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A씨는 미국 웨인주립대 생체공학 센터를 찾았다. 이 건물에는 차량 충돌용 실험 장치가 있다. 자동차 조수석에 앉으면 다른 자동차가 시속 24km로 달려와 부딪친다. A씨는 쇄골과 견갑골이 부서졌고 갈비뼈 5개에 금이 갔다. 갈비뼈와 주변 근육은 숨을 쉴 때 허파가 공기를 빨아들이게 하기 때문에 갈비뼈가 부러지면 호흡곤란으로 죽을 수 있다.
[사례 2] B씨는 지뢰를 밟아도 발이 다치지 않는 특수한 신발을 신고 지뢰를 밟았다. 이 신발은 지뢰가 터질 때의 충격 에너지를 흡수해 발을 보호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 전문가들의 생각과 달리 B씨는 발에서 무릎까지 연쇄적으로 골절됐다.
A씨와 B씨는 모두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아무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둘 다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시신’이었기 때문이다.
시신을 묻기 전에 어디엔가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사례는 의대생들이 시신을 해부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떤 기관이 들어 있는지 관찰하거나, 뇌사자의 몸에서 살아 있는 기관들을 떼 내어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일 정도다. 하지만 시신을 활용하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머리만 잘라내 성형수술 실습용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시신 부패를 연구하기 위해 땅바닥에 가만히 눕혀 놓기도 한다. 무기를 만들기 위해 다리만 잘라내 총알 관통 실험에 사용하기도 하고,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충돌 실험을 하기도 한다. 과학과 의학이 발전했던 순간에는 항상 시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내막에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다. 기원전 300년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인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의료 종사자들에게 길에서 횡사하거나 처형당한 사람의 시신을 해부하도록 지시했다. 18~19세기 영국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지역은 사립 의대가 번성했는데, 학교 수는 점점 늘어나는 데 비해 해부용 시체 수는 많지 않았다. 해부학자들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산 사람을 해부하거나, 갓 묻은 시신을 파내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수많은 인체 해부실을 방문할 때마다 과연 연구원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 살아 있었던 실습 재료’를 어떻게 대하는지 관찰했다. 다행히 현재 의대에서는 대부분의 연구원이 그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있었다. 저자는 인체 해부실습을 하기 전에 자신이나 가족의 몸을 의학용으로 기증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가지라고 충분히 가르친 덕분이라고 쓰고 있다.
잔인하게 들리는 제목을 가진 이 책에는 인체 해부에 대한 기괴하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직접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며 연구용으로 기증된 시신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밀착취재했다. 그는 미국에서 중국 하이난 성의 화장장, 스웨덴 뤼뢴까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인육만두 빚기나 머리 이식처럼 실제 일어난 것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된 이야기부터 시신을 사용하는 다양한 사례를 수집했다.끔찍 하고 혐오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저자만의 독특한 필체로 밝고 유쾌하게 풀었다.
저자는 시신 활용을 일컬어 ‘죽은 상태에서만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업적’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이 책에서 “죽음이 꼭 지루한 일만은 아니다”라며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운 채 썩어가는 현상 역시 흥미롭지만 시체가 된 상태에서도 해볼 만한 일이 많다”는 익살맞고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눈길이 머무는 이달의 책
| 우리의 선택 |
앨 고어 지음 | 김지석, 김춘이 옮김 | 알피니스트 | 405쪽 | 2만 8000원
“빨리 가고 싶다면 혼자 길을 떠나고,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길을 떠나라.”
이 책에 나오는 아프리카 속담의 한 구절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며 미국의 제15대 부통령,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불편한 진실’, ‘위기의 지구’의 저자,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가 환경 재앙을 넘어 아름다운 성장을 하기 위한 선택의 방법을 제시했다.
미국의 태양열 발전소에서 중국의 풍력 에너지 단지, 유럽의 스마트그리드 계획까지 전 세계는 환경 재앙을 극복하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려는 길로 들어섰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환경과 발전 사이의 이분법을 버리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돌파구를 소개한다.
두 페이지에 걸친 수많은 컬러 사진과 눈에 쏙쏙 들어오는 글자체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치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스페인 세비야의 광활한 평야에 있는 태양열발전소의 거울 군단, 고철덩어리가 산처럼 쌓인 시애틀의 쓰레기장, 이산화탄소를 20% 덜 내뿜는 제트기 엔진 사진은 어떤 예술 사진에도 뒤지지 않는다.
새 책
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
권혁도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36쪽 | 1만 원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화로 담았다. 생태세밀화 작가인 저자는 사실적인 묘사와 정확한 생태 관찰을 하기 위해 나비 100여 종과 꽃 150여 종을 직접 길렀다. 애벌레가 나뭇잎을 갉아 먹는 모습, 개미와 함께 공생하는 모습, 번데기를 만들어 웅크리고 있다가 나비로 탄생하는 장면을 ‘생생한 감동’으로 만날 수 있다.
탐구한다는 것
남창훈 지음 | 너머학교 | 132쪽 | 1만 원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많은 사람에게 답을 찾아주는 탐구는 ‘보물찾기’와 비슷하다. 13년 동안 프랑스와 영국, 독일의 최고 연구소에 있었던 항체공학자 남창훈 박사는 청소년에게 탐구의 의미와 기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줌과 동시에 단순한 질문을 답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탐구 방법을 제시한다.
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습니다
이성규 지음 | 살림 | 296쪽 | 1만 2000원
조선을 발칵 뒤집었던 놀랍고 발칙한 사건들 뒤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을까. 저자는 숙종의 죽음을 암시한 태양의 흑점, 광해군 때 목격된 UFO, 어느 날 수탉으로 변해버린 암탉, 우유로 만든 보신음식 타락죽을 먹은 정종이 비소에 중독된 일 등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이야기들을 과학으로 풀었다.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
이권우 외 22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72쪽 | 1만 5000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가 발행하는 웹진 ‘크로스로드’에 실렸던 에세이를 모아 책을 펴냈다. 저자들은 과학이 기술과 문학, 예술의 만남이며 소통이 가능한 창의성이라고 말한다. 달팽이 연구가로 유명한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와 이인식 과학문화 연구소장을 비롯한 22인이 생각하는 과학의 의미와 과학자가 되는 법, 과학으로 세상을 읽는 방법을 담았다.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김성호 지음 | 지성사 | 288쪽 | 2만 8000원
딱따구리 둥지에 동고비 가족이 날아들었다. 저자는 80일 동안 동고비 한 쌍이 새끼 8마리를 키우는 모습을 관찰해 글과 사진 300여 컷에 담았다. 딱따구리 둥지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다툼, 둥지의 리모델링,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모습처럼 끈기를 가지고 세심하게 지켜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신기한 장면들을 소개했다. 둥지 근처에 놀러온 다른 동물(다람쥐와 동박새, 오목눈이 등)의 모습도 재미있다.
FOOTBALL 축구
존 스트라우드 지음 | 이주만 옮김 | 한국방송출판 | 191쪽 | 3만 5000원
‘축구팬’이라면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 축구의 역사와 규칙, 월드컵에서의 명장면과 스타 선수들, 축구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생생한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 같은 축구강국들의 스타일과 장단점도 엿볼 수 있다. 직사각형 틀에서 벗어나 축구공처럼 둥글게 재단된 표지도 흥미롭다.
[사례 2] B씨는 지뢰를 밟아도 발이 다치지 않는 특수한 신발을 신고 지뢰를 밟았다. 이 신발은 지뢰가 터질 때의 충격 에너지를 흡수해 발을 보호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 전문가들의 생각과 달리 B씨는 발에서 무릎까지 연쇄적으로 골절됐다.
A씨와 B씨는 모두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아무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둘 다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시신’이었기 때문이다.
시신을 묻기 전에 어디엔가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사례는 의대생들이 시신을 해부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떤 기관이 들어 있는지 관찰하거나, 뇌사자의 몸에서 살아 있는 기관들을 떼 내어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일 정도다. 하지만 시신을 활용하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머리만 잘라내 성형수술 실습용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시신 부패를 연구하기 위해 땅바닥에 가만히 눕혀 놓기도 한다. 무기를 만들기 위해 다리만 잘라내 총알 관통 실험에 사용하기도 하고,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충돌 실험을 하기도 한다. 과학과 의학이 발전했던 순간에는 항상 시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내막에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다. 기원전 300년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인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의료 종사자들에게 길에서 횡사하거나 처형당한 사람의 시신을 해부하도록 지시했다. 18~19세기 영국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지역은 사립 의대가 번성했는데, 학교 수는 점점 늘어나는 데 비해 해부용 시체 수는 많지 않았다. 해부학자들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산 사람을 해부하거나, 갓 묻은 시신을 파내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수많은 인체 해부실을 방문할 때마다 과연 연구원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 살아 있었던 실습 재료’를 어떻게 대하는지 관찰했다. 다행히 현재 의대에서는 대부분의 연구원이 그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있었다. 저자는 인체 해부실습을 하기 전에 자신이나 가족의 몸을 의학용으로 기증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가지라고 충분히 가르친 덕분이라고 쓰고 있다.
잔인하게 들리는 제목을 가진 이 책에는 인체 해부에 대한 기괴하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직접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며 연구용으로 기증된 시신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밀착취재했다. 그는 미국에서 중국 하이난 성의 화장장, 스웨덴 뤼뢴까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인육만두 빚기나 머리 이식처럼 실제 일어난 것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된 이야기부터 시신을 사용하는 다양한 사례를 수집했다.끔찍 하고 혐오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저자만의 독특한 필체로 밝고 유쾌하게 풀었다.
저자는 시신 활용을 일컬어 ‘죽은 상태에서만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업적’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이 책에서 “죽음이 꼭 지루한 일만은 아니다”라며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운 채 썩어가는 현상 역시 흥미롭지만 시체가 된 상태에서도 해볼 만한 일이 많다”는 익살맞고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눈길이 머무는 이달의 책
| 우리의 선택 |
앨 고어 지음 | 김지석, 김춘이 옮김 | 알피니스트 | 405쪽 | 2만 8000원
“빨리 가고 싶다면 혼자 길을 떠나고,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길을 떠나라.”
이 책에 나오는 아프리카 속담의 한 구절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며 미국의 제15대 부통령,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불편한 진실’, ‘위기의 지구’의 저자,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가 환경 재앙을 넘어 아름다운 성장을 하기 위한 선택의 방법을 제시했다.
미국의 태양열 발전소에서 중국의 풍력 에너지 단지, 유럽의 스마트그리드 계획까지 전 세계는 환경 재앙을 극복하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려는 길로 들어섰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환경과 발전 사이의 이분법을 버리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돌파구를 소개한다.
두 페이지에 걸친 수많은 컬러 사진과 눈에 쏙쏙 들어오는 글자체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치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스페인 세비야의 광활한 평야에 있는 태양열발전소의 거울 군단, 고철덩어리가 산처럼 쌓인 시애틀의 쓰레기장, 이산화탄소를 20% 덜 내뿜는 제트기 엔진 사진은 어떤 예술 사진에도 뒤지지 않는다.
새 책
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
권혁도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36쪽 | 1만 원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화로 담았다. 생태세밀화 작가인 저자는 사실적인 묘사와 정확한 생태 관찰을 하기 위해 나비 100여 종과 꽃 150여 종을 직접 길렀다. 애벌레가 나뭇잎을 갉아 먹는 모습, 개미와 함께 공생하는 모습, 번데기를 만들어 웅크리고 있다가 나비로 탄생하는 장면을 ‘생생한 감동’으로 만날 수 있다.
탐구한다는 것
남창훈 지음 | 너머학교 | 132쪽 | 1만 원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많은 사람에게 답을 찾아주는 탐구는 ‘보물찾기’와 비슷하다. 13년 동안 프랑스와 영국, 독일의 최고 연구소에 있었던 항체공학자 남창훈 박사는 청소년에게 탐구의 의미와 기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줌과 동시에 단순한 질문을 답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탐구 방법을 제시한다.
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습니다
이성규 지음 | 살림 | 296쪽 | 1만 2000원
조선을 발칵 뒤집었던 놀랍고 발칙한 사건들 뒤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을까. 저자는 숙종의 죽음을 암시한 태양의 흑점, 광해군 때 목격된 UFO, 어느 날 수탉으로 변해버린 암탉, 우유로 만든 보신음식 타락죽을 먹은 정종이 비소에 중독된 일 등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이야기들을 과학으로 풀었다.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
이권우 외 22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72쪽 | 1만 5000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가 발행하는 웹진 ‘크로스로드’에 실렸던 에세이를 모아 책을 펴냈다. 저자들은 과학이 기술과 문학, 예술의 만남이며 소통이 가능한 창의성이라고 말한다. 달팽이 연구가로 유명한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와 이인식 과학문화 연구소장을 비롯한 22인이 생각하는 과학의 의미와 과학자가 되는 법, 과학으로 세상을 읽는 방법을 담았다.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김성호 지음 | 지성사 | 288쪽 | 2만 8000원
딱따구리 둥지에 동고비 가족이 날아들었다. 저자는 80일 동안 동고비 한 쌍이 새끼 8마리를 키우는 모습을 관찰해 글과 사진 300여 컷에 담았다. 딱따구리 둥지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다툼, 둥지의 리모델링,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모습처럼 끈기를 가지고 세심하게 지켜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신기한 장면들을 소개했다. 둥지 근처에 놀러온 다른 동물(다람쥐와 동박새, 오목눈이 등)의 모습도 재미있다.
FOOTBALL 축구
존 스트라우드 지음 | 이주만 옮김 | 한국방송출판 | 191쪽 | 3만 5000원
‘축구팬’이라면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 축구의 역사와 규칙, 월드컵에서의 명장면과 스타 선수들, 축구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생생한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 같은 축구강국들의 스타일과 장단점도 엿볼 수 있다. 직사각형 틀에서 벗어나 축구공처럼 둥글게 재단된 표지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