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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균 리턴즈’ 기사의 주인공 내성균은 슈퍼박테리아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는 슈퍼박테리아라는 표현을 한 번밖에 쓰지 않았습니다. 의학계에서 잘못된 용어라는 지적이 많고, 과학적으로도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성균은 한두 개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병원균입니다. 하지만 다른 항생제로 치료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절망적인 병원균은 아닙니다. 그런데 슈퍼박테리아라는 표현을 쓰면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병원균 같습니다. 독성도 엄청나게 센 느낌입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슈퍼박테리아라는 표현을 싫어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의사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게 꼭 맞는 걸까요. 내성균, 다제내성균이라는 딱딱한 말보다는 슈퍼박테리아가 대중에겐 익숙한데다 금방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몸에 해로운데 왜 활성산소?
과학기사를 쓰다보면 이처럼 용어를 놓고 많은 갈등을 하게 됩니다. 2000년대 중반들어 ‘조류 독감(AI)’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도 그랬습니다. 조류 독감이라는 말이 쉽고 분명했는데 의학계에서 “지나친 공포감을 조성한다”며 ‘AI’ 또는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말을 써달라고 요구한 거죠. 사실 인플루엔자를 번역하면 독감인데다 외국 언론도 조류 독감 즉 ‘bird flu’라는 말을 쓰고 있어서 갸우뚱하기는 했습니다. 인공지능의 AI와 혼동되는 것도 있고요. 다행히 인플루엔자, AI라는 말이 비교적 쉽게 대중화되는 바람에 무난히 넘어가게 됐습니다. 다만 AI가 주는 공포감은 지금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잘못된 과학용어가 정착되면서 오히려 뜻이 헷갈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명과학이나 의학 기사에서 종종 나오는 ‘활성 산소(radical oxygen)’가 한 사례입니다. 활성 산소는 기존 산소 원자나 분자에 전자가 과하게 결합하면서 지나치게 반응성이 높아진 산소를 말합니다.
이 때문에 주변에 있는 세포나 단백질, DNA를 심하게 공격하는 산소인데 흔히 노화나 암,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문제는 ‘활성’이라는 수식어입니다. 반응성이 높다는 의미의 활성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활력, 즉 좋은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그러다보니 활성산소가 몸에 해롭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꾸 ‘좋은 산소’라는 뉘앙스의 말을 쓰게 되는 거죠. 차라리 ‘독성 산소’ ‘과민한 산소’라고 이름을 붙였다면 좋았을지 모릅니다. 최근에는 활성산소가 몸에 필요할 때도 많다고 하니 어쩌면 좋은 의미로 복권될지도 모르겠네요.

지난해부터 ‘불산’ 사고가 많이 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과학동아 12월호에는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불산은 잘못된 용어며 플루오린산이라고 불러야 된다”고 주장하는 기사가 나갔습니다. 얼마전 이 교수를 만났는데 “이제 불산이라고 써야겠어, 도저히 안 바뀌어”라고 하더군요. 이처럼 한번 굳어진 과학용어를 바꾸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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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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