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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겨울밤에 나타난 흑마

오리온자리를 지키는 말머리성운

 

말머리성운^제타성과 그 주변의 성운들이 보인다. 제타성 바로 옆에 위치한 원형의 밝은 성운 NGC 2024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암흑대가 뚜렷이 드러나 있다. 그 아래쪽으로 말머리성운이 보인다. 말머리성운 주위에는 엷은 붉은색 성운들이 빛나고 있다.


추운 겨울이 왔다. 이 밤에는 말의 모습을 닮은 암흑성운을 찾아보자. 암흑성운이라! 듣기만 해도 온몸이 싸늘해지지 않는가.

성운성단 사진을 많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성운의 모습이 있다. 바로 말머리 모양으로 빛나는 성운이다. 붉은색 성운 한가운데에 검은색으로 유령처럼 나타난 말머리 모양의 실루엣은 그 모습의 기묘함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성운을 말머리성운이라 이름 붙였다.

말과 너무나 흡사한 모습

이 성운은 암흑성운의 대표주자로 알려져 있다. 암흑성운이란 밝은 별 앞을 어두운 성간가스가 두텁게 가로막고 있어서 멀리서 오는 별빛이나 성운빛을 차단하고 있는 성운이다. 다른 성운들처럼 성운 그 자체가 빛을 내는 것이 아니어서 원래는 보이지 않지만 뒷편의 밝은 빛을 가리며 만들어낸 실루엣으로 성운의 존재를 알 수 있다.

말머리성운은 거대한 오리온성운계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다. 오리온자리에는 오리온대성운을 중심으로 광대한 영역에 성운들이 퍼져 있다. 이 암흑성운은 오리온자리 삼태성의 하나인 제타성 부근에 있다. 이 영역의 성운들은 제타성 바로 옆에 있는 NGC 2024와 말머리성운 본체인 B 33, 말머리성운의 뒤편을 빛내주는 IC 434로 나뉜다.

NGC와 IC는 덴마크 태생의 천문학자인 존 드레이어에 의해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만들어진 성운성단은하 목록 이름이다. B는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워드 버나드가 만든 암흑성운 목록이다.

이곳에서 가장 밝은 성운인 NGC 2024는 1786년 영국의 천문학자인 윌리엄 허셀 경이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탐색하다 발견했다. 말머리 암흑성운 배경을 빛내주는 성운인 IC 434가 처음 발견된 때는 1889년으로 에드워드 피커링에 의해서였다. 그는 이 부근을 찍은 사진에서 암흑성운 주변에서 엷게 빛나는 어두운 성운을 발견했다. 하지만 당시의 사진술로는 성운 내부의 말머리성운을 알아내기 어려웠다.

암흑성운이 명확히 그 정체를 드러낸 것은 사진기술이 좀더 발전한 뒤의 일이다. 1900년에 찍은 이 영역의 사진이 1903년 천체물리학 저널에 실리면서 이 성운은 그 기묘한 형상 때문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이 성운의 중요성은 전혀 인식되지 못했다. 단지 성운에 어두운 틈새가 존재한다는 정도로만 인식됐다.

말머리성운이 암흑성운으로서 천체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사람은 유명한 천문학자 에드워드 버나드였다. 오늘날 암흑성운은 별의 탄생과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아주 중요한 대상으로 연구되고 있다. 말머리성운은 태양계에서 1200광년 가량 떨어져 있으며 부근의 성운을 빛나게 하고 있는 제타성은 1600광년 떨어져 있다고 한다.

겨울 밤하늘에서 가장 화려한 별자리인 오리온자리는 자정 무렵이면 하늘 높이 떠오른다. 신화에 따르면 오리온은 아르테미스를 사랑한 사냥꾼이었다. 그 둘의 사랑을 원치 않았던 아폴론은 오리온을 죽이기 위해 독이 든 전갈을 풀어 놓았다. 때문에 오리온자리는 여름밤을 밝히는 전갈자리가 사라지는 겨울 밤에만 하늘에 떠오른다고 한다.

오리온자리에는 두개의 일등성이 있다. 바로 베텔기우스와 리겔이 그것이다. 이 두 일등성과 또 다른 두개의 이등성이 사각형을 그리고 있다. 그 중앙에 세개의 이등성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이 별들은 흔히 삼태성이라 알려져 있다.

삼태성 가운데 가장 동쪽에 있는 별이 제타성인데 이 별 부근에 말머리 성운이 있다. 삼태성은 오래 전부터 ‘삼’(三)으로 불렸던 동양의 별자리로 우리에게 대단히 친숙한 별 모양이다. 그러므로 이 별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제타성 바로 옆에는 말머리성운을 비롯한 여러 성운들이 몰려 있다. 가장 밝은 것은 바로 동쪽 옆에 위치한 NGC 2024이며, 말머리성운을 포함한 성운은 남쪽 방향으로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다.

망원경으로 보일 듯 말 듯
 

오리온자리 주변의 모습^오리온자리는 겨울철 초저녁에 동쪽하늘에 떠올라 한밤중에는 남쪽하늘 높이 떠오른다. 3월이 되면 저녁 무렵 서쪽하늘에서 모습을 보인다.


말머리성운은 암흑성운이어서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성운말고도 이 지역은 흥미로운 대상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맨눈으로 관측할 때에는 오리온자리의 삼태성을 찾아보자. 이등성 세개가 나란히 도열해 있는 삼태성은 그 모습이 특이해 고대부터 주목을 받은 별무리다. 이 세별은 천구에서 적도상에 위치해 있다. 그 때문에 망원경의 시야 측정이나 극축을 맞출 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별이기도 하다. 이 세 별은 동쪽에서 떠오를 때는 세로로 늘어서서 떠오르지만 서쪽으로 질 때는 옆으로 나란히 늘어서서 지게 된다.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그 모습이 매우 흥미롭다.

이 세 별은 모두 이등성이다. 하지만 그 밝기는 미세하지만 서로 다르다. 별의 밝기를 비교하는 눈을 키우기 위해 이 세 별의 밝기를 비교해보자. 어느 별이 가장 밝은가? 가장 밝은 것은 중앙의 엡실론성으로 1.7등급, 그 다음이 제타성으로 1.8등급, 가장 어두운 별이 서쪽에 있는 델타성으로 2.2등급이다. 예리한 눈을 가졌다면 그 밝기를 비교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쌍안경을 사용하면 제타성 옆에 있는 NGC 2024가 흐릿하게 나타난다. 밝은 별 옆에 있어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천체망원경으로는 제타성 바로 옆에 나뭇잎처럼 펼쳐진 NGC 2024 성운이 뚜렷이 보인다. 이 성운을 자세히 보려면 별빛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제타성을 시야 밖에 두고 관측하는 것이 좋다. 이 성운의 모습은 마치 나뭇잎처럼 생겨서 크리스마스트리성운이라는 별칭이 붙어있기도 하다.

망원경을 사용했을 때 눈으로 말머리성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있다. 오래 전 많은 관측자들은 이 성운을 망원경으로 관측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오늘날 어떤 관측자들은 소형망원경에서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날씨가 매우 좋다면 구경 200mm 이상의 망원경으로 흐릿한 성운의 배경 빛 사이로 드러나는 말머리 모양을 미약하나마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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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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