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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향기 짙게 나는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아마추어 천문의 아버지 “은하수에서 가장 멋진 천체”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수많은 별들이 다소 흩어진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산개성단이다. 이중성단은 이런 산개성단이 2개가 엮여 있는 것이다. 오른쪽에 위치한, 좀더 별이 밀집된 성단이 NGC 869이고 왼쪽의 다소 성긴 성단이 NGC 884이다.


기원전 2세기 무렵,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히파르쿠스는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분류하다가 신기한 별을 발견했다. 초가을 북쪽하늘에 높이 떠있는 별이 유난히 뿌옇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이 이상한 별을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 고민하다 구름 같은 별(성운)로 따로 분류했다.

히파르쿠스의 기록은 그 후 3백년의 세월이 흘러서 지중해의 대도시 알렉산드리아로 전해졌다. 알렉산드리아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파로스 등대가 건립돼 있던 항구도시로 당시 전세계의 정보가 집중되던 곳이었다.

알렉산드리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히파르쿠스의 영향을 받아 그리스의 천문학을 집대성한 알마게스트란 책을 저술했다. 이 책에는 히파르쿠스가 언급했던 성운형 천체가 기록돼 있다. 그것은 9월 밤하늘의 주인공,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이다.

수백개의 별이 두 덩어리에
 

이중성단 찾는 방법^카시오페이아자리에서 찾아가는 방법이 더 편리하다. 그림처럼 카시오페이아자리의 3번째와 4번째 별을 연장시키면 손쉽게 이중성단에 닿을 수 있다. 이중성단은 맨눈으로도 쉽게 보이므로 찾기가 수월하다.


알마게스트에 수록된 천문학 지식은 알렉산드리아의 대도서관이 정복자들에 의해 불타 사라지는 와중에도 페르시아로 전해져 무사히 살아남았다. 서기 954년 페르시아의 천문학자인 알수피를 통해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를 거쳐 근대에까지 이어지면서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구름 같은 천체,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은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하면서 그 정체가 밝혀졌다. 그 천체들 중 일부는 별들이 모인 산개성단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때부터 페르세우스 이중성단도 성운이 아닌 성단으로 취급됐다.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페르세우스자리에 있으며, 다른 대상과는 달리 2개의 성단이 쌍으로 겹친 형태이기 때문이다.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은 초가을 북쪽하늘에서 높이 빛난다. 그 특유의 화려한 모습이 관측자들의 눈길을 끈다.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의 공식이름은 NGC 869, NGC 884. 두 성단 중 서쪽에 위치한 것이 869로 좀더 별이 밀집돼 있다. NGC는 19세기말에 작성된 성운성단은하 목록의 명칭이다. 여기엔 약 7천8백개 은하가 수록돼 있어 평생을 봐도 다 보기 어렵다.

천체사진에서 확인되는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은 12등급까지만 세어본다면 869가 4백개, 884가 3백개에 이를 만큼 별이 대단히 많다. 12등급이라면 지름이 1백mm 이상의 소형망원경으로 볼 수 있으므로, 소형망원경으로 이 성단을 본다면 적어도 5백개가 넘는 별을 셀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성단까지의 거리는 약 7천4백광년이며 우리의 눈에 보이는 각 성단의 크기는 달 크기와 같은 0.5도 가량 된다. 성단 내부에는 8등급보다 밝은 별이 10여개가 있으며 이 별들이 성단의 주축을 이룬다. 이 중 적색거성에 속하는 수개의 별은 절대등급이 매우 밝고 크기가 대단히 커서 천문학자들의 관심이 돼왔다.

공개관측 단골메뉴

이제 본격적으로 이중성단을 하늘에서 찾아보도록 하자.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인 페르세우스가 오른팔에 들고 있는 칼의 끝부분에 해당한다. 그래서 종종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은 칼에서 빛나는 광채로 표현되기도 한다.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은 페르세우스자리와 카시오페이아자리의 중간쯤인 경계 부근인, 가을철 은하수가 지나가는 영역에 위치한다.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은 페르세우스자리에 소속돼 있지만, 실제로 이를 찾을 때는 카시오페이아자리가 길잡이가 돼준다. 페르세우스자리에 비해 카시오페이아자리가 더 친숙하고 별도 더 밝기 때문이다.

카시오페이아자리는 더블유(W)자로 흔히 표현된다. W를 이루는 5개의 별 중 3번째인 감마별과 4번째 델타별 사이 거리의 2배 가량을 4번째 별 방향으로 연장하면 이중성단에 닿게 된다. 다른 대상들에 비해 이중성단은 매우 찾기 쉬운 편이어서 초보자에게도 그리 어렵지 않다.

아마추어 천문의 아버지라고도 불릴 만큼 유명한 관측가였던 웹(T. W. Webb)은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이 “우리 은하수의 가장 두드러진 영역에 위치한 가장 멋지고 돋보이는 대상”이라고 찬사했다. 이런 평가에는 대부분의 아마추어들도 동의한다.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은 소구경망원경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상으로 꼽혀왔다. 때문에 공개관측회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단골메뉴다.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을 먼저 맨눈으로 찾아보자. 카시오페이아자리와 페르세우스자리 중간에 보이는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은 맨눈으로도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뿌연 은하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어서 은하수인지 성단인지 다소 혼동되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별과 다르다는 점만은 확실히 느껴진다. 더구나 이중성단이라는 말 그대로 딱 붙은 2개의 대상이라는 것도 확인된다.

유감스럽게도 맨눈으로는 별들이 모인 성단이란 것을 확인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사진을 많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흡사 사진과 같이 별들이 모인 성단을 보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선입관의 위력은 대단하다. 어쨌든 이 성단의 모습에서 고대 그리스의 히파르쿠스가 느꼈을 의문을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시간을 뛰어넘어 그리스의 향기가 전해져오는 듯하다.

쌍안경이 있다면 절대 지나치지 말고 관측해봐야 한다. 쌍안경으로 보이는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은 대단히 화려하다. 수많은 별들이 모인 두 덩어리가 쌍안경 시야 중심에 가득 차 있다. 이 성단의 배경으로 은하수의 잔별이 수없이 널려 있어 입체감마저 느껴진다.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의 별들이 너무나 많아서 쌍안경에서는 중심부가 밀집된 구상성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형망원경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아마 망원경으로 이를 본 사람이라면 그 화려함에서 빠져 나오기 어려울 만큼 감동을 받을 것이다. 별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반짝거림은 사진과는 또다른 감동을 준다. 더구나 그 별 하나하나는 푸르스름한 신비로운 기운을 담고 있다. 배율은 저배율이 좋다. 그래야 이중성단 2개를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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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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