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Culture] 새 책

 

 

추석 연휴 동안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중력파는 검출된 시점부터 물리학상을 받을 걸로 예상돼 왔다. 화학상과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극저온전자현미경, 생체시계 연구도 ‘왜 진작 노벨상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요한 업적이다.

 

그런데 사실 강력한 수상 후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유전자 가위’다. 크리스퍼라는 RNA(유전자 가위)가 ‘Cas-9(캐스-9)’이라는 효소를 이용해 표적 DNA 염기서열을 잘라내는 기술로, 유전자 교정의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기술의 파급효과는 매우 강력해서, 암 같은 난치병을 곧 쉽게 치료하게 될 거라는 기대와, 제대로 된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자칫 유전자를 마구 ‘편집’해 괴생명체를 탄생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뒤섞여 있다.

 

이 책은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불러올 ‘혁명’의 시작을 목격한 저널리스트들의 리포트다. 일본 방송 NHK ‘클로즈업 현대’라는 보도 프로그램의 제작팀은 2015년 7월 30일 ‘생명을 바꾸는 신기술-게놈 편집의 최전선’을 방영했다. 제작팀은 유전자 가위나 게놈 편집이 대중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2014년부터 발 빠르게 취재를 시작했다. 이 책은 당시 취재와 제작에 참여한 팀이 프로그램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덧붙여 집필했다.

 

기술의 개요와 발달 과정 같은 이론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일본을 비롯해 전세계 주요 게놈 편집 연구 현장을 직접 방문한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다.

 

취재팀은 인터뷰한 과학자의 말투와 행동을 묘사하며 이 기술을 이용해 틀림없이 환자들을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고 밝힌다. 또,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 자리에서 누군가 “게놈 편집한 생물이 유전자 재조합 생물인지 아닌지 답해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 고 외쳤는데, 과학자들이 눈치만 살폈다는 이야기도 담았다. 그만큼 논란이 많다는 뜻이다.

 

‘게놈 편집 식품은 안전한가’ ‘크리스퍼 Cas9은 누구의 것인가’ ‘노벨상은 누구의 손에 들어갈 것인가’ 등 누구도 답하길 꺼려하지만 언젠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도 두루 담았다.

 

이 책의 집필자 중 한 명인 마쓰나가 미치타카 NHK 히로시마 방송국 보도 주임은 “게놈 편집을 응용할 때 우리가 생명이나 환경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기술이 그려낼 세상을 향한 모험은 이미 시작됐으므로, 겸허한 자세로 새로운 가치관과 윤리관을 싹 틔우고 공유해야 한다는 얘기다.

 

 

 

2016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탈 진실(post-truth)’을 선정했다. 탈 진실이란 ‘객관적 진실보다는 개인의 믿음이나 감정이 여론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는 환경, 또는 그 조짐’을 뜻한다. 그만큼 가짜 뉴스가 넘치는 시대라는 뜻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천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그릇된 정보에 속지 않으려면 과학적 사고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실용서를 집필했다.

 

책에는 물리나 천문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대신, ‘봉투 뒷면 계산’을 통해 숫자 어림하기, 그래프를 올바르게 읽고 활용하는 법, 확률을 계산하는 간단한 규칙, 통계의 거짓말에 속지 않는 방법,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혼동하지 않기 등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기 위한 ‘꿀팁’을 담았다.

 

코스모스’로 유명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1995년 출간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과학은 단순히 지식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생각하는 방법이다”라고 썼다. 그간 비합리적인 결정을 해오진 않았는지 점검할 수 있는 기회다.

 

 

글 : 우아영 기자

과학동아 2017년 11월호
과학동아 2017년 11월호 다른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