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동양철학은 지난 수천 년 동안 마음과 몸이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당연시했다. 예를 들어 불교 경전들은 시주를 받을 때조차 비폭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태도는 모든 현상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자각에서 나왔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의 폭력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프랑스의 미식가 장-앙뗄므 브리야-사바랭이 1825년 그의 저서 ‘미각의 생리학’에서 쓴 다음의 유명한 구절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당신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얘기할 수 있다.”현대 신경과학은 갈수록 동양의 오래된 지혜와 같은 결론에 이르고 있다.
인류는 물가에서 진화했다
인류가 먹어온 음식이 인류의 진화 방향을 결정지은 것 같다. 사람의 뇌는 육상 동물치고는 지나치게 큰데, 이는 인류의 적응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5만 년 동안 일어난 뇌의 진화에서 영양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에 대한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 뇌는 주로 지방으로 이뤄진 조직인데, 두 가지 다중불포화지방산인 아라키돈산(AA)과 도코사헥사에노산(DHA)을 제대로 섭취할 수 있느냐가 뇌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이었던 걸로 보인다. AA와 DHA는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는 주된 요소다.
초기 인류는 해안가에 살았기 때문에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가 중요한 음식이었다. 해안 환경은 이들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었다. 실제로 조개류는 깊은 바다의 물고기와 비교했을 때 DHA와 역시 중요한 다중불포화지방산인 에이코사펜타에노산(EPA)을 더 많이 함유할 뿐 아니라 특히 아연, 철분, 요오드 같은 미량 원소들이 풍부하다. 따라서 이런 식생활이 우리 종이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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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으로 음식이 상품화되면서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것과 오늘날 우리가 먹는 것 사이에는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다. 과거 식단에서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은 1 : 1로 추측돼 오늘날의 1 : 15와 큰 차이를 보인다. 설탕 소비량은 산업혁명 이래 7배나 늘어났다. 구석기시대의 식단은 식이섬유가 풍부했던 반면, 소금과 포화지방은 적었다. 탄수화물은 곡류가 아니라 주로 야생의 푸성귀와 과일, 꿀에서 얻었을 것이다.
인류 식단의 기원에 대한 인류학적 해석이 옳다면 오늘날 만연한 영양 결핍은 사람들이 해안이나 호숫가에서 나오는 음식을 멀리한 것과 관련돼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하게 결핍된 영양소 가운데 일부는 전형적으로 해산물에 풍부한 영양소들이다. 현재 7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뇌 손상과 인지 기능 저하의 원인인 요오드 결핍으로 시달리고 있다. 또 2억 5000만 명의 아이들이 비타민 A 결핍으로 시달리는데, 이는 아동 실명과 감염, 사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다. 2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빈혈로 고생하는 걸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인류의 30% 가까이가 영양소 결핍으로 시달리고 있다. 영양소 결핍은 죽음과 장애, 정신과 신체의 성장지체라는 비극적 결과를 낳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삶의 방향에 근원에서부터 영향을 주는 걸로 보인다. 음식은 우리 유전자와 상호작용하는데 셀레늄 같은 필수 영양소의 결핍은 임신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모유 수유는 아이의 지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음식은 퇴행성 질환과 치매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도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 건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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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는 사람들의 식단에 전례가 없는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의 소중한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은 식품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전통 식단으로부터 급격히 멀어지는 변화를 겪고 있다. 즉 서구의 고열량 식단을 따라가면서 결국 심장질환과 비만, 암 발생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식습관의 변화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결국 뇌의 기능과 그 결과인 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에서 정신질환은 이제 심장질환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의료비용을 차지하고 있다.
식품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각 나라별 기본식단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류를 적게 섭취하는 곳에는 정신질환자가 많다. 비타민 D, 아연, 요오드, 철, 마그네슘 같은 미량영양소의 결핍은 뇌 발달 장애와 인지능력 저하, 기억력 감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연관돼 있다.
형편없는 식사와 반사회적 행동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증거도 많다. 예를 들어 2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극심한 식량부족 상태에서 엄마 뱃속에 있었던 사람들은 훗날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보이는 비율이 높았다. 이런 역학 자료로부터 식품과 정신건강 사이의 인과관계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식품이 과잉행동,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반사회적 행동 같은 다양한 신경발달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실험결과가 쌓이고 있다.
필자는 법원에서 유치장 대신 이용하는 센터를 운영한 적이 있다. 그곳에 온 사람들 가운데 식사로 거의 단 과자류만 먹는 친구들은 통제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우리는 함께 요리를 해서 먹기 시작했고, 그들이 곧 진정되는 걸 봤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보고 필자는 식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필자와 동료 연구자들의 실험결과 매일 적당량의 비타민과 미네랄, 필수지방산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교도소 내의 공격적인 행동이 평균 26% 줄어들었다. 그 뒤 네덜란드 연구진들이 좀 더 개선된 처방으로 우리 실험을 재현했는데, 대조군에 비해 공격성이 48%나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 이건 엄청난 효과로 수감자들이 감내해야 할 유일한 ‘위험’은 ‘건강이 좋아진다’는 점뿐이다! 현재 우리는 이런 효과가 일어나는 메커니즘과 혈액 내 영양소 수치를 조사하기 위한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영양소 섭취가 행동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국제 식이 표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심신의 웰빙 가져오는 식단 찾아야
이런 결과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 좀 더 신경을 쓰면 가장 다루기 어려운 사회적 행동 문제들의 상당수를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고대의 지혜를 재발견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만성 질환의 늪에서 벗어나 건강을 되찾으려면 식이의 극단적인 결핍과 과잉 사이에서 중용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양질의 영양 공급이 건강을 증진시키고 행동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면서도 인간적임을 보여주는 연구가 늘고 있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자란 자연의 식재료는 우리의 대사과정이 최적화돼 있는 적정량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성공으로 가는 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이유다. 오늘날 식단에서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 필수지방산이 건강이나 행동의 웰빙을 촉진한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새로운 수준으로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영양섭취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식품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인간 조건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영양소의 범위와 함량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결과는 개인의 안녕뿐 아니라 사회의 평화를 위한 처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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