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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나무 등걸에 기대앉아 목을 뒤로 젖히고 휴식을 취할 때 쏟아져 내릴 듯한 별들은 큰 위로가 된다. 아니, 아마추어 천문가인 필자 같은 군인에게는 첩첩산중의 야간 행군은 차라리 큰 축복이다. 도심에서는 쌍안경을 이용해야 겨우 볼 수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 같은 천체를 맨눈으로도 훤히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망원렌즈는 밤하늘 들여다보는 ‘현미경’
밤하늘에는 ‘별이 아닌 것들’이 많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가스 구름 성운과 별들이 무리지어 있는 성단, 그리고 휘휘 돌아가는 바람개비 같은 나선 팔이 인상적인 은하까지.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이런 천체를 ‘딥스카이’(deep sky)라고 부른다.
밤하늘 깊은 곳에 꼭꼭 숨어있는 딥스카이는 ‘천체사진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환상적인 우주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 맛에 빠진 사람은 천체망원경이나 적도의 같은 고가의 장비를 사는데도 인색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하늘이 맑은 날이면 해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만사를 제쳐놓고 사진을 찍으러 교외로 떠난다.
딥스카이를 찍을 때 가장 중요한 장비는 망원경이다. 망원경은 밤하늘이라는 거대한 바다 곳곳에 숨은 작은 미생물 같은 딥스카이를 들여다보는 현미경인 셈이다. 하지만 망원경이 없어도 ‘디카족’이라면 하나 정도 갖고 있을만한 망원렌즈로도 훌륭한 딥스카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망원렌즈는 보통 초점거리 50mm 이상인 렌즈를 뜻하지만 딥스카이를 찍으려면 적어도 초점거리가 200mm 이상은 돼야 한다. 망원렌즈 가운데는 렌즈가 여러 장 들어있어 초점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줌렌즈와 초점거리가 고정된 단렌즈가 있는데, 딥스카이를 찍는 데는 단렌즈가 유리하다.
렌즈가 많이 들어 있을수록 상이 어두워지고, 렌즈가 상을 맺을 때 주변부가 흐려지거나 형태가 틀어지는 ‘수차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차현상은 렌즈로 들어온 빛이 파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 밝은 별 주변에 파란색이 강하게 나타나거나(색수차), 렌즈 중앙으로 들어온 빛과 렌즈 끝 부분으로 들어온 빛이 한 곳에 상을 맺지 못해 주변부에 찍힌 별이 길쭉해 보이는 현상(구면수차)을 말한다.
수차현상은 조리개(렌즈 사이에 있는 얇은 판들을 겹쳐 빛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를 한두 단계 조여 렌즈 끝부분으로 빛이 통과하지 못하게 하면 어느 정도 사라진다.
그런데 조리개를 많이 조이면 조리개가 만드는 빛 구멍이 다각형을 만들고, 이 구멍을 통과한 빛이 회절현상을 일으켜 밝은 별 주변에 뾰족한 빛줄기를 만든다.
수차현상과 회절무늬를 모두 막는 방법은 없을까. 간단한 방법이 있다. 검은 종이판에 원하는 조리개 크기만큼 원형으로 구멍을 뚫은 뒤 망원렌즈 앞부분에 붙이면 된다.
딥스카이를 찍을 때는 망원렌즈뿐만 아니라 카메라도 약간 개조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CCD나 CMOS 센서 앞에 붙어있는 필터인 LPF(Low Pass Filter)를 제거해야한다.
LPF는 적외선을 차단해 붉은 색에 민감한 CCD나 CMOS의 색 균형을 맞춰 주는 역할을 하지만, 붉은색 성운의 투과율을 높여 성운의 생생한 색을 살리기 위해서는 LPF를 떼어내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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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중심부를 휘감는 암흑대가 포인트
화각이 넓은 광각렌즈로 별자리 전체를 담은 천체사진은 지상의 풍경과 밤하늘이 얼마나 잘 어우러졌는지, 별자리 주변의 희끗희끗한 딥스카이나 은하수가 맨눈으로 볼 때처럼 생생하게 표현됐는지가 포인트다.
반면 망원렌즈를 이용한 천체사진은 성운과 성단, 은하의 세밀한 구조나 색감 같은 요소를 얼마나 잘 살렸느냐가 사진의 수준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별을 둘러 싼 파란색의 빗살무늬 성운기가 핵심이다. 캘리포니아 성운 같은 발광성운은 붉은 색감이 생명이다.
안드로메다은하를 촬영할 때 포인트는 무엇일까? 은하 중심부를 휘감는 암흑대와 위성은하인 M32와 M110이 세밀하게 표현돼야 한다. 또 은하 중심부의 노란빛과 주변부의 푸른빛이 대조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1년 중 하늘의 투명도가 가장 좋은 가을은 ‘고품질’ 안드로메다은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적기다. 달이 없는 맑은 날 교외로 나가 투명한 호수 같은 가을 밤하늘에서 천체 사진의 ‘월척’을 낚아보자.
먼저 주변에 불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 자리를 잡고 적도의를 세운 뒤 망원렌즈와 카메라를 결합한다. 별자리지도를 이용해 안드로메다은하를 찾은 다음 뷰파인더로 확인하며 구도를 잡는다.
초점거리가 300mm인 망원렌즈로 안드로메다은하를 보면 카메라 뷰파인더 가운데에 은하 중심부가 뿌옇게 보인다.
뷰파인더를 보며 초점을 맞추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초점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는 ‘DSLR FOCUS’나 ‘MAXIM’ 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야 하지만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따라서 밝기 2~3등급의 별을 약 5~10초 정도 노출해 촬영한 뒤 LCD 뷰어 창에서 사진을 최대로 확대해 별상이 제대로 맺혔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사진의 전체적인 색감을 결정하는 화이트밸런스는 주광모드로, 감도(ISO)는 800~1600으로 설정한다. 안드로메다은하의 어두운 부분까지 사진에 담으려면 감도를 높이고 노출시간을 늘이면 되지만, 대신 사진의 질감이 거칠고 밝은 은하 중심부는 과다노출로 하얗게 타 버린다.
하지만 감도와 노출을 달리해 사진을 여러 장 촬영한 뒤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하면 안드로메다은하 중심부와 주변부가 모두 세밀하게 나타난 사진을 얻을 수 있다.이미지 합성법은 동아사이언스 홈페이지(www.dongaScience.com)에 자세히 설명했다.
이달의 천문현상
10월 10일 해왕성 두 번째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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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밤 해왕성이 달 뒤로 숨었다 나타나는 엄폐현상이 일어난다. 엄폐현상은 천구에서 달의 일주운동 속도가 다른 천체보다 느리기 때문에 일어나는데, 해왕성의 엄폐현상은 지난 7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다.
해왕성이 달 뒤로 숨는 시각은 오후 5시 51분이지만, 해가 지는 시각이 저녁 6시 2분이기 때문에 해왕성이 달 뒤에서 다시 나타나는 모습만 볼 수 있다.
해왕성은 저녁 7시 13분 달의 오른쪽에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하지만 해왕성은 밝기가 8등성 정도로 맨눈으로는 볼 수 없고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관측해야 한다.
독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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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상작 문경수 씨의 ‘몽골 밤하늘의 목성’. 장시간 노출해 밤하늘을 찍은 뒤 플래시를 터뜨려 사람을 함께 사진에 담았다. 목성(가장 밝은 별)을 바라보는 듯한 포즈가 재미있다.
임재식 >;
전주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육군 중위로 복무 중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맨눈관측을 시작해 대학을 졸업한 뒤 천체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현재 아마추어 천문인 동호회 ‘NADA’에서 활동 중이다.
천체사진 촬영 후 처리 방법
천체사진은 한 대상을 2∼3시간 걸려 촬영했어도 이미지 처리를 잘못하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다. 딥스카이는 어둡기 때문에 고감도, 장노출로 촬영해야 한다. 하지만 고감도, 장노출을 하면 사진 자체의 노이즈 뿐 아니라 이미지 처리를 할 때 생기는 노이즈가 추가되어 사진의 질감이 많이 거칠어진다.
아마추어 천문인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대상을 여러 장 찍어 합성함으로써 질감을 좋게 하며 어두운 부분의 성운기까지 살린다. 예를 들어, ISO1600, 5분, 20장을 찍어 합성(Flatten Image)하는 식이다.
그러나 수십 장을 합성해도 사라지지 않는 흰색 반점이나 먼지, 열화노이즈(300D와 350D의 사진 모퉁이에 생기는 빨간색 반점(400D 이후부터는 안 생김)등은 ‘Dark Frame'과 ‘Flat Frame'를 찍어 제거할 수 있다.
‘Dark Frame'은 망원렌즈 덮개를 덮고 동일한 온도와 시간에 촬영한 이미지로 열화노이즈같은 것을 빼주는데 사용을 하며, ‘Flat Frame'은 망원렌즈 앞에 빛이 고르게 들어 올 때 촬영하여 비네팅과 먼지 등을 빼줄 때 사용한다. ‘Flat Frame' 촬영 시 카메라를 회전시키면 안 된다. 회전하게 되면 비네팅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리개를 조여도 밝은 별 주변에 파란색이 나타난다면 포토샵에서 원본 사진을 복사한 뒤 ‘Gaussian blur’ 값을 1정도로 약 20여회 준 뒤 ‘Layer’모드를 Color로 빼주면 된다. 그러나 너무 많이 ‘Gaussian blur’를 적용하면 성운기마저 빠지게 되므로 적절히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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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조절 : 스포이드 툴 중 ‘Color Sampler Tool’을 선택한다. 사진에서 가장 밝은 별과 가장 어두운 별을 선택해 각각 ‘255’와 ‘0’의 값을 갖도록 설정한다. 예를 들어 (A)에서 #2는 사진 중 어두운 곳을 찍은 곳으로 ‘0’을 가져야 하나 ‘0’이 아니기 때문에 ‘Level’ 창을 띄우고 각 채널의 값을 ‘0’으로 조정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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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ves 조절 : ‘Curves’ 조절은 ‘RGB’ 라인이 모두 같게 하여야 하며, 너무 과하게 처리하면 별상이 강렬해지고,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대비가 뚜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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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 위아래 사진을 맞추기 위해 ‘Layer’ 모드를 ‘Difference’(B)로 하여 아래 사진과 위 사진을 맞추며 정확히 일치하면 어두워진다(A). 합성시 ‘Layer’모드는 ‘Normal' 이며, ‘Background'부터 ‘Layer3'순으로 각 100%, 55%, 33%, 25%(C)로 ‘Opacity'를 조절한 뒤 ‘Flatten Image’로 합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