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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우주실험은?

우주 저울이냐, 줄기세포 실험이냐

거미는 꽁무니에서 뽑아낸 실을 갖고 나뭇가지 사이나 처마 밑에 오밀조밀하게 집을 짓는다. ‘집짓기의 달인’ 거미가 무중력 우주공간에서도 거미집을 제대로 지을 수 있을까.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한 여고생이 우주 실험으로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이 제안 덕분에 1973년 7월 ‘아니타’와 ‘아라베라’라는 이름의 거미 2마리가 처음 우주로 향했다.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에서 거미들은 실패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훌륭한 거미집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실험은 무중력 환경이 생체의 중앙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게 목적이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타는 불은 어떤 모양일까. 줄기세포는 우주에서 어떻게 증식할까. 사람의 얼굴은 우주생활에서 어떤 식으로 바뀔까.

한국 최초 우주인에 지원한 사람이 총 3만명 돌파를 앞둔 지난 6월 15일 서울대 호암생활관에서는 우주인의 임무를 개발하기 위한 첫 모임인 ‘한국우주인 임무개발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연구소, 대학, 기업의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 우주인이 수행하길 바라는 과학실험을 제시했다. 한국우주인은 어떤 우주실험을 하게 될까.
 

우주공간에서는 커다란 물방울이나 물막을 만들기 쉽다. 무중력 상태에선 표면장력만 적용하기 때문이다.


지름 10cm 물막에서 불꽃공까지

무중력 상태는 우주만의 독특한 환경이다. 물론 지구에서도 자유 낙하하는 놀이기구를 탈 때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지만 잠시뿐이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대부분 호기심의 대상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산업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우주정거장에서 키우는 식물의 잎에 맺힌 물방울을 보면 상당히 크다. 이 큰 물방울이 잘 터지지 않는 이유는 무중력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본 우주인들은 벚꽃을 넣은 물방울이나 공기방울을 많이 담은 물방울을 만드는 실험을 했다.

2002년 미국의 우주인 도널드 페티트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철사 고리를 이용해 물로 된 막을 만드는 실험도 했다. 지상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지름 1cm의 막을 만들기 힘들지만 우주공간에선 지름 10cm 정도의 막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지상에서는 물막을 만드는 표면장력이 중력을 이기지 못해 막이 금방 터지는 반면, 무중력 상태에선 표면장력만 작용해 튼튼한 막이 생길 수 있다.

또 우주공간에서 타는 불꽃은 지상 불꽃과 모양이 다르다. 연구자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켰을 때 콩알처럼 작고 둥근 불꽃을 여럿 발견했다. 이들 ‘불꽃공’은 약한 빛을 내며 상당히 오래 탔다. 우주 불꽃은 연소과정을 이해하는 열쇠다. 서울대 정석호 교수는 ‘한국우주인 임무개발 컨퍼런스’에서 우주 불꽃 연구를 우주인의 임무로 제안했다.
 

우주왕복선에서 제올라이트 결정을 만드는 압력관을 살펴보고 있다. 우주에서는 질 좋은 결정이 생성된다.


김치 유산균, 우주 갈까

우주공간의 무중력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은 좋은 특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우주에서 만든 유리는 일반 유리보다 100배 투명하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액체 유리가 식는 과정에서 파편 같은 작은 결정이 생기지 않아 깨끗한 유리를 만들 수 있다. 우주에서 제올라이트나 단백질의 결정을 성장시키는 이유도 질 좋은 결정을 얻기 위해서다. 우주왕복선에서 특정 단백질의 결정을 키우는 실험을 해주고 비용을 받는 회사도 있다. 깨끗한 단백질 결정을 얻으면 그만큼 구조를 밝혀내기 쉽기 때문이다.

서강대 윤경병 교수는 우주정거장에서 두께가 고른 제올라이트 필름을 제작하는 작업을 우리 우주인의 임무로 제시했다. 윤 교수는 “이 필름은 지금보다 수만 배나 빠른 광컴퓨터에 들어가는 광스위치의 첨단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에서 핀 장미꽃의 향기도 독특하다. 일본 최대 화장품사인 시세이도는 ‘우주 장미’에서 나오는 향기를 담은 향수 ‘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1998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꽃봉오리가 달린 장미 한그루를 실었고, 우주에서 꽃이 필 때 나오는 향기 분자를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신비로운 향수를 만들었던 것이다.

국내 생명공학 벤처업체 ‘바이오트론’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배양한 김치 유산균이 항암작용이 있는지, 줄기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키는지 실험해보자고 제안했다. 김치 유산균 배양 임무는 한국만의 고유한 연구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클 수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한 '우주 저울'


외계생명체 찾는다?

‘한국우주인 임무개발 컨퍼런스’에서는 무중력 우주공간에서 질량을 잴 수 있는 ‘우주 저울’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개발한 우주 저울은 물체를 가속할 때 ‘로드 셀’(load cell)이라는 센서를 이용해 물체에 미치는 힘을 잼으로써 질량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우주 저울은 질량을 아는 표준 추와 질량을 재고 싶은 물체를 동시에 가속시키면서 각 물체에 가해진 힘을 비교해 물체의 질량을 측정한다. 이 기술은 현재 한국과 미국에 특허를 출원 중이다.

이화여대 박일흥 교수는 고층대기에서 일어나는 미지의 극한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소형 반도체 망원경을, 한국천문연구원 진호 연구원은 외계생명체가 있는 제2의 지구를 찾을 목적으로 지구의 스펙트럼을 관측하는 휴대용 분광기를 우주로 가지고 가자고 제안했다.

한서대 조용진 교수는 등고선 촬영장치를 이용해 무중력 상태의 한국 우주인 얼굴의 변화를 알아보자고 주장했다.

최기혁 항우연 우주인사업단장은 “우주실험은 크게 교육용 실험, 순수과학실험, 산업 관련실험의 3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기업체에서 제안한 우주실험이 많지 않은 상태라 임무개발 컨퍼런스를 더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단장은 또 “한국 우주인이 가져갈 수 있는 개인 짐은 최대 15kg이라 우주인이 할 수 있는 실험이 제한될 수 있다”며 “앞으로 개인 짐의 무게를 늘려 여러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러시아와 협상을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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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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