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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을 가르는 날틀의 경연

2005 서울에어쇼를 가다

손을 뻗치면 푹 빠질 것 같은 코발트색 가을 하늘 위로 멀리 희미한 점 하나가 나타났다. 점은 따가운 가을 햇볕에 손사래를 치듯 불규칙하게 반짝이더니 빠른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내 육중한 몸을 드러낸 것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로 불리는 F-15K. ‘콰콰쾅쾅쾅’ 거대한 굉음을 토해내며 쏜살처럼 머리 위를 지나자 관람석에선 어느새 환호가 터져 나온다. 마치 땅 위의 먹이를 낚아챈 뒤 유유히 둥지로 돌아가는 맹금류처럼 청회색 기체는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세계 첨단 항공기와 방위산업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2005년 서울에어쇼가 지난 10월18일부터 6일간 일정으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렸다. 1995년 시작해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한 전시회에는 지난 10월초 도입된 공군의 차세대전투기 F-15K를 비롯해 순수국산 기술로 양산돼 실전 배치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이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특히 신형 F-15K와 T-50의 박진감 넘치는 시범비행과 A-37B로 무장한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아슬아슬한 축하비행은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창공에 피어오른 태극기'. A-37기 2대가 하늘색 캔버스 위에 '태극' 문양을 그렸다.


둥지 찾아 4만리 날아온 싸우는 독수리

이번 전시회에 단연 시선을 모은 것은 첫 선을 보인 F-15K. 청회색으로 위장한 F-15K는 한국 공군이 2008년까지 모두 40대를 도입할 차세대 전투기다. 일명 ‘스트라이크 이글’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F-15K는 이번 전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멀리 태평양을 건너왔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보잉사 공장을 이륙해 하와이, 괌을 경유하는 1만5963km의 대장정. 급유를 위해 단 두 차례만 잠시 착륙했을 뿐 사실상 무착륙 비행이었다.

긴 항속거리 외에도 F-15K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뛰어난 가속성과 기동력의 원동력인 두 대의 엔진은 음속의 2.5배에 가까운 속도로 기체를 창공으로 밀어낸다. 또한 강력한 엔진과 전투기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정밀한 첨단항법장치 덕분에 전투기는 악천후 속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10t 가량의 각종 폭탄을 짊어진 F-15K는 동쪽으로는 일본 홋카이도, 서쪽으로는 중국 동부를 비롯해 북으로는 만주와 연해주, 남으로는 타이완까지 날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첫 축하비행에서 F-15K는 날렵한 기동을 선보였다.
 

수직에 가까운 도양. F-15K가 이륙하는데 필요한 거리는 겨우 200m에 불과하다.


작은 거인 T-50

최초의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도 검정, 빨강, 금색 등 눈에 확 띄는 화려한 색상의 매끈한 몸매를 드러내 전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골든이글(검독수리)이 별칭인 T-50은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로 지난 2003년 2월 첫 음속 돌파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기록된 최고 속도는 마하 1.5, 최고 1만4783m까지 상승할 수 있다.

지난 8월부터 본격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길이 13.4m, 너비 9.45m, 높이 4.91m로 ‘아담’ 사이즈이지만 날렵한 기동성과 탑재능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핵심 전자장비와 엔진의 70%가 국산기술이다.

F-15K와 함께 이전될 첨단기술은 T-50을 개조한 국산 전투기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해 그리스, 이스라엘과 현재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이다. T-50은 최근 개발된 고등훈련기 가운데 유일한 초음속 비행기로 수출 전망이 밝다고 한다. 이밖에 T-50을 공격기로 개조한 A-50도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단발엔진이지만 안정성과 힘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T-50.


창공에서 펼쳐지는 아크로바트

어어어~. 아이고.” “우오워.”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이 창공에서 펼치는 곡예비행을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말을 잃는다. 두 대의 A-37이 시속 수백km 속도로 서로 마주보고 날아와 스치듯 비껴가는 모습은 아찔하다 못해 가슴 시릴 정도다. 하늘 저 끝에서 땅에 박힐 듯 쏟아져 내린 차가운 철덩어리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치솟기를 몇 번. 분열과 합체를 번갈아 하면 하늘은 어느 새 짙고 푸른 바탕의 캔버스처럼 변한다.

편대를 이뤄 나란히 하늘을 달리던 두 대의 곡예기가 서로 좌우 대칭으로 갈라지면서 하트모양이 가을 하늘에 두둥실 떠오르자 관람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얼굴에 미소를 머금는다. 연이어 투명한 창공에 태극 문양이 넓게 펼쳐지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태극문양을 만드는 고도는 불과 수백m. 5~5.5G(조종사가 받는 중력, 1G가 지상에서 받는 중력) 상황에서 조종사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기술이다. 이처럼 곡예비행은 사람과 기체가 혼연 일체가 됐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

고도의 기술과 아기자기함 덕분에 블랙이글은 어디서나 인기몰이 행진을 계속한다고.

항공기술의 새 장을 연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회엔 국내외 225개 항공기 방위산업체들이 첨단레이더와 공중조기경보체계, 무인기, 무인장갑차를 선보였다. T-50과 KT-1을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군용통신위성을 비롯해 각종 정보를 눈과 귀로 전달해주는 첨단 헤드업마운트 장치를 선보였다. 또한 멀리 떨어진 적진 상공에 침입해 장시간 머물면서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무인정찰기도 함께 전시했다.

대한항공은 세계 최대 차세대 여객기 A380의 객실 내부 모습이 담긴 실물크기 모형(Mock-up)을 공개했다. A380은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사가 2006년 첫 상업 운항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2층형 550석급 항공기로 모형이 해외에서 전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부는 1층에 이코노미석이, 2층에 비즈니스석이 있고 기존 항공기에서는 볼 수 없는 미니바, 헬스클럽, 샤워실, 면세점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방산업체 로템은 사람 없이 작동하는 무인전투차량을, 삼성테크윈은 국산 고등훈련기인 T-50용 엔진 모형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밖에 제너럴일렉트릭(GE) 과 EADS, IAI 등이 이번 전시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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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창민 기자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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