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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 막 먹은 영혜씨, 8주간 유전자 다이어트를 체험하다!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반영해 최적의 체중관리 방안을 알려드립니다.”

벤처기업 ‘제노플랜’에서 제공하는 ‘유전자 맞춤형 다이어트’의 홈페이지 홍보 문구였다. 차갑게 식었던 의지가 다시 한번 샘솟는 걸 느꼈다. 유전자라니! 주제부터 과학 기자와 꼭 맞지 않은가! 침 2mL만 있으면 나의 유전자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가을쯤 정식으로 출시된다는 분석 키트를 어렵게 구했다. 3시간 동안 입안을 비우고, 10분간 레몬과 디저트 사진을 보면서 한 방울씩 겨우 모았다. 생각보다 쉽진 않았지만 첨단유전체 기술을 체험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텼다. 침은 혈액과 달리 상온에서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어서 ‘23앤미(23andMe)’와 같은 외국 유전자 분석 회사에서도 자주 사용한다. 날카로운 바늘로 소중한 혈관을 찌르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평균 DNA 획득량도 55μg/mL로 혈액(30μg/mL)에 비해 더 높다. 기자 역시 간단히 침 몇 방울을 이용해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다. 그때가 6월 2일이었다. “당신은 비만이 되기 쉬운 몸입니다”

7월 2일, 한 달 동안 목 빠지게 기다리던 결과가 도착했다(시제품인 탓에 분석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평소 다이어트를 해도 요요가 반복되고, 밥을 먹고 돌아섰는데도 금방 허기가 졌던 이유를 유전자에서 찾을 수 있었다(모든 것이 부모님 탓!). 실제로 체중에는 환경적인 요인뿐 아니라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1998년 5월 사이언스에 실린 ‘인간 비만 유전자에 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이 체중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적게는 40%, 많게는 70%다. 신진대사 속도가 일반 성인의 평균보다 느리거나 같은 운동을 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 등이 유전적 요인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 모든 걸 침 2mL로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 결과에 오류가 있지는 않을까. 제노플랜은 침 속에 들어있는 DNA를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기기를 이용해 증폭한 뒤 단일염기다형성(SNP)을 읽어냈다. 사람과 사람은 유전자의 99.9%가 동일하고 0.1%만 다르다. 차이는 염기서열 특정 위치에서 나타하나의 형질은 인접한 여러 개의 SNP가 함께 결정한다. 마치 물감이 섞여서 색을 내는 것과 유사하다. 기자의 비만위험도를 예로 들면 18번 염색체의 MC4R, 16번 염색체의 FTO, 4번 염색체의 GNPDA2, 1번 염색체의 NEGR1, 12번 염색체의 LOC144233 총 5가지 SNP가 관여하고 있었다. 18번 염색체의 MC4R은 시상하부에서 높게 발현되는 유전자인데, 배고픔과 포만감을 조절한다. 체질량지수(BMI)와 비만 유병률 등에 관여한다. 16번 염색체의 FTO 유전자는 최초로 확인된 비만 위험 유전자다. 역시 시상하부에서 높게 발현돼 에너지 섭취를 조절한다. 이렇게 서로 연관된 SNP의 조합을 ‘하플로타입’이라고 한다. 비만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염색체 전반에 200개나 된다.
 


하플로타입을 분석하는 방법은 간단하지 않다. 여러 가지 선행 연구들을 근거로 추측할 뿐이다. 예를 들어 비만위험도는 2009년 5월 ‘분자의학저널(Journal of Molecular Medicine)’에 실린 ‘비만의 원인 유전자인 MC4R과 FTO가 결합했을 때의 효과’ 등의 논문을 토대로 분석했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연구진이 유럽인 4762명을 대조군으로 해 프랑스 성인 3167명의 SNP를 분석한 것인데, MC4R 부분의 SNP가 CC인 사람은 TC, TT인 사람에 비해 비만이 되기 쉽고, FTO부분의 SNP가 AA인 사람은 TA, TT인 사람보다 비만일 가능성이 높았다. 기자의 SNP는 각각 TC와 TA였다. 이런 경우 비만이 될 위험이 ‘평균 이상’이다. 김성식 제노플랜 연구개발실장은 “SNP마다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한다”며 “여러 개의 SNP에서 중복해서 비만 유전자가 확인되면 비만 위험도가 높을 것이라고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기자의 유전자에 맞는 맞춤형 다이어트 방법은 고단백질 식이와 지구력 운동이었다(이 답을 얻고자 내가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가!). 여기엔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고단백질 식이를 추천하는 이유는 기자의 유전자 특성상 탄수화물과 지방 대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운동도 근력 운동보다는 지구력 운동을 할 때 효과가 좋다고 했다. 그밖에도 비타민 A를 보충할 것,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심할 것, 카페인 섭취를 줄일 것 등의 처방이 내려졌다. SNP로 알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운동과 다이어트… ‘맞춤형’ 가능하다

추가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운동과 관련한 유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연구가 이뤄져 왔다. 주로 경기에서 성적이 좋은 운동선수들의 SNP를 분석해 그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SNP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6번 염색체 위에 있는 PPARD이다. 폴란드 슈체친대 연구팀이 ‘스칸디나비아 의학&스포츠 저널’ 2013년 10월 14일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PPARD는 혈당 및 지질 대사와 관련이 있어서, 이 부위가 AA인 사람이 지구력 운동 능력이 좋다. 아시아인 중에 이런 유전자 타입은 5.4%에 불과하다(기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스프린트 유전자’라고 알려진 11번 염색체의 ACTN3 부위가 CC인 사람은 근력운동을 했을 때 효과가 높다. 아프리카계 운동선수들 가운데 이 비율이 높다.

이런 모든 조건에 맞춰 유전자 다이어트를 수행하는 데는 꼬박 2달이 걸렸다. 9월 2일까지 기자는 매일 식사 중 한 끼를 열량이 300kcal 정도인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했다. 또 일주일에 3회 이상 40분씩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했다. 두 달 동안 총 1만8000kcal의 열량을 줄이고(일반식을 600kcal라고 가정), 960분을 추가로 운동한 셈이다. 2달 뒤 기적이 일어났다.


 

 

아직 불확실성이 있다. 그러나…

몸무게가 단 100g도 줄지 않은 것은 기적이었다.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가 1인치씩 줄긴 했지만 운동량과 조절한 열량에 비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이 2014년 11월 ‘플로스원’에 발표한 연구 등 수많은 연구들은 DNA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기자에 앞서 유전자 다이어트 베타 서비스에 참여했던 사람은 한달 동안 무려 6kg이 빠졌다고 했다. 그런데 왜!

9월 4일 질문이 빼곡이 적힌 A4 종이 3장을 들고 제노플랜 본사를 찾아갔다. 김정민 제노플랜 연구소장은 분노한 기자에게 “SNP 분석은 예측일 뿐, 진단이 아니다”라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한 마디로 확률이라는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SNP를 가지고 있을 경우, 운동을 잘 할 확률이 높은 것이지 반드시 운동 능력이 높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불확실성은 SNP의 본질적인 한계다. 실제로 SNP는 DNA 가운데 극히 일부분이고 전부 밝혀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SNP를 분석하는 방식도 회사마다 차이가 난다. 하나의 기능에 수십 가지 SNP가 관여하다보니, 어떤 SNP에 가중치를 더 많이 주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의 SNP를 분석하더라도 분석 결과가 다를 수 있다. 2013년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3개의 대표적인 유전 정보 회사 23앤미, 패스웨이 게노믹스(Pathway Genomics), GTL에 같은 사람의 질병 가능성을 분석 의뢰했는데 결과가 ‘유의미하게’ 달랐다. 지금까지의 SNP 연구가 주로 유럽,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져온 것을 감안하면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의 SNP 분석 결과의 신뢰도는 더 낮다.

“아직 정확하지 않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강병규 제노플랜 대표는 “정보가 완벽하지 않다고 사장시키는 것보다, 부족한 부분을 연구를 통해 개선해가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제노플랜은 대한민국 국민건강통계 자료 등으로 한국인에 대한 부족한 자료를 보강해 나가는 중이다. 강 대표는 “한국인 SNP와 관련된 최신 연구결과가 나올 때마다 이를 반영해 소비자들에게 업데이트된 다이어트 처방을 제공할 것”이라며 “유전 정보를 분석한 과정을 오픈 소스로 공개해 잘못된 부분을 외부 과학자들과 함께 수정해나갈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모두 바람직한 말이지만 기자의 마음을 움직인 말은 따로 있었다.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할 때 벽에 부딪치는 순간이 있어요. 노력했는데 효과가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유전자 다이어트는 다이어트 효율을 높여, 실패할 확률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자에 앞서 유전자 다이어트를 직접 해봤다는 김성식 실장의 말이다. 다이어트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내 유전자를 봐서라도 다이어트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201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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