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봄, 미국 워싱턴주의 작은 도시 골든델에서 섬뜩한 광경이 목격됐다. 아홉 달 된 수소의 한쪽 뇌가 도려지고 생식기와 눈, 혀까지 사라진 채 죽어있었다. 주변에는 발자국이나 타이어 자국도 없었다. 세간에는 외계인의 소행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그리고 몇 개월 뒤 북미 대륙 최초의 광우병(狂牛病) 소가 발견됐다.
세계적으로 광우병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86년 영국이다. 소가 마치 미친 듯한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우해면양뇌증’(牛海綿樣腦症).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죽기 때문이다.
대체 소들이 왜 그런 병에 걸렸을까. 당시 광우병을 연구한 학자들은 풀을 먹는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게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동물성 사료는 소뼈나 내장, 개, 돼지, 고양이 등의 사체를 가공해 만든다. 이후 영국은 1988년부터 소와 같은 초식동물의 먹이로 동물성 사료를 금지했다.
미국도 1997년 같은 법안을 제정했다. 그렇다면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나타난 이유는 뭘까.
세포학과 분자생물학을 연구해 온 콤 켈러허 박사는 8년 동안 이 문제를 추적한 끝에 “광우병을 전염시킨다고 알려진 프리온은 비장과 근육에서도 발견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뼈 뿐 아니라 살코기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켈러허 박사는 그 근거를 찾기 위해 1955년 파푸아뉴기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식인 풍습이 남아있던 포레부족에서는 사람이 갑자기 이상해져 히죽히죽 웃다가 죽는 ‘쿠루병’이 돌았다. 한 과학자가 이 병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죽은 원주민의 뇌를 미국으로 가져와 침팬지, 쥐, 악어 등 각종 동물에 전염성 실험을 했다.
켈러허 박사는 당시 기록과 증언을 통해 이때 실험동물이 야생으로 도망쳤고, 주변에 살던 사슴 등에 프리온을 전염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것이 광우병의 시작이다.
켈러허 박사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알려진 치매 환자의 5~13%가 사실은 인간 광우병 환자일 수 있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한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뼛조각’ 쇠고기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켈러허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비단 뼛조각만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디본드’(deboned) 즉 뼈를 발라낸 순 살코기는 괜찮다며 한국에 쇠고기를 보냈지만 지난해 작은 살코기에서 뼛조각이 세 차례나 발견됐다. 작은 뼛조각과 살코기에 한국인의 건강이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