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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과의 전쟁에 나선 과학

불탄 숲 어떻게 복원하나

“대추나무 꽃이 피면 산불도 끝이 보여요.”
산림항공관리소 심원보 조종사는 봄이면 쉴 새가 없다. 산불은 봄철에 90% 이상, 특히 식목일을 전후로 한 4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조종사들은 휴일도 없이 화재 현장을 누비며 물대포를 쏘기 바쁘다. 그러다 대추나무 꽃이 피는 5월말~6월초가 돼야 졸인 마음을 풀고 한시름 놓는다.

다행히 산불은 꺼져도 피해는 오래 간다. 망가진 숲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탄 곳을 정리하고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시켜야 한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나무를 심어 또 있을지도 모르는 피해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번 불길에 메말라 버린 흙은 계속 흘러내려 산사태까지 일으킨다. 산사태가 일어나면 불에 탄 재가 날려 냇물까지 오염시키고 동물들도 살 곳이 없어진다. 따라서 나무를 심기 전에 먼저 주변 환경을 정리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발생한 산불과 싸우고 있는 소방관


친환경적 복원이 필요

산사태를 막으려면 먼저 복원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 불에 타죽은 나무들을 베어내 경사진 곳에 울타리처럼 쌓아올려 토양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불탄나무 편책공(編柵工)이 그 중 하나다. 통나무나 돌더미를 쌓아올려 골짜기 입구를 가로막는 구곡막이도 산사태를 막는데 쓰이는 구조물이다. 좁은 계곡 사이에 설치하는 링네트(ring net)는 산 아래로 떨어지는 돌과 나무를 막고 물만 통과시킨다. 충격을 잘 흡수하고 설치가 쉽다. 이 밖에 어도일체형(魚道一體型) 사방댐도 계곡물이 잘 흐르도록 설치하는 댐 모양의 시설이다. 밑에 입구가 있어 물고기가 지나갈 수 있는 친환경적 구조물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복원연구실 임주훈 박사는 “지난 2000년 발생한 삼척 산불 지역에 이같은 공법을 시범 도입했으며, 이번 양양 산불 지역에 본격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02년 미국 애리조나주의 산불. 푸른 숲과 검게 탄 피해지역의 대비가 선명하다.


크고 두꺼워야 불에 강한 나무

일단 산사태의 위험을 막았으면 다음은 나무를 심을 차례다. 우선 나무를 심는 방법에는 불탄 자리에서 다시 나무가 자라게 두는 자연복원과 나무를 심어 가꾸는 인공조림이 있다. 자연복원은 인공조림에 비해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고 처음엔 나무가 잘 자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새로 심은 나무가 더 빨리 큰다.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으므로 같이 사용한다. 다만 불에 탄 숲이 완전히 복원되기까지는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 수 없다. 인공조림으로 원래 모습을 되찾는 데도 30년은 걸린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나무를 골라 심어 산불 피해를 줄이는 것도 복원 과정에서 해야 할 일이다. 어떤 나무가 불에 잘 타지 않을까. 임 박사는 “똑바로 길게 자라 바람막이 효과가 크고, 껍질이 두꺼워 산불의 피해를 덜 받는 나무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껍질이 얇으면 그 바로 안쪽의 형성층이 고온에 쉽게 파괴되므로 타지 않았더라도 점점 말라죽는다. 잎에 물기가 많아 열 차단 효과가 큰 나무도 잘 타지 않는다. 또 침엽수보다는 활엽수가 불에 잘 견딘다. 참나무류인 상수리나무, 굴참나무는 이런 모든 성질을 가진 대표적인 나무다.

“우리나라 산에 많은 소나무는 송진을 함유해 불쏘시개라 할 만큼 잘 타기 때문에 참나무류를 섞어 심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임 박사는 설명했다. 이번 양양 산불에서도 낙산사 주변은 모두 솔밭이었다. 높새바람의 영향으로 건조한데다 잘 타는 소나무가 불을 키우고 송진이 타는 검은 연기까지 겹쳐 산불 진화가 무척 어려웠다.

산불에 강한 숲은 지형에 따라 다르게 조성한다. 지형이 험한 곳은 능선을 따라 소나무를 두고 경사진 곳에 활엽수를 심는다.

능선 쪽은 땅 바로 위로 불이 지나가므로 타지 않은 나무들이 많다. 그러므로 많이 탄 경사면에 주로 참나무류를 심는다. 반면 경사가 완만한 구릉에는 일정 간격으로 띄엄띄엄 나무를 섞어 심어 불이 나도 잘 번지지 않게 한다. 이렇게 새로 조성하는 숲은 해풍을 타고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남북방향 능선을 따라 만들거나, 북쪽 대륙풍의 영향을 막기 위해 동서방향으로 심기도 한다.

자연의 복원력은 놀라워 불에 탄 나무에서도 새싹은 돋아난다. 신갈나무는 그루마다 평균 34개씩이나 싹이 돋는다. 그러나 불에 탄 나무는 저항력이 약해 참나무 황색줄기마름병, 흰가루병과 같은 병에 걸리기 쉽다. 이때 새싹을 보호하려면 불에 탄 나무를 뿌리 가까이까지 잘라야 썩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잘 가꿔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나라도 단순한 보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다.
 

2000년 산불로 불타 죽은 오대산 소나무 숲. 검게 탄 흙더미 위로 참나무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인터넷으로 산불을 예방한다

산불은 진화나 복원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03년부터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응용해 웹기반 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76개 관측소 기상청으로 보낸 온도, 습도, 풍속 등의 기상정보를 건네받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산불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예측해 위험(적색), 경계(황색), 위험 낮음(청색)의 세 가지 경보 기준으로 나눠 전국에 알리고 있다.

위험도를 정하는 기준은 기상(60%), 지형(20%), 연료(20%) 순이다. 기상정보를 분석하고 고도, 산비탈 방향, 숲의 종류 등을 모두 고려해 위험도를 결정한다. 만약 어느 곳에 전날 비가 오면 위험도는 낮아진다. 삼척에도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설치해 고도에 따라 온도, 습도, 풍향, 풍속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산림과학원은 여기에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결합해 소방인력을 현장에 신속하게 배치하는 방법도 활용하려고 한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위성장치로 산불 위험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산불 예보가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위험예보시스템에 따르면 산불이 난 4월 5일도 얼마 전 비가 와서 위험도가 높지 않은 날이었다. 산불은 언제나 예고 없이 일어난다. 다만 예보시스템을 참고로 위험도가 높은 곳에서 더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스템을 개발한 산불예방연구실 원명수 연구원은 “앞으로 정확도를 더 향상시킬 예정”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상세한 위험정보를 직접 확인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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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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