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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최전선에 있는 학자”

서아프리카에서 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기세가 무섭다. 발병국 중 하나인 시에라리온은 현지시각으로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72시간 동안 전국에 통행금지를 내리고, 이 기간 동안 의료진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에볼라 발병 여부를 가려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동물실험으로 효능을 판단하던 치료제, 지맵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지만,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다. 그냥 두면 죽고, 개발 중인 치료제를 맞으면 죽을 수도, 살 수도 있으니 일단 치료를 시작한 셈이다. 에볼라를 견뎌낸 사람의 혈액을 수혈 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됐다는 소문이 돌자 에볼라 생존자의 혈액이 암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뒤숭숭하지만 그 최전선에서 학자들은 바이러스와 대치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과 싸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4세기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페스트(흑사병)도 있었고,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천연두도 있었다. 그 때마다 과학자들은 본인이 감염될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들었다. 과학자들은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들었고, 페스트의 원인을 밝혀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페스트와 콜레라’는 바로 이 페스트균을 발견한 프랑스의 의사 알렉상드르 예르생의 일대기를 그린소설이다.


페스트는 세균의 일종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에 의해 발병한다. 14세기에 가장 크게 발병했는데 당시 전 유럽 인구의 20~30%를 죽일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었다. 지금이야 초기에 발견되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병의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향을 태우거나, 공기를 정화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페스트를 유발하는 균은 1894년 홍콩에서 알렉상드르 예르생이 발견했다.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도 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프랑스 출신이지만 예르생이 일생을 바친 곳은 아시아다. 1890년 선상 의사가 돼 베트남을 돌아다니면서 소수민족에게 의술을 전하고, 육로 지도를 만드는 탐험을 하다가 페스트가 창궐하면서 홍콩으로 이동한다. 페스트균을 발견한 것도 이때다. 말년에는 베트남 냐짱에 정착해서 지금은 콜라로 알려진 음료를 발명하는가 하면, 말라리아의 치료제를 얻을 수 있는 키니네나무나 고무나무를 들여와 부자가 되기도 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호치민을 꼽지만, 외국인 중에 찾으라고 하면 예르생을 꼽는다고 한다. 지난해가 예르생 탄생 150주년이었는데 프랑스와 공동으로 기념우표도 발행했다. 호치민 시에 있는 외국어 도로 단 세 개 중 하나가 예르생로(路)일 정도다.


질병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학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름을 알리기보단 자신의 행위로 질병을 정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 에볼라 발병 지역에 뛰어든 의사들 역시 그렇다. 지금은 학자 혹은 의사 중 한 명이겠지만 먼 훗날 지금의 예르생처럼 이야기로, 소설로 재조명 받을지도 모른다. 에볼라와 싸우고 있는 최전선의 학자를 생각하며, 독자 여러분께 이 책을 권해드린다.



천문학자의 눈으로 본 신화
 

201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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