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는 능력은 살아가는 데 필수다. 뇌는 과거 연인과 함께 갔던 장소, 그곳을 다시 찾아 가기 위한 여정, 현재 장소에서 떨어진 거리 등 모든 것이 포함된 정보를 저장해 처리한다. ‘이 거리에는 넓은 잎을 가진 굴참나무와 낡은 의자가 있었는데…’처럼 예전과 달라진 공간의 모습도 바로 가려낸다.
전략 1 ‘내 위치’를 먼저 확인한다
길을 찾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뇌에는 이렇게 내 ‘위치’를 담당하는 세포가 있다.
대뇌의 좌·우 측두엽 안쪽에 깊숙이 자리한 해마는 CA1에서 CA4까지 네 가지 부위로 이뤄져 있다(125쪽 그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존 오키프 교수는 1971년, 우리의 위치가 달라질 때마다 A1에 있는 피라미드 세포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확인해 ‘장소세포(Place cell)’라고 명명했다. 피라미드 세포(왼쪽 그림)는 해마나 편도체에 있는 연합뉴런의 하나로, 특히 해마와 그 주위에 있는 피라미드 세포 일부는 장소에 대한 복합적인 기억을 담당한다.

이 세포는 특정 장소에서 한 개의 세포가 활성화되는 식으로 반응한다. 장소마다 담당세포가 있다는 뜻이다. 이후 장소세포 외에도 격자세포, 속도세포, 경계세포 등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세포 구성원들이 차례로 확인됐다. 우리 뇌는 이런 여러 세포들의 협업 덕분에 장소를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략 2 공간의 배치 상태를 안다
내 위치를 알았다면, 다음은 공간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담당하는 세포도 따로 있다. 바로 ‘격자세포’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마이브리트, 에드바르드 모세르 부부는 공간의 구조와 관련한 신호가 해마의 CA3 영역과 그 주변 내후각피질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모세르 부부는 특히 장소세포 하나가 하나의 장소에 대응해 반응한 것과 달리, 내후각피질에 위치하는 신경세포들은 한 장소에 대해 동시에 여러 개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신기하게도 반응한 피라미드 세포를 연결하면 정교한 정육각형의 타일 모양이 됐고, 그래서 ‘격자세포’라 부르기 시작했다. 격자세포는 공간의 배치상태를 감지한다. 예를 들면 내 방에 들어갔을 때, A라는 장소세포가 활성화되고 a패턴의 격자 반응이 나타냈다고 하자. 이때 책상의 위치와 침대의 위치를 바꾸고 다시 들어가면 장소세포는 똑같이 A가 반응하지만 격자세포의 패턴은 다르게 활성화되는 식이다(123쪽 그림).
전략 2 공간의 배치 상태를 안다
내 위치를 알았다면, 다음은 공간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담당하는 세포도 따로 있다. 바로 ‘격자세포’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마이브리트, 에드바르드 모세르 부부는 공간의 구조와 관련한 신호가 해마의 CA3 영역과 그 주변 내후각피질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모세르 부부는 특히 장소세포 하나가 하나의 장소에 대응해 반응한 것과 달리, 내후각피질에 위치하는 신경세포들은 한 장소에 대해 동시에 여러 개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신기하게도 반응한 피라미드 세포를 연결하면 정교한 정육각형의 타일 모양이 됐고, 그래서 ‘격자세포’라 부르기 시작했다. 격자세포는 공간의 배치상태를 감지한다. 예를 들면 내 방에 들어갔을 때, A라는 장소세포가 활성화되고 a패턴의 격자 반응이 나타냈다고 하자. 이때 책상의 위치와 침대의 위치를 바꾸고 다시 들어가면 장소세포는 똑같이 A가 반응하지만 격자세포의 패턴은 다르게 활성화되는 식이다(123쪽 그림).

전략 3 방향과 경계, 속도를 인지한다
위치와 그곳의 구조를 파악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라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어떻게 그곳에 도달할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세바스찬 로얄 책임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그곳까지 가려면 어떤 방향으로 몇 걸음을 가야할지, 얼마나 빠르게 움직여야 할지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공간 자체를 인식하는 해마의 CA1 영역 주변에 위치한 내후각피질에는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가야할지를 인지하는 세포들이 있다. 먼저 미로를 통과하거나 낭떠러지를 만났을 때처럼 경계를 인식하는 ‘경계세포’가 내후각피질 중심부에 위치한다. 방향을 알려주는 ‘방향지시세포’는 내후각피질은 물론 시상을 포함한 다양한 부위에 넓게 퍼져 있다. 2015년에는 모세르 부부가 본인이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를 느끼는 ‘속도세포’를 찾아냈다.

전략 4 공간정보와 감각정보를 구별한다
이제 우리 뇌의 ‘내비게이션’의 기본 구성 요소가 거의 완성됐다. 그런데 사람의 뇌는 무척 세심해서 또 하나의 정보를 따로 기억한다. ‘지형’이다.
로얄 책임연구원팀은 본래 한 가지로 알려졌던 장소세포가 ‘공간적 정보’와 ‘감각적 정보’를 담당하는 두 가지 종류로 나뉘며, 해부학적인 위치도 명확히 구분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이제 우리 뇌의 ‘내비게이션’의 기본 구성 요소가 거의 완성됐다. 그런데 사람의 뇌는 무척 세심해서 또 하나의 정보를 따로 기억한다. ‘지형’이다.
로얄 책임연구원팀은 본래 한 가지로 알려졌던 장소세포가 ‘공간적 정보’와 ‘감각적 정보’를 담당하는 두 가지 종류로 나뉘며, 해부학적인 위치도 명확히 구분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거칠거나 부드러운 바닥 혹은 튀어나온 돌기 등 촉감이 서로 다른 레일 위를 걷게 하면서 뇌의 신경 활동을 기록했다. 그 결과 CA1 영역의 장소세포 중에서도 위쪽 신경 세포층에 있는 세포만 지형에 따라 활성이 달라졌다. 반면 본래의 장소세포를 대변하는 CM 세포는 바닥의 변화에는 반응이 없었다.
로얄 연구원은 “장소세포 중에서도 공간적인 좌표를 인식하는 ‘CM 세포’와 주요 지형지물을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LV 세포’를 구분할 수 있다”며 “해마의 CA1 영역 내에서 LV 세포는 CM 세포보다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위 그림).
전략 + 위치에 대한 기억, 완전히 밝혀질 날 올까
인지하고 행동하고 기억하는 데 모든 생물은 각자의 신경망을 동원한다. 지금까지 이 신경망이 완전히 해독된 생물은 약 1mm 정도 크기의 예쁜꼬마선충뿐이다. 그들이 가진 302개의 세포와 8000여 개의 연결망이 20여년의 연구 끝에 모두 해독됐다. 반면 인간 뇌의 신경망 수는 1000조 개에 달하는데다, 매 순간마다 변화를 거듭한다. 새로운 연결이 생겨서 굵어졌다가도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만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면 그곳의 지리, 사람 등 온갖 정보를 다시 저장해야 하므로 이전의 정보는 그 중요도에 따라 더 진해지기도 하지만 금세 옅어져 버리기도 한다.
내비게이션 세포의 상호작용도 마찬가지다. 신경망의 작용으로 무의식적인 순간에 발동되기도 하고, 외부 자극의 미세한 차이를 인식해 변하기도 한다.
장소세포를 처음 발견한 지 46년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네 종류의 내비게이션 세포들과의 정확한 상호작용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는 장소세포와 격자세포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로얄 연구원은 “장소를 기억 못하는 대표적인 질병인 노인성치매 치료와 관련있어 사회적인 관심도 높은 연구분야”라고 덧붙였다.
로얄 연구원은 “장소세포 중에서도 공간적인 좌표를 인식하는 ‘CM 세포’와 주요 지형지물을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LV 세포’를 구분할 수 있다”며 “해마의 CA1 영역 내에서 LV 세포는 CM 세포보다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위 그림).
전략 + 위치에 대한 기억, 완전히 밝혀질 날 올까
인지하고 행동하고 기억하는 데 모든 생물은 각자의 신경망을 동원한다. 지금까지 이 신경망이 완전히 해독된 생물은 약 1mm 정도 크기의 예쁜꼬마선충뿐이다. 그들이 가진 302개의 세포와 8000여 개의 연결망이 20여년의 연구 끝에 모두 해독됐다. 반면 인간 뇌의 신경망 수는 1000조 개에 달하는데다, 매 순간마다 변화를 거듭한다. 새로운 연결이 생겨서 굵어졌다가도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만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면 그곳의 지리, 사람 등 온갖 정보를 다시 저장해야 하므로 이전의 정보는 그 중요도에 따라 더 진해지기도 하지만 금세 옅어져 버리기도 한다.
내비게이션 세포의 상호작용도 마찬가지다. 신경망의 작용으로 무의식적인 순간에 발동되기도 하고, 외부 자극의 미세한 차이를 인식해 변하기도 한다.
장소세포를 처음 발견한 지 46년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네 종류의 내비게이션 세포들과의 정확한 상호작용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는 장소세포와 격자세포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로얄 연구원은 “장소를 기억 못하는 대표적인 질병인 노인성치매 치료와 관련있어 사회적인 관심도 높은 연구분야”라고 덧붙였다.
+더 읽을거리
CM과 LV, 두 가지 장소세포 doi:10.1038/ncomms14531
in 과학동아 31년 기사 디라이브러리(정기독자 무료)
‘노벨생리의학상 뇌속의 GPS, 장소세포와 격자세포’(2014.11)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411N004
CM과 LV, 두 가지 장소세포 doi:10.1038/ncomms1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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