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fi nding indicates that INAH is dimorphic with sexual orientation, at least in men, and suggests that sexual orientation has a biological substrate. 이 발견은 적어도 남성에서 INAH가 성적 취향에 따라
크기가 다름을 보여줬고, 성적 취향이 생물학적 기반을 가짐을 시사한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방영기간 내내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다. 김수현 작가가 작심한 듯 동성애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 단체는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다며 신문에 방송중단 호소문을 싣기도 했다. 물론 이제는 우리 사회도 이런 문제를 포용할 만큼 성숙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 동성애 문제는 오랜 역사에 걸쳐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심각한 범죄로 취급됐다. 중세유럽에서는 동성끼리 관계를 갖다가 발각되면 생식기를 훼손하고 사형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극단적인 동성애 혐오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동성애로 처형된 사람이 4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최근 아프리카 우간다의 한 신문은 동성애자를 처형하라며 동성애자 100명의 이름과 사진을 싣기도 했다.
동성애자를 상당히 포용하는 서구의 대중조차도 좀처럼 색안경을 벗지 못한다. 동성끼리 어깨 동무하거나 손잡고 다니는 데 익숙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배낭여행을 떠날 때 듣는 얘기가 “동성애자로 오해받으니까 외국에 나가서는 그러지 말라”는 말이다.
일부 학부모들이 ‘인생은 아름다워’에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아이들이 드라마를 보고 동성애 성향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것이다. 사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성애자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환경론의 관점이 우세했다. 그런데 1991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짤막한 논문이 실리면서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 바뀌기 시작했다.
뇌의 남녀 차이에서 아이디어 얻어
1943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사이먼 르베이 박사는 캠브리지대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한 뒤 독일 괴팅겐대에서 신경해부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의대에서 10여 년간 봉직한 뒤 1984년 미국 솔크연구소로 옮겼다. 르베이 박사는 오랫동안 동물의 시각피질이 어떻게 시각정보를 처리하는가를 연구해왔다. 그런데 우연히 논문 한 편을 보고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혼자서 ‘취미 프로젝트(hobby project)’를 시작하게 된다.
그가 읽은 건 미국 LA 캘리포니아대 로저 코르스키 교수팀의 논문으로, 남녀의 뇌를 자세히 비교한 결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을 발견했다는 내용이다. 즉 뇌 가운데 있는 시상하부에 INAH2와 INAH3라는 핵(뉴런이 뭉쳐 있는 부분)이 있는데 남성의 핵이 더 크다는 것. 시상하부는 식욕이나 성욕 같은 본능적 충동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시상하부의 특정 조직이 남녀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는 발견은 상당히 그럴듯했다.
사실 코르스키 교수팀의 실험 역시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쥐의 시상하부에서도 특정 영역의 크기가 암수차이가 난다(물론 수컷이 더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수컷의 뇌에서 이 영역을 파괴할 경우 수컷의 교미 행동이 암컷처럼 바뀐다는것. 즉 암컷의 등 뒤에 올라타려는 행동 대신 허리를 휘고 엉덩이를 드러내는 행동을 보였다. 즉 이 부분이 성욕 자체가 아니라 성적 취향에 관여함을 강하게 시사하는 결과다.
르베이 박사는 이런 사실들로부터 동성애자의 뇌 구조가 반대 성의 이성애자와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떠올린 것이다. 즉 게이(남성 동성애자)는 이성애 여성처럼 시상하부의 핵이 작고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은 이성애 남성처럼 클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7개 병원에서 동성애자의 시체를 찾는 일을 시작으로 ‘취미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당시는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로 인한 사망자가 본격적으로 나오던 시기라 게이 시체 19구를 확보했다. 그러나 레즈비언의 시체는 구하지 못했다. 에이즈는 항문성교를 하는 게이들이 주로 걸렸기 때문이다(상처를 통한 감염).
르베이 박사는 게이 19명, 이성애 남성 16명, 이성애 여성 6명의 뇌에서 시상하부를 꺼내 얇게 썰어 현미경으로 핵의 크기를 비교했다. 그 결과 INAH2는 이성애 남성과 게이에서 차이가 없었으나 INAH3의 경우 게이는 크기가 이성애 남성의 절반도 안 됐고 오히려 이성애 여성과 비슷했다. 여성 대신 남성에게서 성욕을 느끼는 게이의 성향이 INAH3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였다.
르베이 박사는 “이 발견은 적어도 남성에서는 성적 취향에 따라 INAH3의 크기가 다름을 보여줬다”며 “이는 성적 취향이 생물학적 기반을 가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가 1991년 8월 30일자 ‘사이언스’에 발표되자 언론은 대서특필했고 “나는 동성애자로 태어났다”고 주장해온 많은 동성애자들은 이 결과를 환영했다.
동성애 유전자는 아직 못 찾아
그럼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유발할까.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여러 실험 결과 태아의 발달과정의 특정시기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의 양과 분포가 성적 취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의 경우 남성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인데, 뇌가 발달할 때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INAH3가 작다는 것.
흥미롭게도 일단 뇌가 형성되는 시기를 지나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올라가도 INAH3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즉 태아시기에 뇌의 성적 취향이 결정되면 그 뒤로는 바뀌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는 동성애 성향이 환경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게이는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낮을까. 그렇지는 않다. 남성호르몬은 남성적인 신체적 특징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성욕의 경우 취향보다는 욕망 자체에 영향을 준다. 즉 남성호르몬이 높다고 여성에게 욕망을 느끼는 건 아니다. 이성애 남성에게 남성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먹일 경우 동성애 성향을 갖게 되는 게 아니라 성욕 자체가 떨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한편 리베이 박사의 논문이 나간 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구분 짓는 특성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
다. 그 결과 많은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은 신빙성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
다. 예를 들어 남성은 여성에 비해 키에 대한 팔다리 길이가 상대적으로 더 긴데, 게이는 이성애 남성에 비해
팔다리가 짧고 레즈비언은 이성애 여성보다 팔다리가 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걸음걸이도 남성은 어깨가 많이 움직이고 여성은 엉덩이가 많이 움직이는데 역시 동성애자는 반대 성의 경향을 띤다고 한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는 체취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편 성적인 측면에서 이성애자와 동성애자가 같은 특징도 있다. 예를 들어 보통 남성은 여성의 ‘육체적 부정’에 더 민감하고 여성은 남성의 ‘정신적 부정’에 더 질투를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게이도 상대의 육체적 부정에, 레즈비언도 정신적 부정에 더 민감하다고 한다.
또 남성은 되도록 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하려 하고 여성은 상대를 가리는 경향이 있는데 게이나 레즈비언 역시 이성애자와 같다고 한다. 그 결과 자신과 성관계를 가진 평균 사람 수를 보면 게이가 이성애 남성보다도 많다고 한다(관계를 맺는 게이 둘 다 성관계에 적극적이므로). 동성애자는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모자이크처럼 갖고 있는 셈이다.
성적 취향이 이처럼 생물학적 배경을 갖는다면 동성애는 유전되는 것일까.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남성의 3% 정도가 게이이고 전체 여성의 1%가 레즈비언이라고 한다. 그런데 동성애자의 형제 가운데 동성애자가 있을 확률은 평균값보다 높다. 특히 일란성쌍둥이의 경우 5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럼에도 “이거다!”하는 동성애 유전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아마도 키의 경우처럼 성적 취향을 결정짓는 데는 많은 유전자가 부분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태아 시절의 우발적인 태내환경변화, 즉 남성호르몬 농도 변화나 영양상태 등이 적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 아무튼 일단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뒤에는 성적 취향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동성애 유전자는 사라지지 않았을까. 게이는 여성에 관심이 없고 실제로도 평균 자녀수가 이성애 남성보다 훨씬 적다. 따라서 몇 세대 지나지 않아 동성애 유전자는 솎아져야 한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가설 가운데 하나는 게이의 형제 역시 동성애까지는 아니지만 여성적 취향이 있어 오히려 여자들이 더 좋아한다는 것. 실제로 게이의 형제는 평균 남성보다 자녀 수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르베이 박사는 그 뒤 연구보다는 과학저술에 힘을 쏟았다. 최근 출간한 책 ‘Gay, Straight, and the Reason Why(게이, 이성애 남성, 그 이유)’에서 그는 “동성애자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나 자신 게이이지만 그래서 행복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성애자가 주류인 사회의 틀에 우리를 억지로 끼워 맞출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우리의 다채로움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베이 박사가 성적 취향의 근원을 밝히는 ‘취미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어쩌면 그 자신 게이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