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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륨 원전 vs 우라늄 원전



토륨 원전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분분하다. 찬성하는 연구자들은 기존 우라늄 원전이 갖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 빨리 상업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의적이지 않은 연구자들은 원료를 바꾸는 것이 완벽한 대안은 아니며 새로운 시스템의 우라늄 원전을 통해 기존 원전의 문제점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원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자일지라도 다른 연료로 원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토륨 원전은 이미 세계적인 관심사다. 인도는 토륨 원전을 10년 넘게 연구해 오다 작년 11월 발전소 건설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중국 역시 건설을 서두르고 있고, 스리마일 사고 이후 원전 연구에 무관심했던 미국도 에너지부와 국립 연구소들이 주축이 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벨기에는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실험로를 운영하고 있다. 도대체 토륨원전은 무엇이며 어떤 장점이 있는 걸까.

 


‘타지 않는 불꽃’ 토륨

토륨은 원전 연구 초창기부터 연료 후보로 꼽혀왔던 물질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핵종(동위원소)은 33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핵종이나 반감기가 너무 짧은 핵종을 제외하면 인류가 실제로 접할 수 있는 핵종 수는 393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전혀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안정핵종 255개를 제외하고, 반감기가 우주 나이보다 길어서 역시 핵분열을 유도하기 어려운 핵종들을 제외하고 나면, 원전에 이용할 수 있는 방사성 핵종 후보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극히 일부밖에 남지 않는다.

토륨도 바로 이런 핵종 중 하나다. 바닷가 모래 등에 풍부하며, 매장량도 우라늄보다 4배 많다. 산출국이 한정된 우라늄에 비해 토륨은 세계 곳곳에 비교적 고르게 퍼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토륨은 원전의 주인공 자리를 우라늄에 내줘야 했다. 한 가지 큰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라늄은 적은 에너지로 스스로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고,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토륨은 그렇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우라늄은 한 번 불만 지펴 주면 계속해서 활활 타오르는 불쏘시개와 같다. 반면 토륨은 불도 잘 안 붙고 잘 꺼진다. 연료로서는 매력이 떨어졌다. 당시 원전에 어떤 연료를 쓸지는 불 보듯 뻔했다.

우라늄은 그 자체가 핵분열성 물질로, 적당한 에너지의 중성자만 있으면 쉽게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일단 핵분열을 시작하면 잘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우라늄 원전에서는 분열속도가 빨라지지 않게 섬세하게 조절한다. 이를 위해 연료 중간중간에 분열 속도를 늦추는 ‘제어봉’을 꽂는다. 제어봉은 붕소로 돼 있는데, 우라늄의 핵분열을 시작하고 가속화시키는 입자(중성자)를 흡수해 전체적인 반응속도를 조절한다. 물 같은 냉각재를 써서 원자로를 식히기도 한다.

토륨은 반대다. 핵분열을 해도 만들어지는 중성자의 수가 연쇄반응을 일으키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분열이 꾸준히 이어지지 못하고 중단된다. 따라서 토륨 원전에서는 핵분열을 돕는 중성자를 따로 공급해 연쇄반응을 꾸준히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얼핏 단점으로 보이는 토륨의 이 현상이 최근 오히려 장점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원전 안전성의 화두가 ‘사고 시 저절로 꺼지는 원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효율 면에서 큰 장점이었던 우라늄 원전의 연쇄반응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비상발전기가 꺼져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자 잔열 때문에 노심의 온도가 높아졌고, 끝내 노심 일부가 녹아버렸다. ‘꺼지지 않는 불꽃’ 원전은 인간의 통제력을 벗어난 괴물이 돼 버린 것이다.





‘꺼지지 않는 불꽃’ 시대는 끝났다

‘잘 안 타는 불쏘시개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주장은 얼핏 궤변 같다. ‘돌은 석탄처럼 탈 수 없기 때문에 산불을 낼 위험도 없다’는 것과 같은 논리로 들린다.

적어도 토륨을 ‘또 하나의 연료’로 논의하던 20세기 중반에는 토륨의 장점이 science궤변으로 보였다. 당시에는 토륨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따라서 활활 잘 타는 우라늄을 두고 굳이 잘 안 타는 토륨 원전을 개발할 이유가 없었다(여기에는 핵무기 제조와 관련해 또다른 동기가 숨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설명한다).

하지만 1995년이 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입자인 W보손과 Z보손을 발견한 공로로 198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탈리아의 핵물리학자 카를로 루비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박사가 10년에 걸쳐 연구한 끝에 토륨 원전의 상용화 가능성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토륨 원전에 이용하는 것은 원자가가 232인 토륨-232 동위원소다(자연계에 존재하는 토륨은 100% 토륨-232다). 이 원소가 중성자를 만나 결합하면 원자가가 233으로 증가한다(토륨-233). 토륨-233은 불안정한 핵종이기 때문에 22분만에 절반의 원소가 붕괴(중성자 하나가 양성자 하나로 변하는 베타 붕괴)돼 프로탁티늄-233이 된다. 프로탁티늄-233 역시 27일만에 절반의 원소가 붕괴돼 우라늄-233이 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우라늄-233은 현재 널리 쓰이는 우라늄-235처럼 비교적 에너지가 낮은 중성자와 충돌해도 핵분열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핵분열 에너지와 함께 중성자가 발생한다. 에너지는 증기를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쓰이고, 중성자는 다시 토륨-232 또는 우라늄-233과 충돌해 핵분열을 지속시키는 순환 과정을 거친다(위 그림 참조).

우라늄 원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의 수가 투입되는 중성자의 수보다 많아 계속해서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이 상태를 ‘임계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토륨은 핵분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중성자 수가 투입되는 중성자에 비해 적어서 절대 스스로는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없다(미임계). 토륨 원전에 다른 추가 조치를 하지 않으면 핵분열반응은 자연스럽게 멈춘다.

따라서 토륨을 원전의 연료로 쓰려면 중성자 수를 보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토륨과 함께 우라늄-235나 우라늄-238, 또는 플루토늄과 같은 초우라늄 핵종(우라늄보다 원자번호가 높은 핵종)을 일부 섞어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연료에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20% 섞어주면 임계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아닌 ‘에너지 증폭기’

하지만 이 방식은 온전한 의미의 토륨 원전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애초에 대체하려 했던 우라늄과 초우라늄 핵종에 다시 의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루비아 교수는 색다른 방식을 제안했다. 원전에 선형가속기를 도입한 형태다. 가속기를 이용해 고속으로 가속시킨 양성자를 납이나 텅스텐에 충돌시켜 다량의 중성자를 만든다. 이 중성자를 토륨과 충돌시켜 핵분열을 일으킨다. 루비아 교수는 가속기를 도입한 이 토륨 원전이 우라늄 원전과는 근본 원리가 다르다며 원자로(reactor)라는 용어 대신 ‘에너지 증폭기(energy amplifier)’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모든 시스템이 그렇듯, 필요한 만큼의 출력을 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설계 과정이 필요하다. 핵심은 다량의 중성자를 만드는 일이다.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0.8~1GeV 대의 출력을 얻어야 20~30개 정도의 중성자가 만들어져 연쇄반응이 안정적으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루비아 교수는 우라늄 원전 못지 않게 안정적인 토륨 원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밝혔다”며, “하지만 처음 제안한 1995년만 해도 이런 원전 시스템을 만들 수 없어서 상업화까지 나아가지 못 했다”고 말했다.

루비아 교수의 주장은 2005년 스의스에 0.6GeV대의 실험용 원전 PSI가 만들어지면서 사실상 검증이 됐다. PSI는 약 1MW(메가와트. 전력의 단위로, 한국 표준형 원전은 1000MW의 전력을 만들 수 있다) 정도의 전력을 낸다.

홍 교수는 “루비아 교수는 투입 중성자와 발생 중성자의 비를 1:0.99 정도로 맞추면 임계에 이르지 않고 효율적으로 토륨 원전을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0.99는 거의 임계에 가깝다. 안전성을 위해 효율성을 낮춘 0.98과 이보다 더 낮춘 0.96 중 어느 쪽이 나을지 세계 곳곳에서 연구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새로운 토륨 원전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먼저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가 해결된다. 기존의 우라늄 원전에서 핵폐기물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라늄-235와 우라늄-238 중 235만을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우라늄에서 우라늄-235는 전체의 0.7%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238이다. 따라서 우라늄 농축과정을 거쳐 235의 비율을 3~5%로 높여 쓰지만 여전히 238의 비율이 높다.

문제는 에너지가 높은 중성자(고속 중성자)를 이용하는 최근의 고속로가 아닌 이상 우라늄-238을 핵분열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스란히 폐기물이 된다. 핵분열 결과로 만들어지는 플루토늄과 넵튬, 아메리슘, 퀴륨 등 화학독성이 강한 초우라늄 방사성 핵종들도 타지 않고 남는다.

반면 토륨은 100% 연료로 이용 가능한 핵종(토륨-232)을 이용하는데다, 에너지 증폭기가 고속로 시스템이기 때문에 초우라늄 핵종까지 태워 없앨 수 있다(정확히는 독성이 낮은 핵종으로 바뀌는 과정으로, ‘핵변환’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초우라늄 핵종이 크게 줄어든다.

루비아 교수는 “토륨 원전 폐기물의 독성은 약 500~600년 정도면 광산에서 석탄을 캘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기간 우라늄 원전(가압수형원자로) 폐기물의 독성은 2만 500배 높다. 우라늄 원전 폐기물의 독성이 토륨 폐기물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1만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장점은 질 좋은 플루토늄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플루토늄은 핵무기 제조에 이용될 수 있다. 우라늄 원전은 폐기물에 다량의 플루토늄이 포함돼 있어 핵무기를 개발할 위험이 있다. 원전 개발 초기 단계에 선진국이 토륨이 아닌 우라늄을 선택한 배경에는 핵무기 개발 욕심도 자리잡고 있었다.





각국의 개발 경쟁 속 한국은

루비아 박사 이후, 세계 각국은 토륨 원전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에너지 증폭기 연구도 있지만 기존 우라늄 원전을 개량한 원전, 즉 임계로에 연료만 토륨으로 바꾼 방식도 있다.

미국 에너지국은 오크리지국립연구소 등 산하 연구소와 함께 냉각재로 용융염을 사용하고 연료는 토륨을 사용하는 용융염원자로 개발에 한창이다. 중국은 이 방식을 개선한 ‘액체불소화토륨 원전’ 연구에 뛰어들었다. IAEA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1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프로그램을 세워 이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세계 4위의 토륨 산지인 인도는 기존 원전에 토륨을 반응시켜서 우라늄-233을 얻은 뒤 분리해 화학적으로 처리하고 다시 핵분열을 거치는 3단계 방식을 10년 이상 연구해 왔다. 하지만 홍 교수는 “최근 1~2년 사이에 가속기 기반 원전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2009년 12월부터 기존 원자로에 선형가속기를 도입한 실험용 토륨 원전 ‘미라(MYRRHA)’를 건설하고 있다. 2014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2019년 완공해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방식은 원자로와 가속기 방식을 모두 실험할 수 있어 토륨 원전 상용화에 큰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한국은 현재 연구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가속기 연구팀이 있었지만 프랑스 등이 중심이 된 고속로 개발에 참여하면서 연구도 중단됐다. 현재 학계 일부에서 에너지 증폭기 연구를 시도하고 있지만, 국가가 전략적 사고를 갖고 접근해야 개발이 가능한 에너지 산업이기에 쉽지 않다.

물론 토륨 원전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황일순 교수는 “가속기 방식도 양성자를 쏴서 중성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반감기가 긴 방사성 핵종(장수명 핵종)이 생성된다”며 “대안으로 원자로 방식을 택하면 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섞어야 한다는 문제가 또 생긴다”고 말했다. 기존 우라늄 원전의 문제점을 개선한 차세대 우라늄 원전 연구도 많아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토륨 원전이 갖는 장점과 실현가능성 역시 무시하지 못할 만큼 크다.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다각화가 아쉽다.





글 : 윤신영 ashilla@donga.com
자료출처 : IAEA/WNA(2007년 기준), 토륨에너지연대(TEA)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istockphoto

과학동아 2012년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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