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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그린에너지섬을 꿈꾼다

제주 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



제주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해안을 바라보며 차로 달리기를 40여 분, 하얗고 푸른 바닷가를 시꺼멓게 달리는 현무암 해변이 눈에 익을 때쯤 멀리서 풍력발전기 두어 개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연구기지에 도착하자 번쩍번쩍 광이 나는 태양전지판도 보인다.

“이곳은 예전 연구기지입니다. 태양열, 바람, 바닷물, 수소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제주에서 전력을 자체 생산하고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을 융합하는 연구를 하려면 기지를 더 넓혀야 했죠. 더구나 2005년에 발견된 용천동굴이 기지 지하에 펼쳐져 있어 센터를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기술연) 글로벌신재생에너지기술연구센터의 박순철 센터장은 자동차로 5분가량 떨어진 새 연구기지로 안내했다(아직까지 발전시설들은 예전 기지에 남아 있다).

바닷바람 잡기에 좋은 북동쪽 해안

이곳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풍력발전기였다. 땅위에서 위협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말고도 저 멀리 해안선에도 커다란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치된 해상풍력 장치다. 과학자들은 강한 바람을 최대한 얻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를 주목했다. 건물이나 산 같은 장애물이 전혀 없고 늘 강풍이 불기 때문이다.

국내에 해상풍력발전기를 세울 만한 바다는 제주근해와 전남 목포, 진도 등 서남해안 지역, 부산 등 남동해안 지역이 있다. 그중에서도 제주는 바람, 여자, 돌이 많기로 유명한 삼다도(三多島)답게 바람이 세고 많다. 박 센터장은 “연구기지를 짓기 전 제주도에서도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제주도 한가운데에 있는 한라산은 섬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라산 북쪽의 제주시와 남쪽의 서귀포시는 산자락이 차가운 겨울바람을 막아 제주도에서 가장 따뜻하다. 그래서 도시가 발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라산의 동쪽과 서쪽은 지형적으로 막혀 있지 않아 바람이 많이 분다. 특히 북동쪽과 남서쪽 끝이 바람이 가장 세다. 겨울에는 북동풍이, 여름에는 남서풍이 분다. 연구기지가 있는 김녕리도 북동쪽이라 풍력에너지를 얻기 좋다.

박 센터장은 “바다가 가까운 점”도 새 연구기지의 장점으로 꼽았다. 바닷물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거나 해상에 발전소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발전기는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땅 밑에 기둥이 박혀 있다. 해상풍력발전기를 세우기에 가장 좋은 깊이는 20~30m다.

과학자들은 수심과 관계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도 연구하고 있다. 거대한 바지선을 해상에 띄우고 닻을 내리면 그 위에 발전기를 단단히 고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바람에 흔들리거나 쓰러지지 않고, 무거운 발전기를 실었을 때도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는 바지선을 연구하고 있다.

글로벌신재생에너지기술연구센터에서는 풍력발전기를 더욱 크게 만드는 쪽으로 목표를 정했다. 풍력발전기의 날개를 크게 만들수록 경제성이 커지고 전력 생산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이 센터에서 돌리고 있는 풍력발전기 날개의 길이는 28m(1MW급), 35m(1.5MW급), 40~45m(2MW급), 45~50m(3MW급)로 다양하다.

풍력발전기의 날개를 더 빨리 돌리면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박 센터장은 “공기 저항 때문에 물리적으로 일정 속도 이상은 빠르게 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아주 높은 곳에서 구슬을 떨어뜨린다고 가정했을 때, 공기가 없다면 가속도가 붙어 아주 빠른 속도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기 저항 때문에 일정 속도에서 더 이상 빨라지지 않는다(종속도). 이와 마찬가지로 풍력발전기의 날개도 초속 80m 이상 빠르게 돌아가기가 어렵다. 게다가 날개가 돌아가면 엄청난 소음이 발생한다.

연구센터에서 현재 돌리고 있는 풍력발전기의 속도는 초속 약 65m다. 풍력발전기를 연구하고 있는 경남호 박사는 “날개 끝의 모양을 바꿔 소음을 줄일 수 있다”며 “이런 풍력발전기는 초속 80m까지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모아 스마트그리드 구축

글로벌신재생에너지기술연구센터는 풍력 외에도 태양열, 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에너지를 연구하고 상용화해 스마트그리드를 세울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란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것으로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 차세대 전력망을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에서 스마트그리드가 중요한 이유는 바람이나 태양열 같은 친환경에너지원이 언제나 풍족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면 전력 공급자는 소비자가 전기를 어디에서 얼마만큼 쓰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공급할 수 있다. 즉 같은 양의 전기를 낭비 없이 쓰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아낄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센터에서는 에너지를 전기 외에도 물이나 열의 형태로 저장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태양열을 이용해 해수를 담수로 바꿔놓으면(MVR해수담수화) 에너지를 물처럼 저장해둘 수 있다.

제주도는 ‘삼다수’ 같이 화산암반수가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박 센터장은 “물은 한계가 있는 자원이기 때문에 화산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은 마시는 물로 쓰고 허드렛물은 빗물이나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어 쓰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없애려면 역시 전기가 필요하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데 태양열을 활용한다. 박 센터장은 “우리는 제주의 특성을 살려 풍력을 이용한 해수담수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일조량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도 활용하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면 저장하기 편리하다는 이점도 있다.

바닷물은 냉난방시스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여름에는 기온보다 바닷물이 차갑고 겨울에는 바닷물이 따뜻한 특성을 이용하면 바닷물과 약간의 전기로 냉난방이 가능하다. 찬물을 순환시키면 냉방, 뜨거운 물을 순환시키면 난방이 되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제주 지역은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따뜻하다보니 오히려 냉난방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불편하다”면서 “바닷물 냉난방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바람과 바닷물 외에도 제주도에는 친환경에너지원이 무궁무진하다”면서 “단순한 연구기지를 넘어 거대한 신재생에너지 생산단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개발된 친환경에너지 기술은 전국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퍼질 것이다. 아름답고 특이한 화산지형과 맑고 깨끗한 환경으로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꼽힌 제주도가 이제는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생산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를 상용화하려면 태양열, 바람, 수소 등 여러 에너지를 융복합적으로 연구 개발해야 한다. 사진은 전기자동차가 전기를 충전하는 모습.친환경에너지를 상용화하려면 태양열, 바람, 수소 등 여러 에너지를 융복합적으로 연구 개발해야 한다. 사진은 전기자동차가 전기를 충전하는 모습.
글 : 이정아 zzunga@donga.com
이미지 출처 : istockphoto, 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

과학동아 2011년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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