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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진평왕에게 당나라에서 모란꽃 그림과 꽃씨를 보내왔다. 맏딸인 덕만은 그림을 보고, 이 꽃이 비록 곱기는 하지만 나비가 없는 것을 보아 틀림없이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씨앗을 심었는데 과연 그녀가 말한 것과 같았다. ‘삼국사기’는 덕만(선덕여왕)이 아주 명민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근대 과학은 이 이야기에 이의를 제기한다. 선덕여왕의 말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나비가 ‘향기로운 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꽃’을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타운대 마사 바이스 박사는 란타나라는 열대 식물의 꽃 색깔이 노란색에서 오렌지색, 빨간색으로 변하는 점에 주목했다. 꿀의 양은 꽃이 노란색일 때 가장 많고 빨간색일 때는 거의 없다. 바이스 박사는 나비들이 빨간색 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꿀이 풍부한 노란색 꽃만 찾아다니는 것을 관찰했다.







어린아이를 넣어 ‘에밀레(에미 때문에)~’ 구슬픈 소리가 울린다는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비밀도 밝혀졌다. 8세기 한국 범종은 구리와 주석의 비율이 6:1인 청동으로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청동에 주석이 많이 포함될수록 종소리가 맑고 길어진다. 그래서 에밀레종은 종소리가 맑고 길게 나면서도 강도를 유지한다.



신라 제42대 흥덕왕은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신하에게 앵무새 한 쌍을 선물 받았다. 오래지 않아 암컷이 그만 죽어버렸다. 홀로 남은 수컷은 슬피 울기를 그치지 않는다. 흥덕왕은 사람을 시켜 그 앞에 거울을 걸어 놓게 했다. 수컷은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보고는 제 짝을 얻은 줄 알고 그 거울을 쪼다가 헛것인 줄을 깨닫고 슬피 울다가 죽었다고 한다.
 


[과학 삼국사기, 과학 삼국유사 | 이종호 지음 | 동아시아 | 약 360쪽 | 각권 1만 6000원]

 
 
앵무새가 거울을 쪼다가 결국 제 그림자임을 깨달았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앵무새에게 그런 인지 능력이 있을까. 학자들의 견해는 둘로 나뉜다. 하나는 동물이 자신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니라는 것이다. 흔히 조금 모자란 사람을 새대가리에 비유하는데, 과학자들은 연구 결과 꾀꼬리나 까마귀, 앵무새 같은 새들은 지능이 꽤 뛰어나다고 밝혔다. 미국 듀크대 에릭 자비스 교수는 새의 뇌가 인간의 뇌와 상당히 유사하며, 대부분 뇌저신경절로 돼 있지만 원시적인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새의 뇌를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실린 이야기를 과학과 접목했다. 과학자인 저자가 역사서를 분석하면서 역사학자들이 놓치기 쉬웠던 과학적인 내용을 읽어냈다. 선덕여왕의 지혜나 에밀레종의 제작 설화뿐 아니라 석빙고나 첨성대 같은 발명품에 대한 이야기,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과 연개소문 장군의 안시성 전투 같은 역사 이야기를 다양하게 다뤘다. 과학과 역사를 모두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과학과 인문학을 한 틀에서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는 방법으로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문화유산에서 과학성을 찾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과학역사가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한국 유산이 과학성이 떨어지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이유로 제작 방법이나 작동원리 같은 과학적인 설명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자료가 없음을 들었다. 그나마 한문을 빌려 썼기 때문에 현재는 해석하기도 쉽지 않다. 또 수많은 자료들이 잦은 전쟁과 소홀한 관리로 거의 파손되거나 멸실됐고 위정자들이 고의적으로 자료를 파괴하거나 훼손하면서 한국의 과학역사는 더 왜곡됐다.



저자는 이집트나 그리스,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이 우리 유산보다 더 뛰어난 것이 아니라 연구 자료가 많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한국 유산에 대한 정보가 적은 상태에서 우리 문화는 과학성이 떨어진다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어느 유산에 과학성이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삼국시대의 과학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세계화, 현대화시켜 독자들의 과학사 지식을 끌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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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이미지 출처│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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