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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유전체(게놈) 거의 대부분(사람의 경우 98%)을 차지하는 ‘비번역 DNA’, 일명 쓰레기(정크) DNA가 정말로 ‘쓰레기’일까. 아니면 중요한 유전 정보를 갖고 있음에도 현대 생물학으로 알아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일까. 생물학계에서 비번역 DNA의 기능을 놓고 연구 경쟁이 한창이다.

비번역 DNA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DNA 부위로,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쓰레기라는 수식이 붙었다. 하지만 생물 대부분의 유전체에서 유전자를 만드는 DNA보다 훨씬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어, 과학자들은 뭔가 알려지지 않은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계속해왔다.

지난해 9월 미국 등 32개국이 참가한 공동 연구팀이 ‘네이처’ ‘사이언스’ 등 6개 학술지에 비번역 DNA 중 일부가 유전자의 복제를 조절하는 물질을 만들거나 직접 작용해, 생명 활동을 정교하게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과학계는 DNA의 기능이 새롭게 조명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다시 비번역 DNA가 쓸모없는 것일 수 있다는 논문이 ‘네이처’ 5월 12일자에 실렸다.

루이스 헤레라-에스트렐라 멕시코 생물다양성유전체학국립연구소 박사팀은 작은 동물을 먹는 식충식물인 열대통발기바(Utricularia gibba)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열대통발기바는 민물습지에 살면서 주머니로 먹이를 잡아먹는 정교하고 복잡한 식물이다.

과학자들은 복잡하고 섬세한 생물일수록 정교한 조절이 중요하며, 유전자나 비번역 DNA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열대통발기바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대단히 적은 수인 약 8000만 개의 DNA 염기쌍만을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식물과 가까운 친척 식물인 포도나 토마토가 약 5억~8억 개의 DNA 염기쌍을 지닌 것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하다.

대신 유전자 수는 많았다. 모두 2만 8500개의 유전자를 지녀서, 2만 1000개 정도인 사람보다 다양했다. 전체 DNA 중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97%로, 사람(30억 개의 DNA 염기쌍 중 2만 1000개의 유전자를 지님)의 2%보다 월등히 높았다. 쓰레기 DNA가 거의 없이, 유전자로 꽉 차 있는 ‘알짜’ DNA인 셈이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열대통발기바가 진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불필요한 DNA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헤레라-에스트렐라 박사는 “이 식물은 필수적이지 않은 DNA(비번역 DNA)는 제거하고, 다른 식물과 비슷한 기능을 지닌 DNA(유전자)는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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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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