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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로봇 의수의 혁신 ‘아이림’

임창환의 퓨쳐&바디 (2) 바이오닉 손(中)


Electronic Hand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로봇 의수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은 전자공학이 등장한 뒤부터다. 전자공학의 역사는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1948년부터 시작됐다.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집적회로(IC)가 만들어졌고, 인간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개발됐다.

이제 남아 있는 팔의 근육이 만들어 내는 전기 신호를 측정해서 의수를 조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근육이 움직일 때 근육 안에 있는 운동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전기신호를 피부 바깥에서 측정할 수 있다. 이 신호를 근전도(EMG)라고 한다. 이 신호는 현대 의학에서 근육과 관련한 질환을 진단하거나 근육의 피로도를 측정하기 위해 쓰인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팔의 남아 있는 부위와 의수가 닿는 부분(소켓 내부)에 전극이라고 불리는 작은 금속 조각을 여러 개 붙인다. 전극은 바로 아래 운동 신경세포가 만드는 근전도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 이 신호는 로봇 의수에 내장된 증폭기와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신호 변환기)를 거쳐 의수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전달된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미리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어떤 신경이 신호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알아내서 손목이나 손가락에 연결된 모터를 작동시킨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손이 잘려나간 뒤에도 잘린 손의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을 향해 뇌가 ‘동작하라’는 명령(근전기 신호)을 내려 보내기 때문이다. 잘린 손의 운동을 담당하는 운동영역이 뇌에 그대로 남아 있어 가능한 일이다.


Thalidomide

전자의수가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이 시기는 생체공학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있던 때기도 하다. 기술이 무르익기 시작하면서, 큰 방을 가득 채워야 할 만큼 거대했던 의료장비들이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아졌다.

사회적인 요인도 있었다. 역사상 최악의 재앙 중 하나로 꼽히는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일어났다. 탈리도마이드는 1950년대 후반 독일에서 만들어진 약물로, 임산부의 입덧을 방지하고 숙면을 유도하는 기적의약이었다. 동물실험에서 부작용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부작용을 의심하지 않았고, 심지어 의사의 처방전이 없어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문제가 나타났다.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들이 낳은 아이들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태어났다. 세계 46개국에서 1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사지가 없거나, 있어도 매우 짧은 상태로 태어났다. 전자 의수는 이 가여운 아이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때 만들어진 회사가 바로 현재 전자의수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터치바이오닉스다. 이 회사는 1963년 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마가렛 로즈 병원의 작은 연구실에서 문을 열고 피해 아이들에게 전자의수를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돈이 되는 분야가 아니므로 사업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생체공학자들이 그렇듯, 이들도 돈보다는 장애인이나 환자 돕기를 택했다. 40여 년 뒤, 이들은 축적된 기술을 이용해 ‘아이림(i-LIMB)’이라는 이름의 세계 최초의 판매용 전자 의수를 내놨다. 2007년의 일이다.


iLIMB

아이림은 기존의 의수와는 차원이 다른 혁신적인 발명품이었다. 일단 이 전자의수는 다양한 형태의 그립(움켜쥐기)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정밀그립은 검지, 엄지, 중지를 만나게 하는 방식으로, 동전이나 열쇠 같은 작은 물건을 집을 수 있다. ‘인덱스 포인트’ 방식은 검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을 모두 움켜쥔다. 우리가 무언가를 가리킬 때 쓰는 손동작이다. 파워그립은 모든 손가락을 중심을 향해 모아 강하게 움켜쥐는 방식으로, 문고리를 돌리거나 캔을 잡을 때 쓴다. 최신 아이림은 이런 그립을 24가지 할 수 있다. 놀라운 진전이지만, 아직 인간 손의 복잡한 동작 중 10%도 채 따라 하지 못하고 있다.

최신 아이림은 손가락 끝에 압력 센서가 있다. 여기에 첨단 IT 기술이 집약돼 있는데, 종이컵 같이 부드럽고 가벼운 물체를 잡을 때는 너무 강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가방 같이 무거운 물체를 잡을 땐 강하게 잡아 준다. 보통 전자의수를 달고 있는 사람이 악수를 청하면 손가락 뼈가 으스러질까 봐 걱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2008년, 터치바이오닉스는 미국 회사 리빙스킨을 합병했다. 이 회사의 기술로 아이림에는 사람 피부와 비슷한 재질의 인조 피부가 덮이게 됐다. 주름과 손톱도 있고, 촉감도 비슷하다. 같은 해 태어난 애플 사의 아이폰이 스마트폰 혁신을 주도할 때, 아이림은 전자의수 혁명을 이끌고 있었다.
 



 
글 :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에디터 : 윤신영
이미지 출처 : Touchbionics, stephencdickson(W)

과학동아 2016년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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