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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뒤 전 세계 인구는 현재보다 50% 가량 증가해 90억 명을 넘어설 것이다.”
국제연합(UN)은 지난 3월 11일 발표한 ‘2008 인구예측보고서 수정판’에서 전 세계 인구가 올해 68억 명에서 2012년 70억 명으로 증가하고 2050년에는 9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개발도상국 인구가 올해 56억 명에서 2050년에는 79억 명으로 크게 늘어 세계 인구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했다.
UN의 예측대로 인구가 증가한다면 전 세계는 곧 심각한 식량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인구의 13% 정도인 8억 50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식량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없을까. 광합성 효율을 높여 수량을 50% 이상 증가시킨 ‘슈퍼쌀’을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 석학들이 필리핀 로스바뇨스에 있는 국제미작연구소(IRRI)에 모여 그 해법을 찾고 있다.
광합성 효율 3배 높은 C4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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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처럼 강인한 생명력’이란 표현처럼 엉겅퀴나 바랭, 비름 같은 잡초는 따로 거름이나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한여름 잡초방제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잡초는 순식간에 논과 밭을 뒤덮어 그해 농사를 망친다. 잡초는 왜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까.
사실 대부분의 잡초가 광합성 효율이 높은 C4식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옥수수와 수수도 C4식물이다. 반면 벼는 C3식물로 광합성 효율이 떨어진다. C3식물이 C4식물보다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C3식물과 C4식물은 물과 이산화탄소로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인 광합성의 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C3식물은 이산화탄소 고정효소인 루비스코를 이용해 광합성 최초산물로 3탄산인 포스포글리세르산(PGA)을 만든다. C4식물은 이산화탄소 고정효소로 포스포엔올피루브산 카르복실라아제(PEPcase) 를 사용해 4탄산인 옥살로아세트산(OAA)을 만든다. 그런데 루비스코는 PEPcase 보다 이산화탄소 고정효율이 떨어진다.
만일 벼가 잡초처럼 생명력이 강하고 광합성 효율이 높다면 더 많은 수확량을 확보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국제미작연구소 광합성시스템모델링연구소의 존 쉬히 박사팀은 이런 구상에서 벼를 C4식물로 바꾸는 연구를 시작했다. 존 쉬히 박사는 “C4벼를 만들면 광합성 효율을 2~3배 높여 쌀 수확량을 50% 가량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는 식물생리학, 식물형태학, 유전학 분야의 전 세계 석학들이 모여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식물과학부의 줄리안 히버드 박사, 영국 옥스퍼드대 식물학부의 제인 랑데일 교수, 미국 코넬대 식물생태학부 톰 브루투넬 교수가 함께 연구팀을 꾸렸다. 줄리안 히버드 박사는 과학저널 ‘네이처’가 선정한 ‘세계를 바꿀 5명의 작물학자’에 뽑힌 인물이다.
이외에도 호주, 영국, 캐나다, 독일, 미국의 대학과 연구소에 소속된 약 100명에 이르는 과학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재단의 지원도 받는다. 존 쉬히 박사는 “올해부터 3년 동안 1100만 달러(약 154억 원, 1달러=1400원 기준)를 지원하기로 약속해 연구가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C3식물인 벼를 C4식물로 전환하겠다는 생각은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C4식물이 C3식물로부터 진화했기 때문이다. C4식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시기인 700만 년 전 급격히 종이 늘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은 환경에서 광합성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C3식물이 C4식물로 점차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C4식물의 특성을 볼 때 생육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적응하며 C3식물이 C4식물로 진화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광합성 효율 높이는 이산화탄소 고정 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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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식물과 C4식물의 광합성 효율이 차이나는 이유는 뭘까. C4식물은 C3식물과 해부학적, 생화학적으로 다른 독특한 특성(C4증후군)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C4벼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C4식물은 C3식물과 달리 광합성을 담당하는 기관이 유관속초세포(bundle sheath cell)와 엽육세포(mesophyll cell)로 나눠져 있다. C4벼를 만들려면 벼에서 C4증후군을 유도해야 한다. C4식물의 해부학적 구조를 살펴보면 광합성 산물인 포도당이 이동하는 체관부와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양분이 이동하는 물관부로 이뤄진 관다발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고 각 관다발을 유관속초세포가 동심원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다시 엽육세포가 둘러싸고 있다. 이 구조를 ‘크란츠 구조’라고 한다. 크란츠는 독일어로 화관(花冠)이란 뜻이며 꽃다발로 만든 왕관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벼를 포함한 C3식물은 화관 구조가 나타나지 않는다.
화관 구조는 C4식물의 광합성 효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C3식물은 엽육세포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광합성을 한다. 그런데 산소농도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 캘빈회로 에 있는 이산화탄소 고정효소인 루비스코는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광호흡을 시작한다. 이산화탄소와 산소는 루비스코의 같은 활성부위에 결합하는 경쟁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C3식물은 광합성과정에서 고정한 이산화탄소의 30~50%를 광호흡으로 소비해 광합성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C4식물은 광호흡을 하지 않아 루비스코보다 이산화탄소 고정능력이 강한 효소인 PEPcase를 이용해 엽육세포에서 1차로 이산화탄소를 고정한 뒤 유관속초세포로 전달하기 때문에 광합성 효율이 높다. PEPcase와 엽육세포에 있는 C4회로의 역할은 캘빈회로가 있는 유관속초세포에 농축된 이산화탄소를 전달하는 ‘전처리 기관’인 셈이다. PEPcase는 엽육세포의 C4회로에서 이산화탄소를 말산이나 아스파르트산 같은 유기산으로 고정한 뒤 유관속초세포의 캘빈회로 보낸다. 그 결과 C4식물의 유관속초세포 내 이산화탄소농도는 C3식물의 10배에 이르는 60μM(마이크로몰, 1μM=10-6M)까지 올라간다. C4식물의 캘빈회로에 있는 루비스코는 PEPcase가 농축시킨 이산화탄소로 포도당을 합성한다.
수수에서 돌연변이 일으켜 C4 광합성 유전자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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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A라는 유전자가 고장난 C4식물에서 크란츠 구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A유전자는 크란츠 구조를 형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유전자 중 하나란 뜻이다. 이런 방식으로 각각의 유전자를 찾은 뒤 형질도입 방식으로 집어넣으면 벼를 C4식물로 바꿀 수 있다.
C4벼를 만드는 데 C3식물을 C4식물로 전환하는 연구가 아닌 역방식을 택한 이유는 뭘까. 존 쉬히 박사는 “C4식물에는 C3식물에 있는 유전자가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래 C3식물에서 진화한 C4식물은 C3식물의 잠재력을 모두 갖고 있지만 반대로 C3식물을 C4식물로 전환하려면 어떤 유전자가 필요한지 바로 알 수 없다.
일부 벼에서는 C4벼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유전자도 발견됐다. 존 쉬히 박사는 “몇몇 야생 벼에서 광합성에는 현재 관여하지 않지만 C4식물의 광합성 경로에 꼭 필요한 PEPcase와 피루브산인산 디키나아제(PPDK) 를 발현시키는 유전자의 존재를 확인했다”며 “그러나 벼에서는 이런 유전자군의 발현이 억제돼 있다”고 말했다.
수수와 같은 C4식물은 C3식물보다 수분스트레스에 강하다. 존 쉬히 박사는 “C4벼를 만들면 갑자기 예상치 못한 가뭄이 와도 수확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C3식물은 수분이 부족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증산작용으로 빠져나가는 물을 막기 위해 기공을 닫는다. 기공이 닫히면 이산화탄소의 공급이 줄어 광합성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C4식물은 수분이 부족한 스트레스 상황에도 기공을 일부 열어 광합성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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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C4벼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해결할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광합성 측면에서 보면 C4식물이 C3식물보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굳이 C4벼를 만들 필요는 없다. 현재 재배중인 다수성 품종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수확량이 높은 통일벼 같은 품종이 현재 재배되지 않는 이유는 ‘밥맛’이 좋지 않아서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C4벼 역시 같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C4벼의 재배지가 열대지역에 한정될 가능성도 있다. 30℃ 이하에서 C4식물은 흡수한 빛에너지를 이용해 탄수화물을 만드는 효율인 ‘양자수율’이 오히려 C3식물보다 떨어진다. C4식물은 PPDK를 만드는데 필요한 ATP를 생성하기 위해 추가로 빛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C4식물의 에너지 변환효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외관상 생산성이 높은 이유는 C4식물은 본래 빛에너지가 충분한 열대 혹은 아열대 태생이기 때문이다.
지력 고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제미작연구소 한국주재관 강경호 박사는 “일반적으로 수수같은 밭작물은 수량성이 높은 만큼 양분을 많이 빨아들여 지력을 빨리 떨어트린다”며 “C4벼를 개발한다면 지력을 높일 방안도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포엔올피루브산 카르복실라아제(PEPcase)
C4식물의 이산화탄소 고정효소. 엽육세포의 세포질에서 이산화탄소를 고정한다. C3식물의 이산화탄소 고정효소인 루비스코와 달리 산소와 결합하지 않아 광합성 효율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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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식물 광합성 경로
C3식물은 이산화탄소 고정효소인 루비스코를 이용해 광합성 최초산물로 3탄산인 포스포글리세르산(PGA)을 만든다. 루비스코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 산소와 결합하면서 광합성 효율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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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식물 잎의 단면
C3식물은 엽육세포(빨간 동그라미 안)에서 광합성을 한다.
C3식물은 유관속초세포가 발달하지 않아 화관 구조가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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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식물 광합성 효율 높이는 ‘화관’(花冠) 구조
C4식물은 광합성 산물인 포도당이 이동하는 체관부와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양분이 이동하는 물관부로 이뤄진 관다발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고 각 관다발을 유관속초세포가 동심원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다시 엽육세포가 둘러싸고 있다.
이 구조를 ‘화관 구조’(빨간 동그라미 안)라고 한다. 화관 구조는 광합성 효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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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식물 광합성 경로
1 C4식물은 엽육세포의 세포질에 이산화탄소 고정 효소인 포스포엔올피루브산 카르복실라아제(PEPcase)가 균일하게 분포해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고정할 수 있다.
2 PEPcase에 의해 C4식물의 광합성 최초산물인 옥살로아세트산이 생성된다.
3 옥살로아세트산은 말산이나 아스파르트산 같은 유기산으로 전환된 뒤 유관속초세포로 이동한다.
4 유관속초세포에서 C4산은 다시 이산화탄소와 C3산으로 분해된다. 유관속초세포 내 이산화탄소가 농축돼 농도가 C3식물의 10배까지 올라간다.
5 이산화탄소는 캘빈회로에 공급되고 C3산은 다시 엽육세포로 이동해 한 사이클이 완성된다.
캘빈회로
광합성 생물이 이산화탄소를 탄수화물(포도당)로 병합시키는 과정을 말하며 탄소고정회로 또는 광합성탄소환원(PCR) 회로라고도 한다. 이 회로를 밝힌 멜빈 캘빈의 이름을 붙여 캘빈회로라 부른다. 캘빈은 광합성 경로를 밝힌 성과를 인정받아 1961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피루브산인산 디키나아제(PPDK)
C4식물의 유관속초세포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생성된 C3산을 PEP로 만드는 효소. 엽육세포에서 PEP는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옥살로아스트산을 만든다.
제2의 녹색혁명 준비하는 국제미작연구소(IRRI)
필리핀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0km 정도 떨어진 로스바뇨스에 위치한 국제미작연구소는 벼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관으로 1960년 설립됐다. 국제미작연구소는 전 세계 빈곤과 기아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국제미작연구소는 인근에 위치한 필리핀대(University of Philippines)로부터 넓은 부지를 지원받아 벼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에 대한 연구를 한다. 필리핀대는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명문대로 국제미작연구소와 협력연구를 많이 수행한다.
국제미작연구소는 우리나라와도 관계가 깊다. 우리나라 쌀 자급률을 크게 끌어 올린 ‘녹색혁명’의 주인공인 ‘통일벼’(IR667)는 국제미작연구소에서 개발한 ‘IR8’이라는 품종을 개량해 만들었다. 초다수성 품종인 IR8은 질소비료를 많이 줘도 키가 일정 수준 이상 자라지 않는다. 다른 품종은 비료를 많이 줄 경우 키가 너무 커져 바람에 꺾이거나 쓰러지기 때문에 수확량을 높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IR8을 개량한 통일벼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고, 결국 1976년 국내 쌀 자급률을 100%로 끌어 올렸다.
현재 국제미작연구소에는 존 쉬히 박사팀을 포함해 전 세계 곳곳에서 온 1000여명의 과학자와 연구원이 제2의 녹색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촌진흥청과 작물시험장에서 3~4명의 연구원과 주재관을 파견해 연구하고 있다. 필리핀은 열대기후지역으로 1년에 2~3번의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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