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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웰의 도깨비를 찾아서 “아는 것이 힘이다”

고립계에서 엔트로피가 줄어들 수 있을까. 물리학자들은 이런 일이 가능한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이론적으로는 원자의 속도를 측정해 골라내는 ‘맥스웰의 도깨비’가 있다면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 가상의 존재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고 제시된 ‘질라드 엔진’에 대한 비밀이 벗겨졌다.
열역학 제2법칙이 깨지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일까. 과연 맥스웰의 도깨비가 정말로 있는지 알아보자.


뜨거운 커피를 앞에 두고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새 커피가 식어 낭패를 보게 된다. 뜨겁다는 것은 분자의 에너지가 크다는 뜻이다. 따라서 에너지보존법칙이 성립하려면 커피가 식는 동안 커피의 에너지가 주변 공기의 에너지로 바뀌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주변 공기의 에너지가 줄고 커피의 온도가 높아지면 어떨까. 이 역시 에너지보존법칙을 위반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오랫동안 수다를 떨어도 차가워진 커피가 다시 팔팔 끓을 정도로 뜨거워지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에너지의 전환에 방향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제를 간단히 하기 위해 붉은색과 푸른색 공이 둘로 나뉜 상자에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두 공간 사이에는 공이 지나갈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다. 붉은 공은 에너지가 높은 상태를, 푸른 공은 에너지가 낮은 상태를 나타낸다. 상자의 왼쪽과 오른쪽을 각각 커피와 주변 공기라고 생각하자. 처음에는 커피가 뜨겁고 주변이 차가운 상태이므로 붉은 공은 대부분 왼쪽에 들어 있다. 이제 상자를 흔들어보자. 시간이 지나면서 붉은 공과 푸른 공이 고르게 섞인다. 커피는 온도가 낮아지고, 주변 공기는 온도가 높아지는 것과 같다.
 


[헝가리 물리학자 레오질라드는 연쇄 핵반응 개념을 생각해 내 핵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아인슈타인이 핵무기 개발을 건의하는 편지를 보내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그런데 상자를 흔들어서 한 쪽에는 붉은 공만, 다른 쪽에는 푸른 공만 있는 상태를 만들 수 있을까. 공이 무작위로 움직이고 있다면 붉은 공이 왼쪽에 놓일 확률은 1/2이다.

붉은 공이 100개 있다면, 이들이 모두 왼쪽에 있을 확률은(1/2)100, 대략 1/1030에 불과하다. 1초에 한 번씩 흔들면 1022년, 즉 우주 나이의 1조 배에 달하는 시간 동안 한 번 정도 일어날 수 있다. 가만히 내버려 둔 커피가 저절로 끓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이유다. 이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확률이 물리학에 도입된 것으로, 이로 인해 통계물리라는 학문이 탄생했다.

이 상황을 정량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물리량이 ‘엔트로피’다. 원래 화학자들은 ‘열을 온도로 나눈 값’으로 엔트로피를 정의했다. 이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은 가능한 경우의 수에 로그를 취한 값으로 엔트로피를 정의 했다. 주사위를 던지는 경우, 6가지 가능한 결과가 있으므로 엔트로피는 kBln6이 된다. 여기서 kB는 볼츠만 상수라 불리는 특정한 수다. 앞의 예에서 붉은 공 100개가 양쪽에 50개씩 존재하는 경우의 수는 100!/(50!50!)으로 대략 2100이므로 엔트로피는 100kBln2(=kBln2100)이다. 모두 한 쪽에 있는 경우는 한 가지뿐이므로 엔트로피는 0이다. 엔트로피는 줄어들지 않으므로 공이 한 쪽으로 몰리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열역학 제 2법칙이 무너졌다?
통계물리학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제임스 클락 맥스웰은 저서 ‘열의 이론’에서 미묘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만약 지능이 있는 아주 작은 ‘존재’가 있어 공이 통과하는 구멍앞에 숨어 있다고 하자. 이 ‘존재’는 공의 색깔을 구별할 수 있으며, 구멍에 달린 문을 열고 닫아 원하는 공을 통과시킨다. 즉 붉은 공은 왼쪽에, 푸른 공은 오른쪽에 모이게 할 수 있다. 문을 여닫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작게 만들 수 있으므로, 이런 ‘존재’가 실제로 있다면 열역학 제2법칙이 깨지게 된다. 훗날 사람들은 이 ‘존재’에 ‘맥스웰의 도깨비’란 이름을 붙여줬다.

맥스웰의 도깨비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그게 뭐 대수냐? 작은 존재라니? 문을 열고 닫을 때 조금이나마 에너지가 필요하겠지. 도깨비도 먹고 살아야 하니 에너지를 쓸 거 아냐?”처럼 냉소적이었다. 중세시대에 고민하곤 했던 “바늘 끝에 천사가 몇이나 서 있을 수 있나?”라는 질문처럼 맥스웰의 도깨비를 무의미한 문제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1929년 헝가리 출신 물리학자 레오 질라드가 제시한 엔진으로 상황은 뒤바뀌게 됐다.

통상 엔진은 ‘사이클’이라 부르는 열역학적 과정을 반복하며 작동한다. 자동차엔진 같은 내연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엔진은 외부에서 열을 받아 일을 한 뒤 남은 열을 밖에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피스톤의 위치는 처음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엔트로피는 열역학적 과정에 의존하지 않는 상태만의 함수다. 따라서 엔진이 처음 상태로 돌아오면 엔진의 엔트로피는 처음과 같아야 한다. 열원에서 엔진으로 열이 이동할 때 외부의 엔트로피는 감소한다. 따라서 열이 엔진으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엔진과 열원으로 이루어진 계 전체의 엔트로피가 줄어들어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된다. 하지만 들어온 열의 일부를 외부로 내보낸다면 엔트로피도 함께 나가게 돼, 외부의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하지 않으면서 엔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뜨거운 열원과 차가운 열원이 필요하다.

이제 질라드 엔진을 보자. 질라드 엔진은 실제로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한 ‘사고(思考)실험’의 한 예다. 질라드 엔진은 밀폐된 상자 안에 있는 하나의 원자로 이뤄진다. 먼저 여기에 벽을 집어넣는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일은 무시할 수 있다. 열역학적으로 일은 압력과 부피 변화의 곱인데, 벽의 두께가 충분히 작다면 부피 변화가 거의 없어 하는 일의 양은 충분히 작기 때문이다.

벽을 넣었기 때문에 원자는 오른쪽, 왼쪽 중 어느 한 편에 있게 된다. 원자가 오른쪽에 있고 벽이 움직일 수 있다면, 벽은 왼쪽으로 움직인다. 원자는 운동에너지가 있어 끊임없이 벽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벽이 움직이면 부피가 변하므로 일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외부에서 열을 공급해 온도가 유지되도록 해 준다. 벽이 상자의 끝에 도달하면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온 셈이 된다. 벽의 두께가 얇아 벽의 존재를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엔진의 한 사이클이 완성된다. 얼핏 보기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 엔진이 바로 맥스웰의 도깨비라는 것이 질라드의 주장이었다.

질라드 엔진이 하는 일은 외부에서 공급된 열이 바뀐 것이라 에너지보존법칙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질라드 엔진에는 열원이 하나밖에 없으며, 열은 엔진으로 이동할 뿐이다. 즉, 평범한 엔진과 달리 질라드 엔진은 한 사이클 뒤에 줄어든 외부의 엔트로피를 보충해 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질라드 엔진이 맥스웰의 도깨비라고 생각했다.

만약 질라드 엔진이 맥스웰의 도깨비라면 엔트로피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열역학 제2법칙이 깨지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다. 정말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문제를 풀 실마리는 미묘한 곳에 있었다. 벽을 집어넣은 뒤 원자가 오른쪽, 왼쪽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누군가 봤으니까 알 수 있다. 이 누군가가 바로 도깨비가 아닐까. 벽을 넣고 원자의 위치를 측정하지 않았다면 원자의 위치는 오른쪽, 왼쪽 두 가지가 가능하므로 엔트로피는 kBln2이지만, 위치를 알고 있다면 엔트로피는 0이다. 즉, 측정을 통해 엔진의 엔트로피가 감소하게 된다. 열이 직접 이동하지는 않았지만, 엔진의 엔트로피가 줄어든 만큼 외부로 이동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질라드 엔진에서도 열역학 제2법칙은 성립하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 엔트로피의 변화는 순전히 원자가 오른쪽, 왼쪽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의 차이에서 온다. 질라드 엔진은 정보를 일로 바꾸는 장치였지 맥스웰의 도깨비는 아니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옛말이 물리에서도 통한달까. 정확히는 “아는 것이 일이다”가 맞는 말이지만.




[맥스웰의 도깨비는 입자의 속도를 측정해 빠른 입자와 느린 입자를 따로따로 분리할 수 있다. 식은 커피가 다시 뜨거워지는 일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렇듯 열역학 제2법칙을 어길 수 있는 맥스웰의 도깨비가 있는지는 물리학의 오랜 문제였다.]



나노 세계에선 양자역학이 필수
최근 나노기술의 진보는 사고실험으로 출발했던 질라드 엔진을 실제 구현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었다. 2007년 영국 에딘버러대 연구팀은 ‘로택산’이라는 고분자의 분자구조 변환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팀은 로택산의 일부 분자에 레이저를 쬐어 위치 정보를 얻으면 변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질라드 엔진의 원리를 이용한다. 2008년에는 미국 오레곤대 연구팀이 질라드 엔진의 원리를 이용해 원자 다이오드 를 개발했다. 2010년에는 일본 도쿄대 연구팀이 질라드 엔진의 원리를 이용한 회전운동을 얻
는 데 성공했다.

나노 세계에서는 대상이 되는 입자의 개수가 적다. 그래서 열역학을 이해하는데 압력이나 부피 같은 거시적인 양보다 정보가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사실 나노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양자역학을 고려해야 한다. 질라드 엔진은 원자를 다루고 있으므로 양자역학적 대상이다. 또한 원자가 하나 이상 있는 게 더욱 일반적인 상황이다. 양자역학이 갖는 첫 번째 특징은 상자와 같은 공간에 갇힌 원자의 에너지가 공간이 작을수록 커지는 것인데, 이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때문이다. 앞에서 벽을 집어넣을 때 벽의 두께가 충분히 작으면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이것은 양자 세계에서는 더 이상 참이 아니다. 벽이 있으면 원자가 점하는 공간이 작아지므로 에너지가 커진다. 에너지보존법칙이 맞으려면 늘어난 에너지만큼의 일을 해줘야 한다.

양자역학이 갖는 두 번째 특징은 입자들이 서로 구분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펭귄들은 서로 비슷비슷해서 사실상 구분불가능하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구분불가능성은 이런 수준이 아니다. 원자들은 본질적으로 서로 구분불 가능하다. 피겨요정 김연아의 몸을 이루는 탄소와 내 몸의 탄소는 완전히 똑같다.

다시 붉은 공, 푸른 공 문제로 되돌아가 보자. 붉은 공, 푸른 공이 각각 하나씩 있을 때, 두 공 모두 왼쪽에 있을 확률은 1/4이다. 하지만 구분불가능하게 똑같은 공 두 개의 경우 확률은 1/3이다. 왜냐하면 경우의 수가 세 개뿐이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는 일본 도쿄대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양자 질라드 엔진의 작동원리를 연구해,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논문을 출판했다. 이 결과는 미국물리학회에서 운영하는 웹 사이트 피직스(physics.aps.org)에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연구의 핵심 내용은 양자 세계에서는 벽을 넣어줄 때도 일을 해야 하며, 한 사이클 동안 엔진이 하는 일의 양은 상대적 엔트로피라는 양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특히 원자가 여러 개 있을 경우 입자들의 구분불가능성 때문에 구분 가능한 경우보다 일을 더 할 수도 있다. 결국 질라드 엔진이 맥스웰의 도깨비가 아니라는 얘기다.

21세기는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이는 주로 인터넷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정보는 엔트로피로 정량화되며 이를 정보 엔트로피라 부른다. 정보 엔트로피는 물리적 엔트로피와 동일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정보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질량, 에너지보다 정보가 더 근본적이라는 주장을 할 수도 있으리라.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세계는 사물이 아닌 사실의 총계”라고 말했다.

사실 이 세계에는 물질이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존재에 대한 정보가 존재하고, 우주는 이 정보들을 계산하는 거대한 계산기인지도 모른다. 뉴턴이 “나는 진리의 대해(大海)를 앞에 둔 바닷가에서 한 개의 조개를 주운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지만, 우주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경이로움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물리학자 제임스 클락 맥스웰은 영국의 변방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밑에서 친척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지만, 지주 집안이었기 때문에 일생을 통틀어 경제적으로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맥스웰은 에든버러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던 시절 타원을 그리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14세의 나이에 생애 첫 과학 논문을 발표했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홀로 있을 때면 책을 읽거나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모범적이고 조용한 학생이었다. 16세에 에든버러대에 입학했고, 19세에는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하나는 사이클로이드 곡선에 대한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변형된 고체를 투과하는 빛의 편광 특성을 다뤘다.

1850년 케임브리지대에 입학한 맥스웰은 4년 뒤 연구원 자리를 얻어 본격적인 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기간에 그는 모든 빛깔을 빨강, 녹색, 파랑의 적절한 비율로 표현해주는 빛깔 삼각형을 만들었다. 오늘날 컬러 TV를 만드는 기본 원리다. 1856년 스코틀랜드 애버딘대에서 교수직을 제안 받은 맥스웰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애버딘대에 머물며 맥스웰은 토성의 고리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토성 고리의 기이한 구조는 천문학자들의 골칫거리였다. 맥스웰은 고리가 유체일 경우 미세한 파동 형태의 섭동이 증폭돼 고리 전체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으므로 고리는 입자로 돼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맥스웰은 이 업적으로 젊은 수학자에게 주는 애덤스상을 받았다. 이즈음 기체분산에 대한 독일 물리학자 클라우지우스의 논문을 본 맥스웰은 단순하고 대담한 가정을 통해 기체분자의 속도분포를 기술하는 방정식을 얻었다. 오늘날 정규분포 혹은 맥스웰분포라 부르는 식이다.


1860년 정치적인 이유로 교수직을 잃은 맥스웰은 런던대 킹스칼리지로 자리를 옮겼다. 맥스웰의 위대한 업적은 이때부터 이뤄졌으니까 애버딘대로서는 큰 실수를 한 셈이다. 당시 마이클 패러데이라는 걸출한 실험과학자가 전자기 현상의 비밀을 많이 밝혔지만, 아직 그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미비한 상태였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수학에 문외한이었던 패러데이는 자기 실험을 ‘장’이라는 생소한 개념으로 설명했는데, 주류 과학자들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맥스웰과 아내 캐서린 맥스웰의 모습.]

맥스웰은 1861년 패러데이가 제안한 ‘장’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담은 ‘물리적 역선에 관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맥스웰은 다소 기이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장’을 기술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그는 공간이 가상적인 구형(球形)의 ‘셀’로 가득 차 있다고 가정한 뒤 이 셀의 회전으로 장을 설명하고 전류는 셀과 접촉해 움직이는 입자라고 설명했다. 이로부터 전기장과 자기장을 기술하는 4개의 방정식을 얻었는데, 이 방정식은 그때까지 알려진 모든 전자기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다.

4개 방정식이 대칭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맥스웰은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변위전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로부터 전자기파라는 새로운 파동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파동은 빛과 속도가 같았다. 이에 맥스웰은 빛이 전기장과 자기장이 얽혀 진행하는 파동이라는 놀라운 제안을 했다. 그는 이 결과를 1865년에 발표한 ‘전자기장의 역학적 이론’에 집대성했다. 이 책은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잇는 인류의 위대한 지적 성취다. 맥스웰이 죽은 지 8년이 지난 뒤 독일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가 마침내 맥스웰의 주장대로 빛이 전자기파라는 사실
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1865년 맥스웰은 고향 스코틀랜드로 돌아갔다. 지주로서 영지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전자기학과 기체분자운동론에 대한 입문서를 쓸 생각이었다. 그 결과 1871년 ‘열의 이론’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맥스웰은 새로운 수학적 방법을 도입해 열역학을 집대성했는데, 책의 맨 뒷부분에 열역학 제2법칙과 관련한 재미있는 언급을 했다. 개별 분자의 속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면 열역학 제2법칙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이 여기에 ‘맥스웰의 도깨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맥스웰은 다시 케임브리지로 돌아가서 캐번디시 연구소의 설립과 운영에 열정을 바치다가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맥스웰이 연구소의 첫 소장이었다). 그의 노력으로 탄생한 캐번디시 연구소는 20세기 초 세계 물리학의 중심지가 됐다. 이렇듯 맥스웰은 물리만이 아니라 매사에 열심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학생들과 물리에 대해 토론하기를 좋아해서 수업 뒤에도 학생들에 둘러싸여 있기 일쑤였다고 한다. 애버딘대에 있을 때는 돈을 받지 않고 매주 15시간씩 공장노동자들을 위해 야간 강의를 하기도 했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맥스웰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전기 없이 우리가 단 하루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맥스웰에 대한 이런 대우는 부당한 셈이다. 맥스웰의 아름다운 방정식은 오늘날에도 이 우주를 완벽하게 기술하고 있다.

201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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