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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소설가 쥘 베른은 ‘과학 소설(SF)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활동한 19세기 후반은 과학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유럽의 강대국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 탐험대를 파견했던 시기다. 쥘 베른은 그러한 사회 분위기에 특유의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신비의 세계를 탐험하는 내용을 담은 SF를 80여 권이나 썼다. 그 당시 쥘 베른의 소설 속에 등장했던 원자력 잠수함과 달 탐사, 발사체 로켓과 같은 과학 기술은 20세기에 접어들어 상당수가 실현되며, 아직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과학으로 실현된 소설 속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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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리’는 쥘 베른이 1870년에 발표한 해양 모험 소설이다. 해양 생물학자인 아로낙스 박사가 정체불명의 바다 괴물을 쫓는 탐사에 참가했는데, 그 괴물은 알고 보니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잠수함 노틸러스호. 노틸러스호의 함장은 수수께끼의 인물 네모 함장이다. 아로낙스 박사와 그의 조수, 그리고 포경선의 작살잡이인 네드가 노틸러스호를 타고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온갖 모험을 겪는 이야기다.
쥘 베른은 이 소설에서 생물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동원해 온갖 종류의 물고기, 조개, 연체동물과 해조류를 실감나게 설명한다. 또 바다 괴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무시무시하게 그린 것이 바로 ‘대왕 오징어’다. 소설 속에서 이 대왕 오징어의 습격을 받아 선원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과연 대왕 오징어는 실제 존재할까. 희귀생물로 분류된 대왕 오징어(Architeuthis dux)는 그 생태를 관찰하기 어려워서 오랫동안 신비에 싸여 있었다. 수심 1000m의 심해에 사는 대왕 오징어는 다 자란 개체의 길이가 최대 13m, 눈의 지름만 45cm에 달한다. 그리고 육식성으로 긴 원통형의 몸체 끝에 부리 모양의 주둥이가 달려 있는데, 이것은 매우 단단하고 힘이 세서 철근도 자를 수 있을 정도다.
전설로 전해진 바다 괴물의 실체
대왕 오징어는 예로부터 뱃사람들 사이에 전설로 전해지던 거대한 바다 괴물 ‘크라켄’의 원형이다. 현대에 와서는 실제 대왕 오징어가 발견되면서 전설 속 바다 괴물의 실체가 드러났다. 1998년 대서양의 해저 4000m 지점에서 대왕 오징어가 처음 목격된 뒤 태평양과 인도양에서도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2009년에는 일본 부근에서 9m 크기의 대왕오징어를 입에 문 고래의 모습이 촬영됐다. 길이가 18m까지 자라는 향유고래는 심해로 잠수해서 대왕 오징어를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대왕 오징어가 과연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2006년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동해안에서도 대왕 오징어의 사체가 종종 발견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포항에서 몸통만 1.8m, 전체 길이 7.7m의 대왕 오징어가 파도에 떠밀려 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수심 300~600m의 심해에 살던 대왕 오징어가 먹이를 따라 얕은 바다까지 올라왔다가 힘이 빠져 파도에 떠밀려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거대 괴물의 실체가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는 걸 보면, 인간의 상상력만큼 자연의 다양성도 끝이 없음을 알 수 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