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눈이 온다! 함박눈이 내려서 마을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밟으면 뽀드득 소리가 나는 길 위를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뛰어다니고 동네 꼬마들은 눈싸움을 한다. 눈은 산소(O) 원자 1개와 수소(H) 원자 2개로 이뤄졌다. 하얗게 변신한 물 분자가 사람들에게 이런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다니 자연은 참 오묘하다.
잠깐, 눈싸움을 하는 아이 손에 들려있는 눈덩이 1개에는 물 분자가 몇 개나 있을까? 눈덩이의 부피를 물 분자 1개의 부피로 나눠 계산해보자. 눈덩이의 반지름을 대략 5cm(0.05m)라고 하면, 부피는 $\frac{4}{3}$×3.14×${5}^{3}$≒500㎤(500×${10}^{-6}$㎥)정도다.
한편 물 분자를 반지름 0.3nm(3x${10}^{-10}$m)의 공이라고 가정하면, 물 분자 1개의 부피는 100×${10}^{-30}$㎥가 된다.따라서 눈덩이 1개는 $\frac{500×{10}^{-6}}{100×{10}^{-30}}$≒5×${10}^{24}$개의 물 분자로 이뤄진 셈이다.5×${10}^{24}$개! 엄청나게 많은 수다.
수소 1g, 탄소 12g에 들어있는 원자 개수는?
눈덩이와 물 분자의 크기로 눈덩이 1개 안에 들어있는 물 분자의 개수를 가늠해 봤지만, 눈덩이에는 물 분자가 빽빽하게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5×${10}^{24}$개보다는 더 적은 분자가 들어있을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눈덩이와 물 분자의 크기가 아니라 질량을 이용해 계산해 보자. 눈덩이 1개의 질량을 물 분자 1개의 질량으로 나누면 된다.
먼저 물 분자 1개의 질량을 구해보자. 산소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각각 8개씩으로 이뤄져 있고, 수소 원자는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이뤄졌다.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은 1.67×${10}^{-24}$g 정도로 비슷하고,전자의 질량은 상대적으로 너무 작아서 무시할 수 있다. 따라서 양성자 10개와 중성자 8개가 있는 물 분자 1개의 질량은 1.67×${10}^{-24}$×18≒3×${10}^{-23}$g이다.
눈덩이 1개의 질량은 물 90g정도다. 따라서 눈덩이 1개에 들어있는 물 분자의 개수는 $\frac{90}{3×{10}^{-23}}$개다. 5×${10}^{24}$개보다 작은 수지만 엄청나게 큰 수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눈덩이 1개에는 물 분자가 약 ${10}^{24}$개가 있다’는 말보다 쉬운 표현은 없을까.
돌턴이 원자 개념을 처음 정립했던 1800년대 초반, 화학자들은 서로 다른 원소의 원자는 질량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양성자, 중성자, 전자 같은 입자의 존재는 몰랐지만 실험으로 몇몇 원소의 상대적인 질량비를 구했다.
예를 들면 탄소 원자 1개의 질량은 수소 원자 1개 질량의 12배고, 산소 원자 1개의 질량은 수소 원자 1개 질량의 16배라는 식이다. 그들은 원자 1개의 실제 질량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원자들의 상대적인 질량비인‘원자량’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즉 원소 중 가장 가벼운 수소의 원자량을 1로 정하면 탄소의 원자량은 12, 산소의 원자량은 16이 된다.
원자량을 알고 어떤 분자가 어떤 원소들로 이루어졌는지를 알면‘분자량’을 구할수 있다. 예를 들면 산소(O) 원자 1개와 수소(H) 원자 2개로 이루어진 물 분자(${H}_{2}$O)의분자량은 16+2=18이다.
수소와 탄소 원자의 질량비(원자량비)가 1:12 라는 것은 수소 원자와 탄소 원자를 같은 개수만큼 모아 놓으면 무게가 12배 차이 난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무게가 12배 차이가 나는 수소와 탄소 무더기가 있다면 양쪽 원자의 개수는 같다. 즉 수소 원자1g과 탄소 원자 12g에 들어있는 원자 개수는 같다는 얘기다.
그럼 수소 원자 1g 또는 탄소 원자 12g에는 원자 몇 개가 들어 있을까. 화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그 값이 6.0221410×${10}^{23}$(간단히 6.02×${10}^{23}$)개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더 복잡한 수다.
6.02×${10}^{23}$은 아보가드로 수
화학 실험은 바닷가에서 하는 모래장난과 비슷하다. 모래를 한 줌 집었을 때 손에는 모래알갱이 몇 개가 있을까.‘ 대충 수 만개’라는 표현보다는 모래 한 줌, 두 줌이 훨씬 편하다. 연필 1다스는 연필 12개, 달걀 1꾸러미는 달걀 10개, 고등어 1손은 고등어 2마리를 뜻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주로 g단위로 실험하는 화학자들에게 원자나 분자의 개수는 너무 큰 수다. 그래서 수소 원자 1g에 들어있는 원자의 개수인 6.02×${10}^{23}$라는 수를 기본 단위로 사용하는 몰(mole)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즉 원자량이나 분자량에 g을 붙였을 때 원자나 분자 개수가 1몰이 된다. 예를 들면 물 분자의 분자량은 18이므로 물 18g은 1몰,36g은 2몰이다.
몰이라는 단위는 화학 연구를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설탕(${C}_{12}$${H}_{22}$${O}_{11}$) 3.42g을 180mL의 물에 녹이는 실험을 한다고 해보자. 만약 몰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설탕 분자식에서 양성자와 중성자 개수를 계산하고 양성자와 중성자 질량을 이용해서 설탕 분자 한 개의 질량을 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설탕 6.02×${10}^{21}$개를 물 6.02×${10}^{24}$개 안에 녹인다'고 해야한다.
이 복잡한 표현을 몰을 사용해서 다시 써 보자. 분자식을 보고 설탕의 분자량을 계산하면 12×12+22×1+11×16=342 이므로 설탕 3.42g은 0.01몰이다. 한편 물의 밀도는 1g/mL이므로 물 180mL는 180g이다. 이를 물(${H}_{2}$O)의 분자량 18로 나누면 물 180mL는 10몰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위의 실험은‘설탕 0.01몰을 물 10몰에 녹인다’고 간단히 표현할 수 있다.
화학자들은 1몰에 해당하는 6.02×${10}^{23}$라는 수를‘아보가드로 수’라고 부른다. 사실 이 수는 분자설을 제안했던 화학자 아보가드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화학의 역사에서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긴 아보가드로를 기리기 위해 아보가드로 수라고 부른다.
금반지 한 돈은 금 원자 0.02 몰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눈덩이 1개는 물 분자 몇 개로 이뤄졌을까? 눈덩이 1개는 90g이고 물의 분자량이 18이므로, 눈덩이 1개는 물 분자 $\frac{90}{18}$ =5몰로 이뤄졌다. 여기에 아보가드로 수 6.02×${10}^{23}$을 곱하면 5×6.02×${10}^{23}$≒3×${10}^{24}$개다. 이는 앞서 어렵게 계산한 결과와 일치한다.
또 물 1몰의 질량이 18g이라는 사실도 수소와 산소의 원자량과 물의 분자식을 알면 쉽게 알 수 있다(2×1+1×16=18). 이 값은 앞에서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을 이용해서 구한 물 분자 한 개의 질량 값 3×${10}^{-23}$g에 아보가드로 수를 곱한 값(3×${10}^{-23}$×6.02×${10}^{23}$×${10}^{23}$≒18)과 같다. 이처럼 원자량, 분자량, 몰, 아보가드로 수 개념을 알고 있으면 큰 수의 복잡한 계산을 쉽게 할 수 있다.
퀴즈를 몇 개 풀어 보자. 소금(NaCl) 1몰을 물에 녹였을 때 물에 녹아 있는 이온은 몇 몰인가? 소금 1몰을 물에 녹이면, NaCl은 ${Na}^{+}$와 ${Cl}^{-}$로 분리되므로 물에는 ${Na}^{+}$ 1몰, ${Cl}^{-}$ 1몰 해서 총 2몰이 된다.
돌잔치를 할 때 선물로 주는 금반지는 금 1돈으로 만든다. 금 1돈은 금 원자 몇 개 로 이뤄졌을까? 금 1돈은 3.75g이고, 금(Au) 원자의 원자량은 197이다. 따라서 금 1돈은 $\frac{3.75}{197}$≒0.02몰이고, 금 원자의 개수는 0.02×6.02×${10}^{23}$≒1.2×${10}^{22}$개다. 이와 같이 몰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면 아주 큰 수를 사용하지 않고도 입자의 개수를 표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