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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화성 탐사? 여성 우주비행사 연구부터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화성탐사에 뛰어들면서 화성여행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4월 19일 미국 온라인매체 ‘마더보드’는 ‘왜 우리는 여성 우주비행사를 필사적으로 연구해야 하는가’라는 기사를 썼다. 화성에 가기 전 남성과 여성의 건강 차이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2024년 화성행 유인 우주선을 발사해 2025년 착륙시키겠다.” 민간우주기업인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가 6월 1일 미국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발표한 계획이다. 2030년대에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발사한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계획보다 훨씬 앞선 일정이다. 언론은 장기 우주여행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화성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이 있다. 현재 기술로 화성까지 다녀오려면 최소 2~3년이 걸리는데, 이렇게 장기간 우주공간에 머물렀을 때 우주비행사의 건강에 이상이 없을까. 우주비행사 개인의 건강은 임무수행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한 문제다.

우주비행사는 지구를 벗어날 때 높은 중력에 노출되고, 지구를 벗어난 뒤에는 매우 낮은 중력(미세중력)에 놓인다. 빛의 일주기에 따른 바이오리듬도 지구에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지고, 고에너지 방사능 입자를 맞으며, 장기간 고립된 상황이 주는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장기간 우주에 머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워낙 적어 전체적으로 건강연구가 많이 되지 못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 1961년부터 현재(2016년 6월 15일)까지 우주를 다녀 온 사람 553명 중 여성은 59명(10.7%)에 불과하다. 남성 우주비행사 24명이 달을 다녀오는 동안, 여성은 지구 저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구에서의 차이가 우주에서도 나타날까?

문제는 여성과 남성이 신체구조가 다를 뿐만 아니라, 성 호르몬 분비도 달라 질병에 대한 증상도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우주처럼 극한 환경이 아닌 지구에서 조사한 자료를 봐도 다양한 차이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심혈관계 질환은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7~10년가량 늦게 나타난다. 발병률과 사망률도 여성이 훨씬 낮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심혈관을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면역반응이 훨씬 강하게 나타나는데, 여기엔 장단점이 있다. 여성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에 저항성이 높은 반면,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자가 면역질환에 더 많이 걸린다. 또한, 여성은 폐경 이후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이 남성보다 훨씬 많이 나타난다.

신체 구조적인 차이도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멀미를 잘 느낀다. 전정신경(평형감을 뇌에 전달하는 청신경의 일부)에 유수 축색(수초로 둘러싸인 축색)의 수가 남성보다 적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에서도 여성이 멀미에 더 취약할지는 확인해봐야 한다. 우주생리학을 연구하는 김영효 인하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우주는 환경이 지구와 전혀 다른 만큼 발병양상이 다를 것”이라며 “지구에서 나타나는 차이가 우주에서 안 나타날 수도 있고, 반대로 지구에서 안 나타나는 차이가 우주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별 차이 일부 밝혀졌지만, 아직 부족해

NASA는 심혈관계, 면역계, 감각운동계, 근 골격계, 생식계, 행동적응 등 6가지 세부분야에서 우주비행사의 성 차이를 산발적으로 분석한 결과들을 종합해 2014년 논문으로 발표했다(DOI: 10.1089/jwh.2014.4914).

이 논문을 통해 양성 사이에 몇 가지 차이가 확인됐다. 여성은 지구에 착륙했을 때(중력이 갑자기 강해졌을 때) 남성보다 기립성조절장애를 많이 겪었다. 기립성조절장애는 눕거나 앉은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날 때 뇌·심장 등에 혈류가 줄어 현기증이나 호흡곤란을 앓는 것을 말한다. NASA는 논문에서 “여성은 미세중력 상황에서 다리혈관의 저항성과 혈장량이 남성보다 더 줄어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요로감염도 여성에서 더 흔하게 나타났다. 반면 우주비행 동안 청력 감퇴는 남성이 훨씬 심했다. 특히 남성은 왼쪽 귀의 청력이 오른쪽 귀보다 빨리 감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우주비행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건강위험 중 하나인 ‘두개내압 상승으로 인한 시각 장애(VIIP)’에서도 성별 차이가 있었다. 이 장애가 생기면 시야가 좁아지고 흐려지는 가벼운 증상부터 시신경유두부종(두통과 메스꺼움을 느끼며 점차 시력 상실)처럼 심각한 질병까지 나타날 수 있다. 발병 빈도는 여성(62%)과 남성(82%)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남성에서 훨씬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다.

한편 여성은 남성보다 우주방사선에 취약하다. 같은 양에 피폭되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폐암 발병률이 높고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등이 추가로 발병해 발암위험이 전체적으로 20% 높아진다. NASA는 우주비행사가 우주정거장 등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방사선으로 인해 3% 초과사망자가 발생하는 시점을 여성은 18개월, 남성은 24개월(태양활동이 가장 강할 때 기준)로 보고 있다.


성별 차이는 선발에 적용 가능

이런 차이를 알면 뭐가 달라질까. 한국인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의 주치의였던 정기영 전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장(현 글로벌튼튼병원 내과센터 원장)은 “성별 차이를 정확히 알아야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폐경 이후 여성은 심혈관질환이나 골다공증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는데, 우주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며 “나이와 성별에 따른 특징을 알고 있으면 장거리 여행을 보낼 우주인을 선발할 때도 고려해서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위험에 대비해 약물 등을 준비할 수도 있다.

정신건강 영역에선 이미 선발과정에서 성별 차이가 보정되고 있다. 우주비행사를 선발할 때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정신건강을 요구한다. 정 원장은 “장기간 고립된 환경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우주인을 선발할 때 정신건강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NASA는 논문에서 “지구에서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두 배가량 많지만, 우주비행사는 심리검사를 통과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정신건강에 별 차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를 할 때는 연구결과가 성 차별로 연결돼 한쪽 성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 원장은 “화성여행을 하는 건 장기적으로 인류가 화성에 거주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라며 “초기부터 비행팀에 여성과 남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NASA는 4~5년마다 한 번씩 우주비행사를 뽑는데, 2013년에는 여성과 남성을 각각 4명씩 뽑았다. NASA에서 성별을 똑같이 맞춰 뽑은 건 처음이다. 이들은 화성여행을 목표로 현재 훈련받고 있다.

글 : 변지민 과학동아
이미지 출처 : NASA, NSBRI

과학동아 2016년 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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