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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동물 잡는 밀렵꾼 잡는 동물 로봇들!

퀴즈 하나. 아래 사진 속 동물 가운데 진짜 동물이 아닌 ‘로봇’이 있다. 무엇일까. 이제 첨단기술은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을 위해서도 활약하고 있다. 그 기발한 모습을 소개한다.



그는 원래 박제사다. 죽은 동물의 배를 갈라 속을 빼내고 방부처리 해 세워 놓는 게 일이었다. 박제가 된 동물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살아 있을 때만큼 생생한 모습이었다. 실력 있는 박제사인 그에게 어느 날 지역의 야생동물 보호단체의 밀렵 단속원들이 연락을 해 왔다. “진짜 동물처럼 보이는 로봇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어요. 밀렵 단속원들을 돕기 위해 동물로봇을 개발한 겁니다.”


미국의 동물로봇 제작 업체 커스텀 로보틱 와일드라이프의 브라이언 웰스레겔 대표는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활개치고 있는 밀렵꾼은 야생동물의 멸종을 부르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비슷한 동물로봇 제작 업체 로보틱 디코이의 마이크 클레멘 대표가 e메일 인터뷰에서 “밀렵을 막는 활동이 사업성이 크다고 판단해 동물로봇을 개발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들이 개발한 로봇은 밀렵꾼을 유인하는 미끼로 쓰인다. 여우, 사슴, 곰, 늑대, 엘크 등 종류도 다양하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스티로폼으로 동물 몸체를 만든 뒤, 머리, 꼬리, 귀, 다리, 입 등에 모터와 신호 수신기를 부착한다. 웰스레겔 대표는 “어느 부위나 원하는 조합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무선 제어가 가능한 자동차 부품과 직접 설계한 맞춤 제작 부품을 이용했다”며 “(합법적으로 얻은) 실제 동물 가죽을 입혀 진짜 동물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단속원들은 이 동물로봇을 트인 곳에 설치한 뒤, 신호 송신기가 내장된 무선 컨트롤러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동물로봇이 고개를 돌리거나 꼬리를 흔들도록 조종한다. 클레멘 대표에 따르면, 최대 1500피트(약 457m) 밖에서도 조종이 가능하다. 만약 밀렵꾼이 이 로봇을 진짜 동물로 착각해 접근하거나 총을 쏘면 동물로봇이 단속원에게 정보를 전송해 곧바로 순찰차가 출동한다. 트로이의 목마다. 이전에는 밀렵꾼을 적발하더라도 이미 동물이 희생된 뒤였지만, 동물로봇은 최대 100발의 총을 맞아도 거뜬하다. 전자부품이 망가져도 쉽게 교체해 쓸 수 있다. 미국의 동물보호기금 휴메인소사이어티의 활동가 린다 윈터는 e메일 인터뷰에서 “동물로봇을 이용한 적발 건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각 지역의 야생동물 보호단체들에 따르면 로봇은 밀렵꾼을 적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휴메인소사이어티는 동물로봇을 구입해 각 지역의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제작 업체들은 동물로봇을 더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고 고심중이다. 클레멘 대표는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고, 웰스레겔 대표는 “이산화탄소 카트리지를 이용해 로봇이 실제로 숨을 내뿜는 것처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갈팡질팡 밀렵꾼 마음, 인공지능은 안다

인공지능으로 밀렵을 막으려는 시도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 페이 팡 박사는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원(박사과정) 시절 밀렵꾼을 적발하기 위한 최적의 순찰 경로를 추천해주는 인공지능(PAWS)을 개발했다.

야생동물이 모여 사는 국립공원에는 코끼리 상아를 노린 밀렵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순찰대는 몇몇 지역을 돌아볼 뿐이라 밀렵 방지 효과가 크지 않았다. 페이 팡 박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밀렵꾼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 효율적인 순찰 계획을 짠다. 팡 박사는 e메일 인터뷰에서 “PAWS는 밀렵꾼이 덫을 배치하는 위치를 결정하는 방법, 즉 밀렵꾼의 행동모델을 스스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동물의 밀도나 지형 정보, 그 지역에 순찰대가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 등 밀렵꾼이 덫을 놓는 장소를 정하는 데 고려할 만한 정보들을 모아 분석합니다. (밀렵이 자주 일어난 장소 데이터를 함께 고려해) 밀렵꾼이 각 정보를 얼마나 비중 있게 고려하는지 학습하죠. 밀렵꾼이 나타날 장소를 예측하고 순찰 경로를 추천해 줍니다.”

연구팀이 말레이시아와 아프리카 우간다에 있는 국립공원에서 PAWS를 시험한 결과 밀렵 발생 빈도가 실제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팡 박사는 “게임 이론과 기계학습을 이용해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순찰 범위를 넓히기 위해 드론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야생동물의 생태를 파악해 더 똑똑한 보호 전략을 세우려는 과학자도 있다. 고래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의 오션얼라이언스사와 올린공과대학은 고래가 내뿜는 물을 수집하는 드론 ‘스놋봇’을 개발했다. 고래가 등으로 뿜는 물(콧물)을 수집해 DNA를 분석하면, 고래의 생태뿐만 아니라 고래 몸 속으로 흘러 들어간 오염 물질 등을 알아낼 수 있다. 기존에는 고래 콧물을 수집하기 위해 선박에 수많은 조사원을 태우고 며칠씩 항해를 해야 했지만, 이들이 개발한 스놋봇을 이용하면 보다 간편하고 빠르게 고래에 접근할 수 있다.

미국 코넬대 카를라 고메스 교수는 ‘이버드(eBird)’라는 앱을 출시해 일반 시민이 새에 대한 관찰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지금까지 약 30만 명이 총 3억 회 이상의 관찰 기록을 남겼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다양한 새들이 각각 언제 어디에 주로 머무는지, 계절이 바뀌면 어디로 이동하는지 더 상세히 파악했고, 이 정보를 자연보호 단체와 공유했다.

실제로 미국의 ‘자연보호협회’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버드리턴’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빅데이터로 예측한 새들의 이동 경로 중, 특히 가뭄이 심한 캘리포니아 지역에 새를 위한 물을 남겨놓도록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역경매를 실시했다. 협회에 따르면, 2014년 2월 이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가 쉴만 한 물이 있는 습지를 4만 에이커(약 162km2) 이상 확보했으며, 100만 마리가 넘는 새들이 머물다 갔다. 인근의 다른 지역보다 30% 더 높은 수였다.


 



바다에서는 멸종위기종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로봇이 활약 중이다. 미국의 ‘고래와 돌고래 보호’ 단체에 따르면, 죽은 채로 발견되는 고래의 3분의 1 이상에서 배와 충돌한 흔적이 발견된다. 한국 앞바다에서도 종종 사고가 일어난다. 작년 4월 부산에서 일본 후쿠오카로 출발한 260t급 쾌속 여객선이 출항 40분 만에 돌고래나 밍크고래로 추정되는 물체와 충돌해 회항했다. 당시 부산 해상관제센터는 “(바다에) 피가 많이 보이는 걸로 봐선 고래 같다”고 교신했다.

미국 우드홀해양연구소(WHOI)는 고래 출현을 감지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안테나 역할을 하는 지름 1.2m 가량의 부표와 수중음향장치, 그리고 해저 프레임으로 구성돼 있다. 수중음향장치가 바닷속 소리를 녹음하면 프레임 속 컴퓨터가 이를 현재까지 알려진 고래 소리와 비교해 어떤 고래가 주변을 지나고 있는지 분석한다. 자료는 부표를 거쳐 인공위성을 통해 WHOI의 해양생태학 연구실 컴퓨터로 전송된다. 실제로 홈페이지에서 특정 해역에 어떤 고래가 지나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 WHOI는 앞으로 이 정보를 선박과 실시간으로 공유해 배의 속도를 늦추거나 정지하게 해 고래가 배를 피하게 할 계획이다.
 

하늘에서도 기계와 동물의 충돌을 막으려 노력중이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새가 항공기 유리창에 부딪히거나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이 잦다. 새는 물론 인간에게도 큰 위협이다.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속력이 시속 307km이고 0.9kg 가량의 청둥오리 한 마리와 충돌한다고 가정하면, 순간 충격은 4.8t짜리 물체가 중력가속도로 떨어질 때 받는 힘과 같다.


한국의 방산 업체 LIG넥스원은 조류 퇴치 로봇을 개발했다. 지상에 설치하는 이 로봇은 주야간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 그리고 파노라믹 비전 카메라를 이용해 비행기에 접근하는 새를 탐지한다. 만약 새가 발견되면, 총이나 포, 사이렌 등 30여가지의 소리를 상황에 따라 선택해 극지향성 음향송출기(선택한 방향으로만 음파를 보내는 장치)로 내보낸다. 새가 소리에 놀라 도망가게 하는 것이다. 레이저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새에게는 레이저가 마치 커다란 막대기처럼 보인다고 한다. 현재 공군 등에서 시험 중이다.

동물을 보호하는 로봇은 아직까지 주로 미국이 개발하고 있지만, 한국도 잠재성이 높다. 이진이 KAIST 기계공학과 연구원(박사과정)은 “고래 보호에는 수중음향기술이, 드론을 이용한 동물 생태 파악에는 영상처리, 드론 제어 기술이 필수”라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지만, 그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이미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 : 우아영 과학동아
이미지 출처 : Robert F. Tobler(W), 로보틱 디코이, 커스텀 로보틱 와일드라이프, 퍼블릭 도메인, Peter Trimming(W), 오션얼라이언스, Drew Kelly, The Nature Conservancy, eBird.org, Craig Hayslip(F), WHOI, LIG넥스원

과학동아 2016년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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