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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태양의 품속에 잠기다

1백22년만에 보는 금성일면 통과

 

태양면을 지나가는 금성^태양 표면에 있는 흰선이 바로 당일 금성의 이동 경로를 그린 것이다. 금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태양의 왼쪽(동쪽)에서 들어와서 오른쪽(서쪽) 아래로 사라진다. 금성이 지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6시간이다.


가끔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천문현상은 밤하늘을 즐겨보는 관측가들을 흥분시킨다. 이번 6월이 아마 그런 달이 될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1백30년만에, 세계적으로는 1백22년만에 맞이하는 희귀 천문현상 하나가 여름의 문턱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금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가는 금성일면 통과 현상이 그것이다.

2012년에 또 한번 일어나

태양계 행성 가운데 수성과 금성은 지구 안쪽에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만일 이 행성들이 지구와 동일한 평면 위에서 태양을 돌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구에서 보았을 때 수성과 금성이 수시로 태양면 앞을 지나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안타깝게도 수성의 공전면은 지구 공전면인 황도면에 대해 7˚ 기울어져 있으며 금성은 4˚ 가량 기울어져 있다. 그 결과 이 두 행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는 현상은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만일 공전면이 일치한다면 금성의 경우 지구와 금성이 가까워지는 매 회합주기마다, 즉 5백84일마다 태양과 겹쳐 보이게 될 것이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일식과 월식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된다. 일식과 월식이 한달에 한번씩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달의 공전면이 황도면에 대해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원리로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는 현상 또한 매 회합주기마다 일어나지 않는다.

올해 6월 8일 낮에 금성이 태양의 앞면을 통과하는 금성일면 통과 현상이 일어난다. 즉 태양, 금성, 지구가 일직선으로 늘어서는 것이다. 이 현상이 일어나면 태양과 금성이 겹쳐 보인다. 하지만 지구에서 볼 때 금성의 크기가 태양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달의 경우처럼 일식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 대신 태양 표면에 동그란 검은 반점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가 보는 검은 반점은 태양빛이 닿지 않는 금성의 한쪽면이다.

그렇다면 최근에 일어났던 금성일면 통과 현상은 언제였을까? 무려 지금부터 1백22년 전인 1882년 12월 6일이었다. 하지만 그날 우리나라에서는 이 현상을 볼 수 없었다. 한밤중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금성일면 통과 현상은 이보다 8년 전인 1874년 12월 9일에 있었다.

특이하게도 금성일면 통과 현상은 1백여년 간격으로 연달아서 두번씩 나타난다. 올해 6월 이후 다음 통과가 일어나는 때는 8년 후인 2012년 6월 6일이다. 이 기간에서 8년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회합주기 때문이다. 금성과 지구의 회합주기인 5백84일을 5배하면 대략 만 8년이 된다.

그 이후 일어나는 금성일면 통과는 이로부터 1백5년 후인 2117년 12월과 2125년 12월이다. 결국 이 현상은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동안 한두번 볼 수 있는 셈이다.

금성일면 통과를 관측하기 위해 좀더 자세한 사항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이번 6월의 금성일면 통과는 금성이 지구의 공전면인 황도면을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가로지르면서 일어난다. 이를 천문용어로 ‘강교점(降交點) 통과 현상’ 이라고 부른다.

해지기 30분전이 관측하기 좋아

금성일면 통과 현상은 항상 6월 아니면 12월에 일어난다. 그 이유는 금성의 공전면이 황도를 통과하는 시점이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즉 6월에 금성 공전면이 황도면을 위에서 아래로 통과하는 강교점이 있고, 12월에 황도면을 아래에서 위로 꿰뚫는 승교점(昇交點)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관측 준비를 해보자. 6월 8일 중 언제 보아야할까? 이날 금성일면 통과가 일어나는 시각은 태양이 중천에 떠 있다가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금성이 태양면에 접촉하는 시작 시각은 오후 2시 13분 33초이다. 일면통과가 한참 진행돼 가장 깊숙이 들어간 시점은 오후 5시 19분 44초이며, 금성일면 통과가 완료돼 더이상 금성이 보이지 아니하는 시점은 오후 8시 25분 54초다.

이날 태양은 오후 7시 52분에 진다. 따라서 태양이 지는 순간에도 여전히 금성은 태양면 속에 위치해 있다. 즉 금성일면 통과 현상이 진행돼 상태에서 해가 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녁 7시 무렵 일몰 직전이 아마 가장 관측하기 편리한 시점이 아닐까.

이날 금성은 지구와 가장 가까워진다. 그러므로 금성이 눈에 보이는 크기 역시 가장 크다. 이때의 금성이 눈에 보이는 시직경은 대략 1분각으로 태양의 약 1/30 크기에 해당된다. 정확히 이날 태양의 시직경은 31분 31초각이며, 금성은 58초각이다. 사람 눈의 분해능은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경우 약 1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시력이 좋을 경우 이론적으로 금성일면 통과 현상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태양을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필터를 준비한다. 태양필터로 많이 쓰이는 것은 진한 색유리 종류로써 짙은 선글라스나 셀로판지, 아크릴지 등이면 충분하다. 이 필터들은 햇빛을 감소시키는데 사용된다.

태양이 하늘 높이 떠 있는 경우 태양을 곧바로 쳐다보는 것은 눈에 대단히 좋지 않으므로 절대 바로 쳐다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반드시 태양필터로 가린 상태로 태양을 봐야 한다.

진한 선글라스를 끼고 태양을 보았을 때 태양 표면에 검은 반점 하나가 보인다면 그것이 바로 금성이다. 한시간쯤 후에 다시 쳐다본다면 그 반점은 분명 이동해있을 것이다.

다행히 이날은 태양이 질 때까지 금성일면 통과 현상이 계속된다. 따라서 좀더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저녁 무렵이다. 평소에도 우리는 지는 태양을 손쉽게 쳐다볼 수 있다. 태양이 지평선에 너무 붙어 있을 경우엔 대기 문제로 뚜렷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을 때는 눈으로 보기에도 그리 밝지 않고 또 태양도 크게 보이는 느낌이 들어 금성일면 통과를 관측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이날 해지기 약 30분 전에 반드시 태양을 쳐다보자. 물론 별도의 장비가 없어도 된다. 검은 점이 하나 보이는가? 보인다면 그것이 바로 금성이다. 여러분들은 1백22년만의 희귀한 장면을 본 것이다.

천체망원경이나 쌍안경이 있다면 좀더 분명히 볼 수 있다. 관측 방법은 일반적인 태양 관측 방법과 큰 차이가 없다. 태양필터로 망원경의 앞쪽을 가린 다음 태양을 관측하면 된다. 그냥 태양을 보면 눈을 다치므로 조심해야 한다. 태양 표면에 약간의 흑점들이 보이겠지만, 이것들에 비해 금성은 유달리 더 검고 클 것이다.

한편 금성이 태양의 경계면을 통과하는 데는 약 20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태양의 가장자리에서는 뚜렷이 관측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태양 가장자리가 금성에 가려져 파여진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번 도전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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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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