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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개나리와 벚꽃이 동시에… 봄꽃이 미쳤다?

과학기자의 괴담 해부 ➑

전국이 ‘꽃풍년’이었습니다. 꽃잎 날리는 벚나무 아래에 개나리가 노란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이런 풍경은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절대 볼 수 없던 풍경입니다. 과거에는 개나리가 피고 한 달이 지나야 벚꽃이 피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봄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개화하게 된 걸까요.


개나리와 벚꽃의 간격이 좁혀진다?

한반도에 봄꽃이 피는 순서는 정해져 있습니다.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순입니다. 그런데 이 순서가 최근 뒤죽박죽이 됐습니다. 윤진일 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2014년 한국농림기상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최근 60년 동안 서울 등 전국 6개 지점의 개나리와 벚꽃 개화시기가 한 달에서 일주일로 좁혀졌습니다(doi: 10.5532/KJAFM.2014.16.4.396). 1951~1980년에는 두 꽃이 한 달 가격을 두고 피었는데 2010년 이후에는 1주일 간격이 된 겁니다. 재밌는 사실은 개나리의 개화일은 6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 벚꽃의 개화일이 급격히 빨라졌습니다. 또한 부산에서 서울까지 벚꽃전선이 이동하는 시간도 1980년대 이전에는 20일이 걸렸지만, 2014년에는 6일로 줄었습니다.


벚꽃, 왜 빨라졌을까?
한마디로 하면 벚꽃전선이 때문입니다. 김진희 국가농림기상센터 연구원은 “과거 개화시기 데이터와 기온 자료를 분석해보면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온 현상이 봄꽃 개화시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반도의 기후변화 양상을 보면 초봄 기온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늦봄의 기온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봄꽃의 개화일은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김 연구원팀은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될 경우, 2011~2040년에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의 개화시기가 최소 3~5일에서 최대 10~11일까지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변화는 내륙 산간 지역보다 해안, 평야 지역이 더 클 것이라고 하네요(doi:10.5532/KJAFM.2013.15.1.050).


개화시기 때문에 과일값이 폭락?
동시다발적인 봄꽃의 개화를 ‘아름답다’고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산림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꽃가루를 옮겨 줄 곤충이 다 나오기도 전에 봄꽃이 서둘러 피었다 져버렸다고 생각해 보세요. 조류나 동물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또한 개화는 식물이 종자를 얻기 위해 필수로 거치는 과정입니다. 화종 간에 개화시기의 차이가 줄면, 과일의 출하시기가 겹쳐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할 수 있습니다.


개화시기를 바꿀 수 있을까?
집 안에서 키우는 화분이 아닌 이상, 개화시기나 기간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실내에서 키우는 화분은 백열등이나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서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개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연구하는 것인데요. 한 예로 무궁화는 여름철에 무려 100일 동안 피고 지는데, 그 메커니즘이 지난해 처음으로 밝혀졌습니다. 개화와 관련된 유전자가 워낙 많고, 여기서 나온 단백질의 상호작용은 그보다 더 복잡해 갈 길이 멀지만 언젠간, ‘엔딩’ 없는 벚꽃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글 : 이영혜 과학동아
일러스트 : 고고핑크
이미지 출처 : [일러스트] 고고핑크

과학동아 2017년 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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