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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살아 숨 쉬며 움직인다!

테마가 읽는 책읽기

세계 방방곡곡을 항해하며 수많은 동식물을 연구했던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은 영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와 정원을 가꾸는 일에 몰두하며 남은 생애를 보냈다. 그가 재만 뿌려두고 농사를 그만둔 밭이 있었다. 몇 년 뒤 어느 날 재를 뿌려 놓은 땅 위에 흙이 한층 더 생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흙이 생물처럼 번식이라도 한 걸까.

 
 


 
 다윈은 지렁이의 똥에 주목했다. 그가 재를 뿌려뒀던 밭은 새로운 흙층이 생겨 표면에는 재가 없었지만, 지렁이가 치약을 짜놓은 듯 만들어놓은 배설물 안에 재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곳곳에서 지렁이 똥을 모아 조사했다. 거기에 든 흙은 땅속에 있는 흙과 구성성분이 같았다. 다윈은 지렁이가 땅속에 있는 흙을 먹고 지표면에 올라와 배설을 하며, 그 결과 해마다 0.25~0.6cm씩 새로운 흙층이 생긴다는 결론을 내렸다.



데이비드 몽고메리가 쓴 ‘흙’은 다윈이 흙과 지렁이의 관계를 연구했던 재미난 사례를 시작으로, 흙이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지, 흙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는 흙을 가볍게 여기다 결국 파괴돼 버리고 만 지역들이 나온다. 비료 원료인 인산염을 확보하려고 땅을 파헤쳐 결국 달 표면처럼 처참해진 나우루 섬, 거대 석상을 세울 만큼 발달했었으나 자원이 고갈되면서 문명이 무너져버린 이스터 섬 등이다.



어떻게 좋은 흙을 지킬 수 있을까. 그 답은 웨인 루이스와 제프 로웬펠스가 쓴 ‘땡큐 아메바’에 들어 있다. 그들은 이 책에서 흙은 살아 있으며 숨을 쉬는데다 활발히 움직이기까지 한다고 주장한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온갖 작은 생물들 덕분이다. 토양 먹이그물을 활용하면 흙을 지키고 가꿀 수 있다. 흙 속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생물들(지렁이, 달팽이 등)과 현미경이 없이는 볼 수 없는 생물들(세균, 균류, 원생동물, 선형동물 등)이 우글거리고 있다.
 
 
 
이 한가운데에는 식물이 있다. 식물은 뿌리에서 삼출액을 분비해, 세균과 균류를 끌어당긴다. 그것들은 삼출액을 빨아 먹거나 식물의 뿌리에서 떨어져 나온 조직을 먹고 살면서 식물에게 필요한 양분을 제공한다. 세균과 균류를 잡아먹는 선형동물과 원생동물이 내보내는 배설물을 식물 뿌리가 양분으로 흡수한다. 선형동물과 원생동물을 잡아먹는 절지동물은 지표면에 있는 식물 잔해를 씹어 작은 조각으로 부순다. 균류와 세균이 이것을 분해한다.



토양 먹이그물은 식물에게 직접적으로 양분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 식물에게 간접적인 도움도 준다. 세균은 너무 작은 몸을 일정한 곳에 지지하기 위해 끈적끈적한 액을 만든다. 이 액은 흙 입자를 뭉치게 한다. 흙이 덩어리로 뭉치면 물과 가용성 양분을 붙들 수 있다. 벌레와 두더지 같은 동물들은 땅속에 구멍을 판다. 이때 흙속에는 땅굴이 생긴다. 이곳으로 공기와 물이 흙에 스며들고 빠져나간다. 커다란 동물들은 땅을 팜으로써 식물에게 필요한 공기와 물을 제공하는 셈이다. 토양의 먹이그물은 죽어서도 세균과 균류에 분해되면서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농약과 비료에 죽어가는 흙
 
 
저자들은 오늘날 농약과 화학비료를 너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흙이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농약은 해충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땅에 이로운 생물들도 죽인다. 농약에 토양의 먹이 그물이 무너지는 셈이다. 이로운 생물들은 비타민이나 항생물질(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 등) 같은 병원체 억제물질을 만들어 흙을 비옥하게 가꿀 뿐 아니라 식물을 건강하게 지켜준다. 이로운 생물이 많으면 해로운 생물이 삼출액과 양분을 차지하려는 경쟁에서 밀린다. 화학비료도 해롭긴 마찬가지다. 화학비료에는 칼륨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 있어 식물체가 흙으로부터 다른 이온을 흡수하는 기작을 방해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료를 사용하면 흙이 생명을 잃어 식물도 잘 자라지 못한다.



기초적인 흙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일본임업기술협회에서 지은 ‘흙의 100가지 신비’를 읽어보자. 이 책은 지구가 처음 태어나던 순간부터 흙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원시생물이 육지에 출연하기 시작했을 때와 농경사회가 시작했을 때에는 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 흙에 대한 원초적인 이론을 다룬다.



일본 지식인들이 만든 책이라 지역별 흙의 특징이나 분포, 흙에 얽힌 재미난 사례가 모두 일본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화산재 위에 식물이 자라면서 만들어진 검은 부식토(화산회토)처럼, 활화산이 발달한 지형에서만 볼 수 있는 흙이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하다. 농사 외 용도로 생활에 쓰이는 흙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예를 들면 활석이나 고령토, 운모, 벤토나이트 등은 화장품의 원료로 쓰인다. 특히 활석은 피부에 바르면 매끄럽게 퍼지면서 부착력이 강하고 땀 흡수도 잘한다. 그래서 파우더와 파운데이션 안에 40~70%나 들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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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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