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진은 인류에게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키는 자연재해라고 볼 수 있다. 한 순간 발생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다. 사고 후에 생존한 사람들이 받는 정신적인 피해도 크다.

인류는 크고 작은 지진을 겪어 왔다. 1556년 1월 23일 중국 산시성에서 발생한 규모 8의 지진은 인류가 겪은 재난 중 가장 인명피해가 큰 사건으로 기록됐다. 무려 약 83만 명이 사망했다.

올해도 어김 없이 중·대형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바다에서 발생했지만 4월 20일, 중국 쓰촨성에서 발생한 규모 6.9 지진은 180명이 넘는 사망자(22일 상황)를 냈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달 21일,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규모 4.9 지진이 발생했다. 관측 이래 6번째로 큰 규모다.

지진의 주기적 발생=지구가 살아있다는 증거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지구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지구 표면은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지각판으로 구성돼 있다. 지각판들은 맨틀 물질이 부분적으로 녹아있는 연약권(軟弱圈) 위에 떠 있다. 연약권은 액체 상태인 맨틀이 대류하는 방향에 따라 흐른다. 즉, 지구 중심의 방사성 물질의 붕괴열 때문에 일어나는 맨틀 대류가 지구 표면의 판을 이동시키고, 이로 인해 지구 표면이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이때 판이 충돌하거나 분리되는 과정에서 산맥이 형성되고, 바다가 사라지며, 화산이 발달한다.

지진이 얼마나 큰 규모로 일어날지, 얼마나 자주 발생할지는 매질인 땅에 작용하는 힘인 ‘응력(應力)’에 따라 결정된다. 응력은 판이 이동하면서 판의 경계부에 쌓이는데, 판이 충돌할 때 매질에 응력이 누적된다. 누적된 응력이 매질이 견딜 수 있는 한계 응력값(임계치)에 도달하면, 이 매질이 쪼개진다. 이 현상이 지진이다.

응력을 만드는 지각 판의 이동은 맨틀 대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매년 일정하게 일어난다. 따라서 판의 충돌에 의한 응력 발생량도 매년 일정하며, 누적되는 속도도 일정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된 응력을 견딜 수 있는 한계점에 도달하면 결국 땅이 쪼개지고 누적된 응력은 해소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응력이 쌓인다. 즉, 지진은 일정한 양의 응력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판의 경계부와 같이 응력이 지속적으로 일정하게 쌓이는 지역에서는 주기적으로 지진이 발생한다.

결국 지진 발생은 매질의 상태에 달려있다. 단층, 습곡, 산맥, 계곡, 분지, 충돌대와 같은 지질 구조는 매질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매질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응력이 고르게 누적된다고 봤을 때, 매질이 약한 지역이 가장 먼저 한계점에 도달한다. 이 때 지진이 발생한 지역 인근에 누적됐던 응력들이 지진이 발생한 지역, 즉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역으로 옮겨온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했던 지역에 지속적으로 지진이 일어난다. 바꿔 말하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주변은 오히려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간의 활동도 지진에 변화를 준다. 지하수 흐름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인공호수가 개발되거나, 광산 개발, 인공 발파 등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변한다.



지진의 주기? 수십 년에서 수천 년까지 다양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안드레아스 단층대는 지진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태평양판과 북미판의 경계에 있으며,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 단층이다. 판경계부에 있기 때문에 양 쪽의 판이 상호 이동하면서 매년 일정한 응력이 쌓인다. 샌안드레아스 단층의 한 지류인 파크필드 지역에서는 1857년부터 1966년까지 6차례 동안 규모 6의 지진이 일정하게, 약 18년 주기로 발생해왔다. 과학자들은 1993년에 규모 6의 지진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004년에 발생했다. 이 지연 발생에 대해 다양한 과학적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 수도권과 가까이 있는 태평양 연안의 난카이 해구지역에 100~250년 주기로 규모 8 내외의 대형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단층의 연대 측정을 통해 확인해보니, 지진이 서기 684년부터 1946년까지 난카이해구의 여러 지역에서 번갈아 가며 일정한 간격으로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 발표에 의하면 향후 30년 내 난카이 해구 지역에 대형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60%에 이른다. 난카이 해구에 인접해 있고, 인구 밀도가 높은 일본 수도권 지역의 지진 재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이어진 2011년 규모 9.1의 동일본 대지진 역시 600~1300년 주기로 일어나는 초대형 지진이다. 중국, 터키 등 활성 단층대를 따라 다양한 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진은 주기적으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연쇄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초대형 지진일수록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크다.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지진이 또 다른 초대형 지진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진계가 개발된 1900년 이래로 규모 8.5 이상의 초대형지진은 총 16회 발생했다. 이 가운데 1950~1965년에 발생한 지진이 7회, 2004년 이후 발생한 지진이 5회로,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1965년 규모 8.7 알라스카 지진이 일어난 이후부터 2004년 규모 9.1 수마트라섬 인근 지진 발생 이전까지는 초대형 지진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초대형 지진이 일어난 위치는 칠레 서부해안, 알래스카, 인도양 수마트라 섬 인근, 동일본 앞바다, 캄차카 반도, 남미 에콰도르 해안, 인도네시아 반다해, 쿠릴열도 등으로 태평양 연안의 판의 경계를 따라 비교적 고르게 분포한다. 하나의 거대한 초대형 지진이 다른 지진을 일으키는 데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다. 각 지역에 다르게 쌓여 있던 응력이 반응해 연쇄적으로 지진이 일어난 뒤에는 전지구적인 응력 평형상태에 도달해 비로소 초대형 지진 발생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지진예보는 얼마나 가능한가
지진 예측을 오로지 주기성에 의존하기에는 부족하다. 과학자들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인공위성, 변형률계 등을 활용해 매질에 쌓이는 응력의 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부근에서 발생한 규모 8.6 지진이다. 2004년 12월 26일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대지진 이후, 남쪽 지역에 큰 응력이 누적된 것을 알아냈으며, 이를 통해 가까운 시기에 남쪽 지역에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것을 예측했다. 실제로 2005년 3월 28일 2004년 진원지에서 동남쪽으로 약 20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규모 8.6의 지진이 발생했다.

라돈가스 탐지, 지하수 수위 변화, 동물의 행동 분석, 전자기장 탐지 등 다양한 방법도 쓰인다. 1975년 겨울, 중국 정부는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의 인구 백만의 도시인 하이청시의 주민들 전체를 대피시켰다. 당시 중국 정부는 수개월간 미소지진, 지반 변위, 지하수위 변화, 동물들의 이상 행동 등을 관찰하고, 지진 발생 가능성을 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이 관측 결과를 토대로 하이청시 주민을 대부분 대피시켰다. 이로부터 수일 뒤인 1975년 2월 4일 규모 7.3의 지진이 이 지역에 발생했다. 하이청시는 2041명 사망, 2만 7538명 부상이라는 비교적 경미한 피해를 입는데 그쳤다. 예보가 없었다면 사망자 수는 15만 명으로 예측됐다.

반면 이듬해인 1976년 7월 28일, 인구 100만의 인접도시인 탕산에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에 대한 예보는 실패했다. 탕산에서는 지진 발생 이전에 미소지진이 거의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식 집계에 의하면 25만여 명이 사망하고, 16만 4000여 명이 부상당했으나, 비공식 집계에 의하면 사망자 수는 65만여 명에 이른다.

예보를 했지만 대비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2010년 1월 12일에 발생한 규모 7.0의 아이티 지진이 그렇다. 당시 아이티 지진은 비교적 작은 규모였지만 인구 밀집 지역 인근 얕은 곳에서 일어나 22만 명이라는 많은 사망자를 냈다. 미국 퍼듀대 맨커 교수팀은 아이티 지진 발생 2년 전인 2008년에 이미 국제 학술지를 통해 이 지역에 규모 7.2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들은 GPS관측을 통해 캐리비안판과 북미판의 충돌 지역에 위치한 엔리케 단층 일대에 발생하는 변형량을 계산하고, 판의 움직임을 고려한 변화 정도 차이를 예상해 이 지역에 누적된 응력량을 계산했다. 이들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아이티 정부는 이들에게 지진 위험성을 문의하기도 했으나 중남미 최빈국 중 하나인 아이티로서는 충분히 대비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지진 피해 줄이는 조기 경보 시스템
지진 예보에는 아직 한계가 많다. 대안으로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이 꼽힌다. 관측소에 기록된 P파의 도착시각과 진폭 정보를 활용해, 피해를 입히는 S파가 도착하기 전, 지진의 규모와 위치를 산정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주요 기관과 시설물에 전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예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진 발생 지역과 인접한 곳에 관측소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조밀한 지진 관측망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 일본, 대만,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지진 조기 경보를 운영중이다.

일본은 1923년 9월에 발생한 규모 7.9의 간토 대지진이나 1995년 1월 규모 7.3의 고베 지진 등 역사적으로 지진과 지진해일에 의해 수많은 피해를 입었다. 특히 1995년 발생한 고베 지진 이후 일본 정부는 새로운 대비 전략을 수립했다. 전국적으로 1000여 소의 시추공 지진계 네트워크를 갖췄다. 이뿐 아니라, 전국에 80여 소의 광대역 관측망을 구축했고, 일본기상청과 대학에서도 자체적으로 지진계를 설치했다. 이렇게 갖추어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는 2007년 10월부로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해, 위험지진 발생시 즉각적으로 방송을 통해 통보하고 있다. 이 지진 조기 경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서 피해를 줄이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제주도에서 지진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지진과 지진해일이 많이 발생했다. 상당한 피해를 입힌 지진과 지진해일기록도 여럿 남아 있다. 이 중 규모 7 내외의 중대형 지진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1978년 이후에는 큰 지진이 없었지만 길게 보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진계 기록과 역사 지진 기록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지진 빈발 지역은 백령도와 평양을 잇는 지역,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속리산 일대의 중부 지역, 울진 앞바다 지역의 동해 연안 지역, 신안 앞바다와 같은 서해안 연안 지역이다.

최근 들어서는 제주도 일대에서 지진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계기 지진 관측 이후 가장 크게 측정된 지진은 1952년 3월 19일 북한 평양 인근 강서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6.5 지진이다.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도 기상청을 중심으로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이 정착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지진은 주기성을 띠고, 큰 규모의 지진은 긴 주기를 가지고 발생한다. 짧은 시기에 발생한 몇몇의 지진 기록만으로 전체 지진 위험성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진이 한동안 없었다고 해서 위험성이 줄어들었다는 뜻도 아니다. 지진에 대한 적절한 대비만이 향후 있을 큰 지진으로부터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오가희 | 글 홍태경 기자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환경학·환경공학
  • 도시·지역·지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