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 슈퍼컴퓨터 전기세를 잡아라.
미국 NCSA의 슈퍼컴퓨터 ‘블루 워터스’ 방문기
미국 국가슈퍼컴퓨팅응용센터(NCSA)와 일리노이주립대는 새로운 슈퍼컴퓨터인 ‘블루 워터스’를 가동시키기에 앞서 이 컴퓨터의 보금자리를 세상에 공개했다. 이 건물은 ‘본격적으로 페타 스케일의 컴퓨팅을 실시하는 시설’이라는 의미로 PCF(Petascale Computing Facility)라는 이름이 붙었다. 블루 워터스는 순간 최대 연산능력이 10페타플롭스에 이르는, 내년 ‘슈퍼컴 톱500’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예약한 슈퍼컴퓨터다. 플롭는 1초당 수행할 수 있는 연산의 횟수를 뜻한다. 1페타는 1000조이므로 블루워터스는 1초마다 1경(京) 번의 연산을 처리하는 셈이다.
건물을 먼저 공개한 이유는 PCF가 슈퍼컴퓨팅에 최적화된 건물이기 때문이다. NCSA와 일리노이주립대는 특이하게도 블루 워터스를 들여오면서 제작사인 IBM과 함께 컴퓨터 전용 건물을 지었다. 그 덕분에 PCF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하고 에너지 효율을 최고로 끌어올린 건물로 탄생했다.
건물의 면적은 8175m2로 축구장 크기와 비슷하다. 블루 워터스를 비롯한 컴퓨터가 들어갈 공간은 1858m2 남짓이고 나머지는 거의 전력과 냉각, 통풍 등 컴퓨팅에 필요한 제반 시설을 위해 쓰인다. 특히 지하는 건의 심장부다. 이곳에는 ‘찬 물(chilled water)’과 ‘공기’라고 표시한 거대한 관들이 얽혀 지나가는데, 모두 컴퓨터의 냉각장치다. 일리노이주 특유의 ‘얼음처럼’ 차가운 물은 관을 타고 건물 안으로 들어와 2층에 있는 컴퓨터에 직접 연결된다. 물이 발열장치를 가까이에서 냉각시키기 때문에 물로 주변 공기를 냉각시켜 온도를 내리던 기존 방식보다 40% 정도 효율이 높아졌다.
블루 워터스는 추가로 전력 시설이 들어오거나 컴퓨터에 부하가 많이 걸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직접 공기를 냉각하는 방법은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건설의 책임을 맡은 IBM의 바바라 제윗은 “블루 워터스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오직 (컴퓨터에 들어가는 전력을 제외하고) 외부 공기를 들여오도록 팬을 돌리고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에 사용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신만만한 이유는 블루 워터스가 있는 일리노이주의 겨울이 매우 춥고 길기 때문이다. 이곳의 겨울 기온은 영하 15℃ 내외까지 내려간다. 쌀쌀한 날씨는 1년 중 220일 가까이 지속된다. 말 그대로 창문만 잘 열어놔도 냉각이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컴퓨팅 센터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PUE(Power Usage Effectiveness)를 사용한다. PUE는 건물에 들어가는 총 전력을 IT 장비(서버, 네트워크 장비, 메모리)가 사용하는 전력으로 나눈 값이다. 즉 서버와 네트워크, 메모리 등 IT 장비를 구동시키는 데 드는 에너지와는 별도로 얼마나 에너지가 더 들어가는지를 알려준다. 조사 결과 블루 워터스의 PUE는 1.2로 나타났다. 2007년 미국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에서 조사한 24개의 컴퓨터 시설의 평균 PUE인 1.8~1.9보다 훨씬 낮다.
슈퍼컴퓨팅을 위한 특수 건물을 지으려는 노력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IT 기업들에서 특히 많다. 실제로 7월 23일부터 이틀간 NCSA에서 열린 ‘데이터 센터를 위한 국제 심포지움’에서는 이들 업체들이 효율적인 데이터 센터를 짓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 중인지 알 수 있었다. 유체역학을 사용해 통풍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설에서부터 오클라호마나 알래스카처럼 추운 지역을 답사하는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2013년 들여오는 슈퍼컴퓨터 5호기를 위해 건물 신축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맡고 있는 성진우 KISTI 연구원은 “최근 2~3개의 건설업체들에게 컨설팅을 맡겼고 이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KISTI의 전기료 예산은 12억 원이었으나 슈퍼컴퓨터 4호기가 들어오면서 24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력을 낮추지 않고 슈퍼컴퓨터를 계속 늘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단 국내는 특별히 추운 지역이 없어 환경의 이점을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KISTI 슈퍼컴퓨팅본부의 이지수 본부장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슈퍼컴퓨터의 진화를 더 기대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며 “하드워드, 소프트웨어, 설비 시설 등 모든 분야가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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