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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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가지 악기 품은 프로그램
사실 골드웨이브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에겐 꽤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음원의 속도나 높낮이, 세기를 조절할 수 있고 노래를 앞뒤로 잘라 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목소리를 직접 녹음해서 편집할 수도 있다. 기능이 단순해 예쁜 아이콘을 이리저리 클릭하다보면 초보자도 금세 익숙해진다. 여기에 맛을 들이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노래를 짓는 프로그램도 찾게 된다. 대표적인 작곡 소프트웨어가 큐베이스(Cubase). 악보를 볼 줄 몰라도, 악기를 다룰 줄 몰라도 누구나 작곡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베토벤은 귀가 안 들리는데도 작곡을 했다. 그에게 큐베이스가 있었으면 심지어 악기 살 돈이 없었더라도 작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악기는 프로그램 안에 다 들어있다. 리드․베이스 기타, 드럼,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등 원하는 악기를 골라 음의 세기와 멜로디, 리듬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발라드, 힙합, 팝 등 마음에 드는 장르도 선택 가능하다. 큐베이스뿐 아니라 가상악기 80개를 연주할 수 있는 개러지 밴드(Garage Band), 전자음악에 최적화된 에프엘 스튜디오(FL studio) 같은 작곡 소프트웨어도 있다.
예술 창조하는 소프트웨어
사람을 사로잡는 건 물론 기술이 아닌 ‘감각’이다. 그런데 때론 기술이 새로운 감각을 깨워 예술을 창조해내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예술가 그레이엄 핑크는 시선 추적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눈으로 그림을 그리는 영상을 3월 12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눈에 쏴서 반사되는 빛을 분석해 안구 운동을 파악하는 소프트웨어가 적용됐다. 덕분에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소프트웨어가 화가의 손가락과 붓이 되어준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더 이상 도구로만 볼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영상이다. 프리미어, 에디우스, 베가스, 아비드, 파이널컷프로 같은 편집프로그램 없인 아예 영상을 만들 수 없다. 영상을 오리고 붙이면서 음악과 자막을 넣고, 다양한 효과를 넣기 위해선 솜씨 좋은 편집자가 꼭 필요하다. 아름다운 예술영화와 다큐도 여기서 탄생한다.
“첨단 IT시대엔 예술작업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뤄진다.” 작년 11월 SW기업 한글과컴퓨터의 김상철 회장이 홍익대와 ‘SW산업과 예술의 융합’ 산학협력을 체결하면서 한 말이다. 예술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빅뱅, 투애니원, 소녀시대, 싸이 등 K-POP 스타들은 홀로그램을 이용해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홀로그램 기술 또한 그 핵심에는 컴퓨터그래픽스 같은 소프트웨어가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자와 예술가가 나란히 앉아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공동기획 : 미래창조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