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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만든 미생물로 환경오염 처리한다

미생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무서운 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식품을 발효시켜 각별한 맛을 내기도 한다. 이런 역할 이외에도 미생물은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등 지구의 거의 모든 물질 순환에 관여하며 지금의 지구를 만들기도 했다.

원래 지구의 대기에는 지금같이 산소가 많지 않았다.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번성하면서 산소를 대기로 내뿜기 시작했고, 산소와 반응한 지구 표면이 급격히 변했다. 현재 광물의 3분의 2가 산소와 물이 광물과 반응한 결과물이다.


미생물로 방사선 오염 물질 처리

허호길 GIST 환경공학부 교수는 이렇게 지구의 물질 순환에 기여한 미생물 중 철의 순환에 깊이 관여한 ‘쉬아넬라’ 균을 연구하고 있다. 쉬아넬라 균은 산소로 호흡하지만산소가 없으면 철 3가 이온(Fe3+)을 산소 삼아 호흡해 철 2가 이온(Fe2+)을 만든다. 이를 연구하면 지각의 형성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외계 생명체를 찾을 때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

“산소가 닿지 않는 오래된 지층을 보면 쉬아넬라 균이 만든 철 2가 이온으로 된 퇴적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생물은 주변에 많이 있는 물질을 이용해 살아남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쉬아넬라 균은 전남 해남군 우항리의 오래된 지층에서 얻었습니다.”

이 미생물을 이용하면 환경오염을 개선할 수 있다. 허 교수는 올해 6월 쉬아넬라 균이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을 나노선(단면 지름이 1nm 정도의 아주 얇은 선)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 영국왕립화학회가 발간하는 화학분야 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에 게재했다. 2007년 쉬아넬라 균으로 나노튜브를 만든 게 시작이었다. 쉬아넬라 균이 비소와 아황산으로 호흡하도록 만들자 20~100nm(1nm는 10억분의 1m) 굵기의 황화비소 나노튜브가 나왔던 것이다. 이 나노튜브는 반도체 같은 성질을 가졌는데, 자외선을 쬐면 광전도성도 같이 띠었다. 이 연구는 2008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실렸으며,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도 소개됐다.
 


[연구원이 미생물이 만들어낸 물질의 양을 분광기로 알아내고 있다.]


다음으로 비소 대신 우라늄으로 호흡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이미 남캘리포니아대의 한 연구팀이 지오박터 균으로 물에 녹는 우라늄 6가 이온(U6+)을 물에 녹지 않는 우라늄 4가 이온(U4+)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연구팀이 만든 우라늄 4가 이온은 지름이 2~3nm에 불과한 아주 작은 나노 입자였다. 응용환경미생물 연구실에서는 우라늄 6가 이온으로 쉬아넬라 균이 호흡하게 만들자 먼저 우라늄 6가 나노선이 나왔다. 시간이 지나자 이 나노선은 우라늄 4가 이온 입자로 변했다.

“앞선 연구 결과와 달라 나노선이 나왔다는 사실을 쉬아넬라 균 연구의 대가인 미국 국립북서태평양연구소의 짐 프레드릭슨 박사조차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분석으로 나노선이 나온 것을 증명했습니다.”

나노선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반응속도의 차이 때문이었다. 허 교수는 반응 속도를 낮춰 반응 과정까지 면밀히 살펴 중간에 생기는 나노선을 발견했다.

“나노선 상태를 유지하면 우라늄을 만들거나 회수하는 과정에 미생물을 넣어 고순도의 우라늄을 얻기 쉽습니다. 나노 입자는 크기가 작아 일반 필터로 걸러낼 수 없지만 나노선 상태로는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방사성 물질인 용해성 우라늄 이온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겠지요”



[➊ 연구원이 쉬아넬라 균을 배양하고 있다. 이렇게 배양한 쉬아넬라 균은 나노튜브와 나노선을 만든다.]
 


[➋ 우라늄 6가 이온(오른쪽)이 우라늄 나노선으로 변해 침전돼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

허 교수는 석사 과정에서 토양의 독성 화학물질을 연구했다. 하지만 박사 과정에서는 미생물을 공부하고 싶어 무작정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처음에는 미생물을 다루는 간단한 실험조차 하지 못해 고생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 간 친구에게 전화해서 기본적인 요령을 배워 밤새 실험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장내 미생물의 효과에 관한 논문을 ‘네이처’에 게재하는 성과를 냈다. 과거에 전혀 접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최고의 성과를 냈던 것이다. 새로운 영역을 향한 도전은 GIST에 부임한 뒤에도 계속됐다. 미생물 연구에서 무기물질 연구로 영역을 바꾼 것이다.

“새로운 연구 영역에서 세계 정상급 논문을 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새롭게 공부해야 하니 시간도 많이 들고, 자신감이 없으니 상당히 고통스럽지요. 학계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도움 받기도 힘들어 시간만 허비하기 쉽습니다.”

허 교수는 이 분야 연구가 취약한 한국에서 후발 주자로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끊임없는 배움과 연구밖에 답이 없었다. 그는 해외 미생물 학회에 찾아가 적극적으로 배웠다.

연구과정도 험난했다. 쉬아넬라 균이 만든 나노물질이 어떤 형태인지 몰라 고생하기도 했다. 물질을 분석하기 위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포항가속기연구소를 찾아다녔고, 많은 도움을 얻어 물질을 완전히 분석했다. 연구를 위해 배움을 마다하지 않는 노력으로 결국 세계적 성과를 얻었던 것이다. 허 교수는 마지막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을 덧붙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모든 연구가 쉽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몇가지 결과를 얻기 위해 수년간 숱한 실패를 반복합니다. 언뜻 보면 과학 연구는 참 비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세계를 이끄는 연구를 하기 위해선 실패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기를 바랍니다.”

201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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