효과가 덜했다는 점도 피해 요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진앙에서 10km가량 떨어진 포항 남부 지역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건축물 손상 등 피해가 미미했다.

 

이번 지진으로 액상화 현상이 국내에서 처음 관측돼 우려를 낳고 있다. 액상화 현상은 지진으로 지반이 변형 되면서 유출된 지하수가 지반 곳곳에 스며들어가 땅이 물렁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땅이 물렁해지면 지반이 쉽게 가라앉을 수 있다. 선창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진앙에서 반경 4km 이내의 약 30군데 지역에서 액상화 흔적을 발견했다”며 “향후 여진 발생 시 액상화 현상이 또 생길지에 대해서는 지반 특성을 면밀히 조사한 뒤에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 더 큰 지진 발생하나

일각에서는 향후 국내에서 규모 7.0 수준의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한반도 남부에서 8세기와 17세기에 규모 7.0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진 기록이 있다”며 “규모 6.0이 넘는 지진까지 포함하면 어림잡아 500년을 주기로 강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643년 조선시대 울산에서는 규모 6.5~7.4로 추정되는 강진이 발생했다.

 

그러나 손 교수는 “국내에서는 7.0 이상의 대형 지진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3개 지각판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 규모도 최대 7.6~7.7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글 : 최영준 기자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동아일보

과학동아 2017년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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