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제 몸속의 뭔가가 확 열리는 느낌이더군요.”
국립서울과학관에서 물리탐구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임주희 씨는 2년 전부터 과학연극에 푹 빠져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극단 ‘사이꾼’을 설립해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물리학과 대학원에서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던 그가 어떻게 이런 큰 변신을 하게 됐을까.
어떻게 가르치냐를 고민할 때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란 일반 대중이나 학생들에게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학교에 과학교사가 있고 사회에는 과학기자가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과학의 면면을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게 하기에 역부족이다.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가 이공계 졸업 뒤 취업이 안 됐거나 직장을 그만 둔 여성을 대상으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배경이다. 과정을 수료하면 과학관 탐구교실, 방과후 교실 등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임주희 씨도 2005년 가을 교육 과정을 마치고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의 길로 들어섰다. 사실 그는 가르치고 소통하는 일과 인연이 깊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과학선생님들한테 불만이 많았습니다. 과학을 왜 저렇게 어렵고 재미없게 가르칠까 하고요.”
그는 ‘나는 과학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사범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며 과학 자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물리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2년간 열심히 연구했지만 뭔가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다.
“상대성 연구를 하면서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위의 몇 명을 빼면 제가 하는 일을 놓고 대화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박사과정 진학은 일단 접어두고 당분간 주변을 둘러볼 시간을 갖기로 했다. 1년간 대학에서 물리학 실험조교를 한 뒤 ‘일반물리학’ 강사로 나섰다. 그 뒤 결혼과 출산 등의 일로 강의에 대한 열정도 식어가던 무렵에 은사인 이화여대 물리학과 이공주복 교수의 전화를 받았다. 이 교수는 아까운 재능을 썩히려는 제자에게 WIST에서 운영하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양성교육을 받아보라고 추천했던 것.
12주 과정에 그것도 일주일에 하루 세 시간뿐인 교육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심리학, 천문학, 로봇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펼치는 수준 높은 강의에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교육이 끝날 무렵 마침 서울과학관에서 물리탐구교실을 열었고 그는 강사가 됐다. 좀 더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직접 대본을 쓰고 소품을 만들고 연출에 출연까지 한 연극 ‘보이지 않지만 움직여요’를 공연했다. 밀도와 대류 같은 유체의 특징을 열기구까지 동원해 재미있게 보여주자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 3월부터는 교실의 임시무대를 떠나 서울과학관 1층에 있는 ‘사이 아트홀’에서 매달 2회 정기공연을 하게 됐다.
첫 연극의 성공에 힘을 얻어 식물의 호흡과 광합성을 다룬 ‘나무와 태양의 비밀 이야기’, 빛의 반사와 혼합을 소재로 한 ‘모두 모여 흰 세상 I’을 연달아 무대에 올렸고 지방에서도 몇 차례 공연했다.
“나무와 태양의 비밀 이야기 그건 바로 광합성 광합성 새도 몰라 나무도 몰라 아무도 몰라 이산화탄소 물과 태양 잎에서 만나 양분 산소 만들어 나무는 쑥쑥 우리는~ 산소를 마시지”
‘나무와 태양의 비밀 이야기’에서는 이처럼 광합성 과정을 곡의 가사로 표현했는데 학생들과 학부모 모두 따라 부르는 모습에 그는 보람과 감동을 느꼈다.
“과학은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좀 더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저희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현상을 이해하는 데 초등학생들이 대학생들에게 뒤지지 않는 걸 보면서 깜짝 놀란다는 그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활짝 꽃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