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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우리나라의 첫 우주범선, 항해준비 완료!


“우주범선은 어디 있죠?”

처음엔 당황했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 등장하는 우주범선 ‘파피용’은 무려 14만4000명의 지구인을 태울 정도로 거대하다. 돛의 면적만 100만km2다(남한 면적의 10배). 이런 우주범선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지난 3월, 충남대에서 만난 우리나라의 첫 우주범선, CNU세일-1은 생각보다 매우 아담했다(옆에 놓인 CNU세일-1을 보고도 한참 찾았다). CNU세일-1은 가로세로 각각 10cm에 높이는 약 30cm인 큐브샛 형태를 하고 있다. 무게는 4kg. 돛의 면적은 가정용 돗자리 두 개를 펼친 것과 비슷한 4m2로 작지 않지만, 발사 전이라 큐브샛 안에 고이 접혀 보이지 않았다.


추가 연료 없이 우주쓰레기 막는 ‘항력 돛’

“심우주 탐사용으로 만들어진 우주범선은 돛이 커야 합니다. 태양풍의 힘이 세지 않기 때문이죠. CNU세일-1은 심우주 탐사용이 아니라 돛의 기술을 확인하고 항력 돛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우주범선입니다.”

김승균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말했다. 항력 돛이란 공기저항력(항력)을 이용해 위성의 궤도를 바꾸는 돛이다. 위성이 위치하는 지구저궤도(지상에서부터 고도 2000km까지)에는 밀도는 작지만 대기가 존재하고, 공기저항력도 존재한다. 낙하산처럼 돛을이용해 위성을 천천히 지구로 떨어뜨릴 수 있다.
 

인공위성이 이렇게 궤도를 바꿀 때는 임무를 다 마친 뒤 스스로 소멸할 때다. 김 교수는 최근 우주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며 항력 돛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고 했다. 고도 450~700km 사이에는 전세계가 쏘아 올린 위성 수백 개가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피해 궤도를 돌고 있다. 영국 사우스햄프턴대 휴 루이스 교수는 201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에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전세계가 쏘아올린 위성의 수는 약 160개”라며 “이 속도라면 위성 사이의 거리는 17km까지 가까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의 우려는 이미 2013년 현실로 드러났다. 에콰도르 항공우주국(EXA)이 2013년 쏘아 올린 소형 위성 ‘NEE-01 pegaso’가 같은 해, 구소련의 일회용 로켓‘SL-14’의 파편과 충돌한 것이다. SL-14는 1985년에 발사돼 한참 전에 임무가 끝났지만, 폭발되지 않고 우주를 떠도는 우주쓰레기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미국, 일본, 영국, 인도 등 11개국이 포함된 ‘우주청 간 우주폐기물 조정위원회(IADC)’는 우주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2007년 발표했다. 여기엔 임무 종료 후 지구저궤도에서 우주비행체의 장기 잔류를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지는 않다.

“비용 때문이죠. 임무가 끝난 비행체를 처리하려면 지구 대기권에서 폭발하도록 위성의 궤도를 지구쪽으로 조절해야 하거든요. 그럼 추가적인 연료가 필요합니다. 연료가 1kg만 늘어나도 발사하는 비용만 5000만 원 이상이 뜁니다.” 김 교수가 말했다. 위성 무게의 상당부분이 연료인 것을 생각하면, 임무가 끝난 후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추가 비용은 무척 ‘센’ 편이다. 항력 돛은 이 문제의 좋은 해결책이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항력 돛 기술 연구가 활발하다. CNU세일-1이 오는 7월, 돛을 펴는 데 무사히 성공하면 한국의 항력 돛 기술을 증명하게 된다.

머리카락 절반 두께의 돛, 어떻게 펼까

기술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자 김 교수는 “돛이 문제없이 펴지는지”라는 다소 싱거운 대답을 했다. 취재를 가기 전 미리 찾아 본 영상에서는 CNU세일-1의 돛이 문제없이 잘 펴졌기 때문이다(QR코드 참조). “혹시 지금 펴볼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교수는 “돛을 접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린다”며 난감해 했다.

돛이 펴지는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돛은 가로로 접느냐 세로로 접느냐에 따라서도 펴지는 속도가 달라진다(세로로 접는 게 더 빨리 펴진다). 돛의 두께는 25μm로, 머리카락 두께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찢어지지 않게 펴는 것도 일인 데다가, 지구에서는 문제 없이 잘 펴지던 돛이 우주공간의 예상치 못한 변수로 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독일항공우주센터(DLR)와 영국 서리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등 세계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개발해 2015년 7월 10일에 발사한 ‘디오빗세일(DeorbitSail)’도 돛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

CNU세일-1은 ‘붐의 복원력’을 이용해 돛을 편다. 붐이란 돛의 뼈대 구조로, 어느 정도 장력이 있는 소재를 사용한다. CNU세일-1은 줄자를 이용한다. 연구실에 줄자가 널려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큐브샛 안쪽에는 말려있는 줄자가 낚시 줄에 고정돼 있다. 지상에서 신호를 주면 낚시 줄 아래 위치한 작은 기판에서 열이 발생해 낚시 줄을 끊는다. 팽팽하던 낚시 줄이 끊어지면 말려 있던 줄자가 자체의 복원력과 코일 스프링의 도움으로 쫙 펴지면서, 연결된 돛도 함께 펴진다. 간단한 원리지만 돛이 펴지면서 발생하는 마찰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세밀한 계산과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 작업이 필요하다.

돛의 방향으로 궤도를 조정하기 때문에 자세 제어 기술도 중요하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이카로스는 돛의 반사율을 조절해 회전을 제어한다. 돛의 네 변에 코팅된 필름은 전류가 흐르면 햇빛을 강하게 반사하고, 전류가 흐르지 않으면 난반사가 일어나는 특수 필름이다. 전류가 흐르는 쪽은 상대적으로 강한 힘을 받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회전하게 된다. 영국 서리대의 ‘큐브세일’은 돛의 중앙에 십자 모양의 레일을 설치해 회전축(큐브샛) 자체를 움직이게 설계했다. 회전축이 중앙에 있으면 돛의 상하좌우는 모두 같은 면적이지만, 축이 이동하면 면적이 달라지고 면적이 큰 쪽이 큰 힘을 받아 회전한다.
 

회전력을 이용해 돛의 방향을 바꿔라

이번이 첫 시도인 CNU세일-1은 이보다는 좀 더 안전한 방식을 이용한다. 김 교수는 “우주범선은 일반 위성에서 사용하는 자세 제어 방식인 3축 안정화 방식과 자기 토커(magnetic torquer)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3축 안정화 방식은 세 개의 동그란 토커가 xy, yz, zx면에 각각 존재해 토크의 회전으로 자세를 제어하는 방법이다. 모든 물체는 운동량을 보존하려는 물리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회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회전이 가능한 의자에서 내가 몸을 왼쪽으로 돌리면 의자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세 면에 모두 토커가 달려있기 때문에 이들의 회전을 이용하면 위성의 방향을 3차원으로 조절할 수 있다.



자기 토커에는 위성 내부에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코일이 설치돼 있다. 지구는 하나의 큰 자석이므로 지구의 주변을 도는 위성은 지구 자기장의 영향을 받게 된다. 자기 토커는 코일에 흐르는 전류의 방향으로 자기력의 방향(N극과 S극)을 결정하고, 지구 자기장과의 상호작용(인력과 척력)을 이용해 회전방향을 결정한다. 원리가 간단해 조작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성 내부에서 자기장을 발생시킬 때 자기장을 이용한 센서가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자기 토커를 사용할 때는 자기장 센서를 꺼놓은 채로 사용한다.

추진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주범선의 경우 돛의 가장자리에 추진기를 설치할 때 가장 큰 돌림힘을 만들 수 있다. 돌림힘(τ=r×F)은 회전축으로부터 추진기 사이의 거리(r)에 비례한다. 추진기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돛이 커야 해서 크기가 아담한 CNU세일-1에는 맞지 않는다. 김 교수는 “더구나 우주 공간은 지상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많아 움직이는 기계는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CNU세일-1은 3축 안정화 방식을 주로 이용하고, 보조 제어 장치로 자기 토커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독자가 이 기사를 읽을 때 쯤에는 CNU세일-1이 한국에 없다. 어쩌다 보니 ‘CNU세일-1을 보는 마지막 외부인’이 된 기자가 찾아가고 이틀 뒤, CNU세일-1은 최종 기술 심사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 옮겨졌다가 4월 1일 네덜란드로 출국했다. 현재는 최종 발사지인 미국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발사는 5월 31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발사 측의 사정으로 7월 15일로 일정이 연기됐다).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은 항력 돛을 시험하기 위한 우주범선일 뿐이지만,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우리는 처음으로 우주범선의 정보를 가지게 됩니다. 미래의 우주범선 개발에 분명 중요한 정보가 될 겁니다.”


 

지구에서 2광년(18조9천200억 km)이나 떨어진 행성‘JW103683’에 가기 위한 우주범선 파피용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주범선은 1976년 칼 세이건이 처음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 ‘더 투나잇 쇼’에서 “태양풍을 이용한 우주선”이라며 “기존의 것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미국행성협회는 첫 우주범선 코스모스 1호를 만들어 2005년 6월 발사했지만 발사된 지 83초 만에 추진 로켓의 엔진 결함으로 추락했다. 코스모스 1호는 한 변이 15m인 삼각형 돛이 거대한 풍차처럼 8개가 달려있는 모양이었다.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나노세일-D를 만들어 2008년 8월에 발사했다. 나노세일-D는 코스모스 1호와는 다르게 한 변이 10m인 사각형 돛을 적용했다. 하지만 역시나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처음으로 심우주 탐사에 성공한 우주범선은 일본 JAXA의 이카로스다. 이카로스는 2010년 5월 20일에 발사돼 같은 해 12월 8일, 금성에서 8만800km 떨어진 지점까지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 203일 만에 이뤄낸 쾌거였지만, 일반 우주선보다 획기적으로 빠르지는 않았기에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속도를 보완하고자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UC 샌타바버라 필립 루빈 교수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나사 첨단혁신연구프로그램(NIAC)’에서 ‘광자추진체’를 제안했다. 우주범선은 태양과 멀어지면 힘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를 지상에서 쏘는 레이저로 보완하겠다는 아이디어다. 루빈 교수는 “광자추진체를 이용하면 빛의 속도의 26%에 달하는 속도를 낼 수 있으며, 화성까지 3일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NASA는 돛 대신 전자기장을 이용한 ‘이-세일(E-Sail)’을 실험하고 있다(과학동아 5월호 과학뉴스 참조). 우주범선은 전자와 양성자 등의 입자가 돛에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힘을 이용하는 반면, E-Sail은 돛 대신 긴 와이어에 전류를 흘려 전자기장을 형성해, 태양에서 오는 양성자와의 전기적 반발을 동력으로 삼는다. 돛을 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훨씬 넓은 면적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 : 최지원 과학동아
이미지 출처 : Papillon, 최지원, 미국행성협회, JAXA, 김승균

과학동아 2016년 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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