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르르~ 철컥, 드르르~ 철컥, 웽~.”
작은 상자 크기의 로봇(25×25×25cm3)이 탁구대보다 조금 작은 경기장 위를 분주히 이동하며 파란공 사이에 놓인 빨간공을 수거한다. 로봇이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기지로 돌아오자 심판이 스톱워치를 멈춘다.
“10초 66!”
심판의 판독이 나오자 정규종목 고등부에 참석한 대전 DDS팀 이성우 군(대전 보문고 2학년)과 김태경 군(대전 송촌고 1학년)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세계자연보호연맹에서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된 코모도 도마뱀의 알(빨간공)을 정확히 분류해 다른 동물의 알(파란공)을 건드리지 않고 가져오는 경기다. 임무를 완수한 팀 중에서 속도가 빠른 순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DDS팀은 고등부 참가팀 72개 중에 4위를 차지했다. 김태경 군은 “예상할 수 있는 경기의 미션을 모두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인드스톰 로봇으로 문화유산을 지키다
세계 초·중·고생들의 로봇 대회인 ‘월드 로봇 올림피아드 2013(WRO2013)’이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전시장인 에코벤션에서 열렸다. 레고에듀케이션의 ‘마인드스톰’을 활용해 제작한 로봇으로 경연하는 이 대회는 2004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을 돌아가며 열린다. 매 대회마다 참가자들이 풀어야 하는 임무가 바뀐다. 이번 대회에서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홍보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경기는 정해진 경기 규정에 따라 경쟁하는 ‘정규 종목’, 주어진 주제를 놓고 창의적으로 로봇을 만드는 ‘창작종목’, 로봇 축구대회인 ‘GEN II 풋볼’ 등 3개로 나뉘어 진행됐다. 정규 종목에서는 초등부문 임무로 인도네시아 염색 문화인 ‘바틱’을 알리는 것, 중등부에는 9세기 건축 ‘보로부두르 사원 복구’, 고등부에는 멸종위기종인 ‘코모도 도마뱀 알 보호’가 주어졌다. 창작 종목은 세계 문화유산 중 하나를 선정해 홍보 및 보전하는 로봇을 제작하는 것이 과제였다. 밤방 루슬리 WRO 2013 대회 운영위원장은 “이 대회를 통해 선조가 남긴 유산과 흔적을 짚어보고, 기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국 고교생 팀 정규종목 4위 올라
인도네시아 대회는 세계 36개국에서 392개팀이 참석했다. 우리나라도 정규 종목에 12개팀, 창작 종목에 5개팀, 로봇 축구에 4개팀 등 모두 21개 팀이 참석했다. 이중 정규종목 고등부에서 DDS팀은 4위를, 중등부에서 창의7팀이 8위에 올랐다.
1위를 차지한 종목은 없었지만 참가 학생들은 대회를 통해 좋은 경험을 얻었다. 로봇 축구에 참가한 수영3팀 윤준혁 군(부산 동백초 6학년)은 “제작해 온 축구 로봇이 규정보다 커서 당황했지만, 바로 크기를 수정하면서 로봇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창작 종목에 참가해 안동 하회마을 별신 굿 탈놀이를 알리는 로봇을 출품한 로콤팀의 이은성 군(부산 해운대초 5학년)은 “로봇은 잘 작동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심사위원의 질문에 영어로 답변을 잘 못해서 아쉬웠다”며 “앞으로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외국 참가팀의 작품을 보는 것도 참가 학생들에게는 큰 소득이었다. DDS팀 이성우 군은 “경쟁팀 중에는 속도가 빠른 모터를 쓰면서도 정확하게 제어하는 로봇을 만들거나, 우리 팀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든 팀이 있었다”며 “외국 친구들과 교류를 하면서 생각을 넓힐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존슨 얀 WRO조직위원장도 “대회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 만들며 스스로 성취감 느껴
WRO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에 대학생 시범 종목을 도입했다. 화성의 각 기지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경기로 19개 팀이 참가했다. 클라우스 디트랩 크리스텐슨 WRO 사무총장은 “대학생들의 활동을 보고 청소년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성인들의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FEST 창의공학교육협회 회장인 도경민 인덕대 교수는 “로봇 대회에 참가해 임무를 완성하면서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다”며 “특히 부모 주도의 학습과 달리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WRO 2014년 대회는 ‘우주’를 주제로 러시아에서 열린다. WRO조직위원회는 또 2015년 개최지로 카타르를 선정했다. 행사 주제는 내년 1월경 러시아에서 열리는 조직위원회에서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