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다 함께 모여서 신나는 잔치를 벌이는 모습은 사람이나 동식물이나 비슷한 것 같다. 동아사이언스는 지난 10월 20일부터 한 달 동안 제1회 ‘과학동아ㆍ어린이과학동아 생태사진 공모전’을 열었다. 수상작에는 꽃잎에 앉아 꿀을 흠뻑 마시는 호랑나비부터 우아한 털이 달린 잔을 든 박주가리, 막춤을 추는 청띠깡총거미까지 즐거운 동식물이 다 모였다.
새해를 맞이해 어디선가 축배를 들고 있을 동식물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보자.
사람이 선물한 까치밥, 진딧물이 만든 단물
“먹는 게 남는 것.” 동물의 세계에도 이 말이 있나 보다. 잔치가 시작하기가 무섭게 동물들은 각자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먹을거리 앞에 모였다. 동식물 잔치를 축하하는 사람들이 친히 남긴 특별한 음식도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달린 감이 다홍빛으로 예쁘게 물들었다. 물까치는 식성이 좋아 물고기나 개구리, 지렁이 같은 작은 동물 외에 벼, 콩, 옥수수 같은 농작물도 먹는다. 이날은 특별히 사람이 선물한 과일(까치밥)을 먹고 있다.
베스트 드레서는 무엇을 먹을까. 혹시라도 음식을 흘려 옷이 망가질까 겁이 나 굶고 있을까. 까만 양복에 노란 넥타이를 매고 온 흰눈썹황금새 수컷은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잠자리를 입에 물고 있다. 오늘 식사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꽤 만족한 표정이다.
흰눈썹황금새 암컷은 등이 올리브색이 도는 회색이며 허리는 노랗고 꽁지 위를 덮는 깃은 검은 갈색이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액을 먹고 개미는 진딧물의 꽁지에서 나오는 단물을 먹는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액에 들어 있는 당분을 먹고 남는 것은 배설한다. 이 배설물을 먹으려고 개미를 비롯해 파리, 기생벌 등이 모여든다. 진딧물은 개미에게 최고의 바텐더지만 식물에게는 엽록소를 파괴해 광합성을 방해하는 해충이다.
동식물이 부르는 ‘축배의 노래’
마시자, 즐거운 잔 속에 아름다운 꽃이 피네.
덧없이 흐르는 세월, 이 잔으로 잊어버리자.
마시자, 사랑의 잔. 흥분 속에서 마셔보세.
-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 중
배불리 식사를 끝낸 동식물들은 이제 축배를 들었다. 사람에 따라 맥주와 소주, 양주, 와인 등 좋아하는 술이 다르듯이 동식물들도 다양한 음료를 즐긴다. 박주가리는 뿔처럼 길쭉하고 뾰족한 열매를 맺은 채 잔치에 왔다. 박주가리는 깃털처럼 하얀 실타래가 달린 씨앗 잔을 들었다. 씨앗은 길이 6~8mm에 뒤집어 놓은 달걀처럼 생겼다. 하얀 실타래가 달린 덕에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들국화 위에 걸린 거미줄이 비에 흠뻑 젖었다. 알알이 맺힌 물방울 안에 들국화가 한 송이씩 피어 있는 듯하다. 들국화가 담긴 물방울에서는 들국화 향과 함께 시큼한 과실주 맛이 날 것 같다. 누군가가 갉아 먹은 단풍잎에 걸린 거미줄에도 빗물이 맺혔다. 실잠자리 한 마리가 잎에 매달려 커다란 물방울 속을 들여다본다.
벌써 취한 노루귀들은 잔을 높이 들지도 못하고 뻗어 버렸다. 뿌리에서 난 꽃대는 잔털이 나 있고 그 끝에 술잔 같은 꽃이 달렸다. 노루귀의 꽃은 잎보다 먼저 피며, 꽃잎이 없다. 앙증맞게 붙어 있는 5~8장은 꽃받침인데, 그 색은 하양부터 진분홍, 보라까지 다양하다.
곰치의 솔로, 청띠깡총거미의 막춤
드디어 잔치의 마지막 시간! 배불리 먹고 취하도록 마신 동식물은 춤이나 노래, 게임을 하면서 잔치의 피날레를 즐긴다. 그중 가장 신난 동물은 허리에 푸른색 띠를 맨 청띠깡총거미다. 다리 하나를 높이 치켜들고 나머지 다리로는 개다리 춤을 추는 듯 휘청거린다.
번쩍이는 눈알들이 선글라스를 쓴 듯 보인다. 거미줄을 타고 다니는 일반 거미와 달리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타고난 춤꾼’이다. 제주 서귀포 바닷속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너가 산다. 수심 약 20m까지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데, 워낙 비밀스런 인물이라 ‘곰치’로 추정될 뿐 뚜렷한 정체를 아는 이는 없다.
곰치는 이빨이 날카롭고 성질이 사납다고 알려져 있다. 쫙 벌린 입 안으로 줄지어 있는 이빨이 수상하다. 어디선가 웅장한 합창 교향곡이 들리지 않는가. 삿갓을 하나씩 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합창단원들은 고깔먹물버섯이다. 축축한 것을 좋아해 썩은 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며 갓 지름이 약 1cm, 길이는 2~3cm로 작다.
이들은 봄에서 가을에 걸쳐 자라며 비 온 뒤에 나타나는데, 햇살이 내리 쬐면 먹물을 뿌려 놓은 듯 검게 녹아내리면서 없어진다고 한다. 캥거루 가족은 춤이나 노래보다 뜀뛰기가 좋다. 캥거루는 뒷다리가 크고 힘이 세며, 앞다리는 비교적 짧다. 꼬리는 70~100cm 정도로 커서 뒷다리로 껑충껑충 뛸 때 몸의 균형을 잡는다. 캥거루는 양쪽 뒷다리를 동시에 움직여 뜀뛰기를 하는데, 뛰는 속도가 시속 64km만큼 빠를 뿐 아니라 한 번에 5~8m까지 뛰어오르기도 한다.
다 함께 모여서 신나는 잔치를 벌이는 모습은 사람이나 동식물이나 비슷한 것 같다. 동아사이언스는 지난 10월 20일부터 한 달 동안 제1회 ‘과학동아ㆍ어린이과학동아 생태사진 공모전’을 열었다. 수상작에는 꽃잎에 앉아 꿀을 흠뻑 마시는 호랑나비부터 우아한 털이 달린 잔을 든 박주가리, 막춤을 추는 청띠깡총거미까지 즐거운 동식물이 다 모였다.
새해를 맞이해 어디선가 축배를 들고 있을 동식물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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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선물한 까치밥, 진딧물이 만든 단물
“먹는 게 남는 것.” 동물의 세계에도 이 말이 있나 보다. 잔치가 시작하기가 무섭게 동물들은 각자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먹을거리 앞에 모였다. 동식물 잔치를 축하하는 사람들이 친히 남긴 특별한 음식도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달린 감이 다홍빛으로 예쁘게 물들었다. 물까치는 식성이 좋아 물고기나 개구리, 지렁이 같은 작은 동물 외에 벼, 콩, 옥수수 같은 농작물도 먹는다. 이날은 특별히 사람이 선물한 과일(까치밥)을 먹고 있다.
베스트 드레서는 무엇을 먹을까. 혹시라도 음식을 흘려 옷이 망가질까 겁이 나 굶고 있을까. 까만 양복에 노란 넥타이를 매고 온 흰눈썹황금새 수컷은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잠자리를 입에 물고 있다. 오늘 식사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꽤 만족한 표정이다.
흰눈썹황금새 암컷은 등이 올리브색이 도는 회색이며 허리는 노랗고 꽁지 위를 덮는 깃은 검은 갈색이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액을 먹고 개미는 진딧물의 꽁지에서 나오는 단물을 먹는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액에 들어 있는 당분을 먹고 남는 것은 배설한다. 이 배설물을 먹으려고 개미를 비롯해 파리, 기생벌 등이 모여든다. 진딧물은 개미에게 최고의 바텐더지만 식물에게는 엽록소를 파괴해 광합성을 방해하는 해충이다.
동식물이 부르는 ‘축배의 노래’
마시자, 즐거운 잔 속에 아름다운 꽃이 피네.
덧없이 흐르는 세월, 이 잔으로 잊어버리자.
마시자, 사랑의 잔. 흥분 속에서 마셔보세.
-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 중
배불리 식사를 끝낸 동식물들은 이제 축배를 들었다. 사람에 따라 맥주와 소주, 양주, 와인 등 좋아하는 술이 다르듯이 동식물들도 다양한 음료를 즐긴다. 박주가리는 뿔처럼 길쭉하고 뾰족한 열매를 맺은 채 잔치에 왔다. 박주가리는 깃털처럼 하얀 실타래가 달린 씨앗 잔을 들었다. 씨앗은 길이 6~8mm에 뒤집어 놓은 달걀처럼 생겼다. 하얀 실타래가 달린 덕에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들국화 위에 걸린 거미줄이 비에 흠뻑 젖었다. 알알이 맺힌 물방울 안에 들국화가 한 송이씩 피어 있는 듯하다. 들국화가 담긴 물방울에서는 들국화 향과 함께 시큼한 과실주 맛이 날 것 같다. 누군가가 갉아 먹은 단풍잎에 걸린 거미줄에도 빗물이 맺혔다. 실잠자리 한 마리가 잎에 매달려 커다란 물방울 속을 들여다본다.
벌써 취한 노루귀들은 잔을 높이 들지도 못하고 뻗어 버렸다. 뿌리에서 난 꽃대는 잔털이 나 있고 그 끝에 술잔 같은 꽃이 달렸다. 노루귀의 꽃은 잎보다 먼저 피며, 꽃잎이 없다. 앙증맞게 붙어 있는 5~8장은 꽃받침인데, 그 색은 하양부터 진분홍, 보라까지 다양하다.
곰치의 솔로, 청띠깡총거미의 막춤
드디어 잔치의 마지막 시간! 배불리 먹고 취하도록 마신 동식물은 춤이나 노래, 게임을 하면서 잔치의 피날레를 즐긴다. 그중 가장 신난 동물은 허리에 푸른색 띠를 맨 청띠깡총거미다. 다리 하나를 높이 치켜들고 나머지 다리로는 개다리 춤을 추는 듯 휘청거린다.
번쩍이는 눈알들이 선글라스를 쓴 듯 보인다. 거미줄을 타고 다니는 일반 거미와 달리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타고난 춤꾼’이다. 제주 서귀포 바닷속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너가 산다. 수심 약 20m까지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데, 워낙 비밀스런 인물이라 ‘곰치’로 추정될 뿐 뚜렷한 정체를 아는 이는 없다.
곰치는 이빨이 날카롭고 성질이 사납다고 알려져 있다. 쫙 벌린 입 안으로 줄지어 있는 이빨이 수상하다. 어디선가 웅장한 합창 교향곡이 들리지 않는가. 삿갓을 하나씩 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합창단원들은 고깔먹물버섯이다. 축축한 것을 좋아해 썩은 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며 갓 지름이 약 1cm, 길이는 2~3cm로 작다.
이들은 봄에서 가을에 걸쳐 자라며 비 온 뒤에 나타나는데, 햇살이 내리 쬐면 먹물을 뿌려 놓은 듯 검게 녹아내리면서 없어진다고 한다. 캥거루 가족은 춤이나 노래보다 뜀뛰기가 좋다. 캥거루는 뒷다리가 크고 힘이 세며, 앞다리는 비교적 짧다. 꼬리는 70~100cm 정도로 커서 뒷다리로 껑충껑충 뛸 때 몸의 균형을 잡는다. 캥거루는 양쪽 뒷다리를 동시에 움직여 뜀뛰기를 하는데, 뛰는 속도가 시속 64km만큼 빠를 뿐 아니라 한 번에 5~8m까지 뛰어오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