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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조금만 둘러보면 ‘생각의 힘’을 양자역학으로 설명하는 책을 여럿 찾을 수 있다. 소설 ‘다빈치 코드(2004)’로 유명세를 탄 작가 댄 브라운의 비교적 최근작 ‘로스트 심벌(2009)’에도 생각의 힘이 등장한다. 극중 인물 캐서린 솔로몬은 이 힘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노에틱 사이언스(noetic science)’라 부르며 과학의 최전선이라 소개했다. 노에틱 사이언스는 실제로도 있다. 심장부격인 노에틱 사이언스 협회(IONS)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81만m2의 넓은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다녀온 우주인 에드가 미쉘이 공동창립자와 함께 1973년에 창립했다.
허무맹랑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오늘날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생각의 힘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손을 대지 않고도 사물을 움직이는 등 물질계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으며 그 증거를 찾고 있다. 우리말로 ‘지력 과학(知力-)’이라고 부를 수 있는 노에틱 사이언스는 과연 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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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 주사위 값을 조작한다
노에틱 사이언스의 시작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세프 라인 교수가 미국 듀크대에 초심리학 연구소를 창립하면서부터다. 라인 박사는 실험참가자가 주사위를 던지게 하고 손을 대지 않고 ‘어떤 영향’을 줘 특정 주사위 눈이 나오도록 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주사위를 던질 때 각 눈이 나올 확률은 1/6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참가자가 준 어떤 영향 때문에 특정 주사위 눈이 더 잘 나올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라인 박사는 사람 대신 기계가 주사위를 던지게 했다. 참가자는 옆에서 보기만 했다. 결과는 같았다. 다만 사람이 던질 때보다 확률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생각의 힘을 조금 더 세련되게 실험한 사람은 로버트 얀 미국 프린스턴대 공대 교수다. 1979년 프린스턴대 이상현상 연구실(PEAR)을 세운 얀 교수는 무작위사건발생장치(REG)를 준비했다. REG는 무작위로 들어오는 펄스전류의 성질(+/-)에 따라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2개의 값 중 하나를 출력하는 컴퓨터 장치다. 얀 교수팀은 100명의 실험참가자들이 원하는 값을 REG가 내보내도록 생각하게 했다. 12년 동안 1500회 넘게 실험을 반복한 결과, 얀 교수팀은 7시그마의 정확도(99.999999999965%)로 참가자들의 생각이 실험결과에 0.01% 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얀 교수는 “참가자의 의도가 컴퓨터에 흐르는 펄스전류에 노이즈를 일으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면서, “생각의 힘은 미약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상현상 연구실은 2007년 재정난으로 폐쇄되기 직전까지 생각의 힘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해서 했다.
집단 무의식의 힘, 동물에게도 의지의 힘이?!
얀 교수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사람은 함께 실험에 참여했던 로저 넬슨 박사다. 노에틱 사이언스 협회의 지원을 받은 넬슨 박사는 개개인 대신 대중의 무의식이 가진 힘을 증명하기 위한 대규모 실험으로 글로벌 의식 프로젝트(GCP)를 실행했다. 1998년부터 연구팀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70여 곳에 REG를 설치하고 매 초 단위로 얻는 데이터를 프린스턴대 서버에 모았다.
11년 뒤인 2009년, 연구팀은 대선, Y2K, 월드컵, 9·11테러 등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세계 곳곳의 REG가 아주 작지만 분명히 무작위적이지 않은 값을 출력했다고 발표했다. 대중들이 함께 같은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것만으로 전자기기인 REG에 미약한 노이즈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그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약 300여 건의 사건이 우리의 가정이 옳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이 실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생각의 힘으로 사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인간뿐일까. 동물은 어떨까. 2002년 르네 페오슈라는 한 프랑스 연구자는 무작위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 로봇을 갓 태어난 병아리 무리에게 ‘엄마 닭’이라고 각인시켰다. 그 결과 로봇이 병아리가 있는 곳으로 움직인 횟수가 그렇지 않은 방향보다 2.5배 이상 늘어났다. 페오슈는 엄마 닭과 가까이 있으려는 병아리의 욕구가 이 로봇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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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효과, 생각의 힘의 근원
만약 실험 결과가 사실이라면 생각이 주사위 또는 컴퓨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걸까. 노에틱 사이언스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양자역학의 ‘관찰자 효과’를 지목한다. 관찰자 효과란, 양자적으로 중첩돼 있는 상태가 관측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상태로 결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바깥에선 안을 볼 수 없는 상자에 갇힌 고양이다. 설상가상으로 상자 안에는 단숨에 고양이의 목숨을 뺏을 수 있는 독가스 살포기가 들어있다. 그런데 이 독가스 살포기가 독가스를 내뿜는 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1시간에 50% 확률로 분해되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했을 때만 독가스가 살포된다. 1시간 후 상자 안의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1시간 후 고양이는 직접 상자를 열고 안을 확인하기 전까지 “살았으며 동시에 죽은” 상태가 된다. 이게 바로 가능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중첩된’ 상태다. 그런데 관찰자가 상자를 열어 안을 관찰하면 비로소 중첩된 상태가 깨지며 고양이는 살거나 죽은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물리학자들은 “파동함수가 붕괴한다”고 표현한다). 이것이 바로 관찰자 효과다.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들은 고양이를 살거나 죽은 한 가지 상
태로 결정하는 원인이 관찰자의 의도에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이 관찰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면 고양이는 죽었으면서 살아있는 중첩된 상태로 영원히 머무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분야의 일부 연구자들은 사람의 의도가 물리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건웅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원은 REG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사람들의 의도가 컴퓨터 안에서 흐르는 전자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기계발서에 나온 내용처럼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미래가 찾아온다는 주장도 설명할 수 있을까.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들은 양자역학의 ‘비국소성’으로 이를 해석하려 시도한다. 양자얽힘 현상때문에 쌍생성된 광자 한 쪽의 성질(스핀)을 알아낼 경우 다른 쪽 광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그 순간 성질이 결정된다. 사람이 자신의 의도로 물질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그 영향이 이와 얽힌 아무리 멀리 떨어진 대상에도 전해진다는 것. 이를 두고 한 책에서는 인간을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송신탑” 이라 비유하기도 했다. 사람의 생각이 온 우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양자역학이 생각의 힘 증명하지 않아
하지만 이런 견해는 주류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실험이 올바르냐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무엇보다 양자역학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만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관찰했을 때 중첩된 두 가지 상태 중 어느 한쪽으로 결정되도록 유도할 수 없는 것이 양자역학의 기본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의도를 갖고 관찰해 중첩상태를 깨트릴 순 있다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슈뢰딩거 고양이가 갇힌 상자를 열었을 때 산 동시에 죽은 중첩상태를 깨트리는 것은 인간이지만, 살거나 죽은 상태를 결정하는 건 인간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관찰자 효과’를 이용해 인간이 의도로 물질세계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꾼다는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들의 양자역학적 해석은 아이러니하게도 양자역학의 기본 이치에 맞지 않는다.
최 교수는 “양자역학에 인간의 의도는 불필요하다”며, “관찰하려는 인간의 의도 없이도 중첩된 양자상태는 얼마든 깨질 수 있다” 고 말했다. 만약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갇힌 상자 안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새나온다면 어떨까. 아니면 산 고양이 냄새를 맡은 쥐들이 상자를 피한다면? 인간이 관찰하지 않더라도 중첩된 양자상태는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중첩된 상태를 잃을 수 있다. 사람의 의도가 없더라도 주변 환경이 스스로 ‘관측장치’가 돼 하나의 상태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양자 결잃음 현상이라 한다. 최교수는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가 옳고 그름을 떠나, 양자역학이 그 실험결과를 뒷받침해주거나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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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주류 과학은 누가 될 것인가
양자역학이 노에틱 사이언스를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이 분야의 실험이 모두 거짓이라거나 오류라고 판명된 것은 아니다.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 또한 여러 곳에서 얻은 데이터를 메타분석을 통해 스스로 오류를 잡아내며 생각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건웅 연구원은 “17세기 과학혁명 당시 과학자들은 교회의 핍박을 피하기 위해 의식(意識)과 물질을 분리했다”며, “노에틱 사이언스는 그 이후로 물질과 기계적인 사고에 고착된 과학에 다시 의식을 불러오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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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원리가 실험 결과를 설명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2년 전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처럼 단순히 잘못된 실험이거나 잘못된 해석일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양자역학이나 생각의 힘보다는 그쪽이 훨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세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올지 누가 알랴.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들의 생각의 힘에 달려있지 않을까.
노에틱 사이언스의 시작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세프 라인 교수가 미국 듀크대에 초심리학 연구소를 창립하면서부터다. 라인 박사는 실험참가자가 주사위를 던지게 하고 손을 대지 않고 ‘어떤 영향’을 줘 특정 주사위 눈이 나오도록 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주사위를 던질 때 각 눈이 나올 확률은 1/6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참가자가 준 어떤 영향 때문에 특정 주사위 눈이 더 잘 나올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라인 박사는 사람 대신 기계가 주사위를 던지게 했다. 참가자는 옆에서 보기만 했다. 결과는 같았다. 다만 사람이 던질 때보다 확률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생각의 힘을 조금 더 세련되게 실험한 사람은 로버트 얀 미국 프린스턴대 공대 교수다. 1979년 프린스턴대 이상현상 연구실(PEAR)을 세운 얀 교수는 무작위사건발생장치(REG)를 준비했다. REG는 무작위로 들어오는 펄스전류의 성질(+/-)에 따라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2개의 값 중 하나를 출력하는 컴퓨터 장치다. 얀 교수팀은 100명의 실험참가자들이 원하는 값을 REG가 내보내도록 생각하게 했다. 12년 동안 1500회 넘게 실험을 반복한 결과, 얀 교수팀은 7시그마의 정확도(99.999999999965%)로 참가자들의 생각이 실험결과에 0.01% 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얀 교수는 “참가자의 의도가 컴퓨터에 흐르는 펄스전류에 노이즈를 일으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면서, “생각의 힘은 미약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상현상 연구실은 2007년 재정난으로 폐쇄되기 직전까지 생각의 힘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해서 했다.
집단 무의식의 힘, 동물에게도 의지의 힘이?!
얀 교수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사람은 함께 실험에 참여했던 로저 넬슨 박사다. 노에틱 사이언스 협회의 지원을 받은 넬슨 박사는 개개인 대신 대중의 무의식이 가진 힘을 증명하기 위한 대규모 실험으로 글로벌 의식 프로젝트(GCP)를 실행했다. 1998년부터 연구팀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70여 곳에 REG를 설치하고 매 초 단위로 얻는 데이터를 프린스턴대 서버에 모았다.
11년 뒤인 2009년, 연구팀은 대선, Y2K, 월드컵, 9·11테러 등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세계 곳곳의 REG가 아주 작지만 분명히 무작위적이지 않은 값을 출력했다고 발표했다. 대중들이 함께 같은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것만으로 전자기기인 REG에 미약한 노이즈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그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약 300여 건의 사건이 우리의 가정이 옳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이 실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생각의 힘으로 사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인간뿐일까. 동물은 어떨까. 2002년 르네 페오슈라는 한 프랑스 연구자는 무작위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 로봇을 갓 태어난 병아리 무리에게 ‘엄마 닭’이라고 각인시켰다. 그 결과 로봇이 병아리가 있는 곳으로 움직인 횟수가 그렇지 않은 방향보다 2.5배 이상 늘어났다. 페오슈는 엄마 닭과 가까이 있으려는 병아리의 욕구가 이 로봇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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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효과, 생각의 힘의 근원
만약 실험 결과가 사실이라면 생각이 주사위 또는 컴퓨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걸까. 노에틱 사이언스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양자역학의 ‘관찰자 효과’를 지목한다. 관찰자 효과란, 양자적으로 중첩돼 있는 상태가 관측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상태로 결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바깥에선 안을 볼 수 없는 상자에 갇힌 고양이다. 설상가상으로 상자 안에는 단숨에 고양이의 목숨을 뺏을 수 있는 독가스 살포기가 들어있다. 그런데 이 독가스 살포기가 독가스를 내뿜는 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1시간에 50% 확률로 분해되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했을 때만 독가스가 살포된다. 1시간 후 상자 안의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1시간 후 고양이는 직접 상자를 열고 안을 확인하기 전까지 “살았으며 동시에 죽은” 상태가 된다. 이게 바로 가능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중첩된’ 상태다. 그런데 관찰자가 상자를 열어 안을 관찰하면 비로소 중첩된 상태가 깨지며 고양이는 살거나 죽은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물리학자들은 “파동함수가 붕괴한다”고 표현한다). 이것이 바로 관찰자 효과다.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들은 고양이를 살거나 죽은 한 가지 상
태로 결정하는 원인이 관찰자의 의도에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이 관찰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면 고양이는 죽었으면서 살아있는 중첩된 상태로 영원히 머무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분야의 일부 연구자들은 사람의 의도가 물리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건웅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원은 REG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사람들의 의도가 컴퓨터 안에서 흐르는 전자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기계발서에 나온 내용처럼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미래가 찾아온다는 주장도 설명할 수 있을까.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들은 양자역학의 ‘비국소성’으로 이를 해석하려 시도한다. 양자얽힘 현상때문에 쌍생성된 광자 한 쪽의 성질(스핀)을 알아낼 경우 다른 쪽 광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그 순간 성질이 결정된다. 사람이 자신의 의도로 물질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그 영향이 이와 얽힌 아무리 멀리 떨어진 대상에도 전해진다는 것. 이를 두고 한 책에서는 인간을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송신탑” 이라 비유하기도 했다. 사람의 생각이 온 우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양자역학이 생각의 힘 증명하지 않아
하지만 이런 견해는 주류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실험이 올바르냐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무엇보다 양자역학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만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관찰했을 때 중첩된 두 가지 상태 중 어느 한쪽으로 결정되도록 유도할 수 없는 것이 양자역학의 기본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의도를 갖고 관찰해 중첩상태를 깨트릴 순 있다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슈뢰딩거 고양이가 갇힌 상자를 열었을 때 산 동시에 죽은 중첩상태를 깨트리는 것은 인간이지만, 살거나 죽은 상태를 결정하는 건 인간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관찰자 효과’를 이용해 인간이 의도로 물질세계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꾼다는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들의 양자역학적 해석은 아이러니하게도 양자역학의 기본 이치에 맞지 않는다.
최 교수는 “양자역학에 인간의 의도는 불필요하다”며, “관찰하려는 인간의 의도 없이도 중첩된 양자상태는 얼마든 깨질 수 있다” 고 말했다. 만약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갇힌 상자 안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새나온다면 어떨까. 아니면 산 고양이 냄새를 맡은 쥐들이 상자를 피한다면? 인간이 관찰하지 않더라도 중첩된 양자상태는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중첩된 상태를 잃을 수 있다. 사람의 의도가 없더라도 주변 환경이 스스로 ‘관측장치’가 돼 하나의 상태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양자 결잃음 현상이라 한다. 최교수는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가 옳고 그름을 떠나, 양자역학이 그 실험결과를 뒷받침해주거나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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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주류 과학은 누가 될 것인가
양자역학이 노에틱 사이언스를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이 분야의 실험이 모두 거짓이라거나 오류라고 판명된 것은 아니다.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 또한 여러 곳에서 얻은 데이터를 메타분석을 통해 스스로 오류를 잡아내며 생각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건웅 연구원은 “17세기 과학혁명 당시 과학자들은 교회의 핍박을 피하기 위해 의식(意識)과 물질을 분리했다”며, “노에틱 사이언스는 그 이후로 물질과 기계적인 사고에 고착된 과학에 다시 의식을 불러오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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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원리가 실험 결과를 설명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2년 전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처럼 단순히 잘못된 실험이거나 잘못된 해석일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양자역학이나 생각의 힘보다는 그쪽이 훨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세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올지 누가 알랴. 노에틱 사이언스 연구자들의 생각의 힘에 달려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