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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와 골짜기가 만든 동해 가스전

40년만에 산유국 꿈 이루다

 

코와 골짜기가 만든 동해 가스전


지난 11월 5일 울산 앞바다 동남쪽 58km 해상에서는 ‘동해1 가스전’이 준공됐다.

한국이 드디어 첫 유전 시설을 완공하며 마침내 산유국의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1964년부터 국내 대륙붕 탐사를 시작한 이래 40년만의 결실이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95번째로 산유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천연가스 500만t 생산하는 동해 유전
 

동해 가스전을 처음 시추할 때 나온 천연가스에 불을 붙인 모습.


해저 3425m 깊이에 있는 동해1 가스전에는 천연가스가 500만t 들어 있다. 가스전을 개발한 한국석유공사는 이곳에서 올해부터 2018년까지 15년 동안 연간 40만t의 천연가스를 생산해 울산 경남지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연간 40만t은 34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으로 한국의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의 2.2%다. 이곳에 묻혀 있는 천연가스는 먼저 해상 생산시설에서 1차 정제를 거친 후 해저 송유관을 통해 육지로 수송된다.

한국 첫 유전인 동해1 가스전은 해저 유전의 일반적인 형태와는 달리 ‘코’와 ‘골짜기’가 만든 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독특한 형태의 유전이다. 땅 밑에 묻혀 있는 석유를 찾으려면 먼저 퇴적 분지를 찾아야 한다. 퇴적 분지는 오목하게 파인 분지에 오랜 세월 동안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지형 구조다. 동해에는 울릉도를 중심으로 울릉분지라는 퇴적 분지가 만들어져 있다.

왜 퇴적 분지에서 석유를 찾을까.

석유는 동식물 또는 미생물의 사체로 만들어진다. 유기물로 된 동물의 사체가 퇴적물과 함께 퇴적 분지에 쌓인 뒤 지하 깊은 곳 바위틈 사이에서 높은 열과 강한 압력을 받아 수백 만년에 걸쳐 석유로 바뀐다. 이 때문에 석유가 있으려면 일단 퇴적 분지가 존재해야 한다.

석유는 액체인 원유와 기체인 천연가스 두가지 종류가 있다.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석유 몇방울 또는 공기방울은 바위 사이를 시냇물처럼 옆으로 이동하다가 단층을 만나면 단층면을 따라 위로 올라온다. 이 석유가 이리저리 움직이다 한곳에 모이면 우리가 찾는 유전이 된다.

석유가 한 곳에 모이려면 덮개암이라는 매우 치밀한 돌이 조개 껍데기처럼 석유를 둘러싸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덮고 있어야 한다. 조개 껍데기의 움푹 파인 곳에 석유가 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를 흔히 ‘배사 구조’라고 하며 가장 일반적인 유전 형태다.

그러나 동해1 가스전은 이런 구조와 다르다. 좌우와 앞 부분은 덮개암이 덮고 있지만 뒷부분은 덮개암이 없다. 지형의 전체 구조가 뒤로 올라가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를 지질학적으로 ‘코(nose) 구조’라고 하는데 석유가 뒤로 빠져나가 잘 고이지 않는다. 한국석유공사 국내탐사1팀 김부용 과장은 “동해1 가스전은 80년대 이미 알려졌지만 이런 구조적인 결함 때문에 석유가 존재할 가능성을 낮게 봐 시추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역사를 바꾼 것은 동해1 가스전 뒤에 있는 골짜기였다. 가스전이 전체적으로는 뒷방향으로 올라가는 구조였지만 운좋게도 바로 뒤에 큰 골짜기가 패여 있었다. 이곳에 퇴적암(퇴적물)이 쌓였고 이 퇴적암이 자연스럽게 덮개암 구실을 한 것이다.

김 과장은 “1990년대 들어 이런 지형에도 석유가 묻힐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일어났고 90년대 후반 시추를 하자 실제로 천연가스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동해1 가스전은 1200만년전 생긴 지층 속에 있으니 앞서 말한 일들은 이때부터 1000만년 이상의 시간 속에서 일어난 사건인 셈이다.

땅속 1만2000m까지 석유 시추 가능
 

해저유전을 찾는 탐사선 ‘탐해2호’. 배에서 탄성파를 쏴 해저 지형을 파악한다.


석유 탐사는 인공위성이나 비행기를 이용해 간단한 물리 검사부터 시작한다. 중력 또는 자력 검사다. 석유는 바위보다 중력도 약하고 철 성분이 없어 자력도 작기 때문에 주변 지역보다 중력과 자력이 약한 곳을 찾는 것이 석유 탐사의 1단계다.

이 단계가 끝나면 해저 유전의 경우 탐사선에서 탄성파(음파)를 해저로 쏘는 탄성파 탐사를 한다. 탄성파가 해저 지각을 뚫고 들어가다 바위에 부딪혀 튕겨 나오면 반사된 파를 측정해 해저 지형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탄성파 검사는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6m 간격으로 조밀하게 한다. 이 지도에서 석유가 묻혀 있을 만한 구조를 발견하면 해저지각에 구멍을 뚫는 시추 작업에 들어간다.

시험 시추 작업에 참가한 석유공사 배재연 과장은 “동해1 가스전의 시추에는 한번에 약 140억원(1300만 달러) 정도의 돈이 들었다”며 “처음에 넓게 구멍을 판 뒤 벽을 단단하게 만들고 그보다 폭이 좁은 구멍을 파고 벽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시추 작업을 할 때는 이런 작업들을 감시하기 위해 무인 잠수정까지 동원된다. 시험 시추봉은 작업이 끝나면 석유가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꽉 막으며, 현재 동해1 가스전에는 생산 시추봉 3개가 뚫려 있다. 시추봉은 보통 우물(well)로 불린다. 배 과장은 “시추봉에서 분출하는 석유는 압력이 매우 높아 만일 그대로 맞으면 몸이 뚫릴 정도”라고 말했다.

석유 시추는 1745년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됐다. 기계를 이용한 시추는 1884년 영국 로버트 바트가 처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해에서 사용된 해저 시추는 세계 2차대전 이후 활발해졌으며 팔 수 있는 깊이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1930년대에는 3000m가 고작이었으나 1950년대에는 6000m를 넘어섰으며 1980년대에는 1만m에 달하고 있다. 현재는 1만2000m까지 팔 수 있다.

동해1 가스전은 다른 나라의 천연가스전과 비교하면 작은 편이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석유공사 류상수 팀장은 “동해1 가스전은 사람들의 거주지 즉 시장이 가까운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이곳보다 훨씬 더 큰 유전도 시장과 멀리 떨어져 있어 개발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한다. 류 팀장은 “동해1 가스전 개발로 약 3000억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번 유전이 개발되면 주변 유전을 개발하기도 쉬워진다. 해저 우물을 판 뒤 송유관만 연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해상석유생산시설은 하나를 설치하는데 약 2700억원이 든다. 해저 송유관을 놓는 비용은 30km에 약 500억원 정도여서 지금까지는 경제성이 낮았던 주변 유전을 개발하기가 쉬워진다. 올들어 국제유가가 크게 오른 것도 ‘국산 유전’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동해1 가스전 준공식 5일 뒤인 11월 10일 민간 석유탐사업체인 지구지질정보는 “전북 군산에서 남서 방향으로 40km 지점에 국내에서 10년 동안 쓸 수 있는 11억5000t의 석유가 매장된 유전을 발견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사실이라면 아시아에서 제일 큰 유전이다. 이 회사는 러시아 지구정보분석연구소와 함께 위성을 이용해 유전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소식은 아직 신뢰성이 떨어진다. 류상수 팀장은 “석유는 해저지각 깊숙이 묻혀 있어 위성만으로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서해도 퇴적 분지로 이뤄져 있어 석유가 존재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중국도 서해에서 유전을 개발한 바 있다. 석유공사는 동해, 남해, 서해를 7광구로 나눠 또다른 유전을 찾고 있다. 적극적으로 석유 탐사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2호, 3호 유전의 꿈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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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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