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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건축 에너지 완전자립에 도전한다

제로에너지 추구하는 각국 실험 주택

최근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를 지켜보면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화석 연료에 의한 지구온난화현상은 자원고갈과 함께 오래전부터 예견된 문제였다.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 문제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까닭은 현재와 같은 자원개발 방법과 소비형태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계속되는 채벌과 토양의 퇴화, 수질오염, 대기오염이 가져온 환경의 변화는 지금의 방식을 버리고 더 새로운 환경보호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무분별한 개발로 상징되는 건축과 건설 분야에서 이런 새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상상이 현실로
 

태양광과 바람, 지열만을 이용해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기술이 건축에 적용되고 있다. 사진은 태양광 발전을 위한 태양전지판.


미래 건축이 가져올 많은 변화 가운데 주목되는 부분은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도입될 새로운 에너지기술이다. 건축의 미래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태양건축과 녹색건축, 생태건축, 지속가능건축은 ‘지속가능한 발전’ 이란 하나의 줄기에서 갈라져 나왔다. 이 새로운 건축술은 현재 지구가 당면한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중 하나인 것이다. 그와 동시에 화석에너지 자원의 남용을 억제하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그 중 태양에너지를 비롯한 각종 자연에너지나 대체에너지를 적극 이용해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태양건축’(Solar Architecture)은 가장 오래된 개념이다. 물론 오랜 연구와 개선을 거치면서 기술적 완성도도 매우 높아 해외에서는 이미 정착단계에 올라서 있다.

사실 태양열집열기처럼 적극적인 에너지 시스템이 적용된 건축이 등장한 것은 에너지파동이 일어났던 1973년이었다. 1차 에너지파동에 휘청거렸던 나라들은 화석자원의 문제점을 깨닫고 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방안들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완전자립형 건물까지 나왔다. 에너지 자립형 건물 또는 제로에너지 건물, 독립 자생형 건물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 모델은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힘만을 이용해 냉난방에너지와 전기를 자체 해결하는 집짓기 방식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건물은 오직 상상속에서나 존재할 뿐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1992년 독일 프라운호퍼 국립태양에너지연구소는 최초의 완전한 에너지 자립형 주택을 짓는데 성공했다. 당시 독일의 다른 일반주택의 경우 1년 난방에 바닥 단위면적당 2백50kWh/㎡를 소비했던 것에 비해 자립형태양주택(SSSH)으로 불린 연구용 건물은 12-15kWh/㎡까지 연료소비량을 낮췄다.

어떻게 이렇게 획기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었을까. 그 배경은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절약의 개념을 철저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건물을 짓기 전에 위치와 방위, 주변에 심을 나무의 종류를 신중하게 결정했기 때문에 태양과 바람을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열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건물 모양과 방 위치를 결정하고 단열장치를 설치한 것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한 방법이었다.

연료소모 20분의 1로 줄여
 

SSSH의 슈퍼단열벽 구조는 일반주택보다 5-6배 두껍다.


열손실을 줄이는 보온 절약의 개념에서 좀더 적극적인 에너지 활용 기술이 적용됐다. 건물 남쪽 벽에 낮동안 쏟아진 태양열을 저장했다가 밤에 난방에 사용하는 방식이 그 예다. 태양열집열기와 축열조, 펌프로 구성된 전통적 방식도 함께 적용된다.

한편 창틈이나 문틈은 바깥의 찬바람이 실내로 침입하는 주요 경로다. 보통 이를 막기 위해 사용된 밀폐 기술은 신선한 공기의 유입마저 막아 팬을 이용해 실내 공기를 강제 순환시켜 줘야 한다. 이때 건물밖으로 배출된 오염공기에서 추출한 열을 이용해 실내로 들어가는 찬 공기를 덥히는 기술이 사용된다. 아울러 건물 안에서 사용되는 가전제품과 조명장치는 절전형 제품이 대부분을 이룬다.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SSSH는 외부에서 전기나 화석연료를 전혀 공급받지 않는다. 집안 곳곳에 설치된 기발한 아이디어가 거주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자급하게 했다.

실험용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 거주하는 대표적인 곳으로 난방온수를 1백% 자립한 스위스 바덴스빌 볼러단지가 있다. 5개동으로 구성된 이 단지에서 각 건물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우 2개 세대로 나뉘며 각각 지하실을 갖춘 지상 2층 구조다.

이 건물 역시 열손실을 막기 위해 바깥벽을 2백-3백mm 정도로 두껍게 보강했다. 우리나라 일반주택 외벽의 단열두께가 50mm인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기존 주택의 2중유리보다 단열성이 2-3배 뛰어난 슈퍼윈도라는 창을 사용하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창은 단열성을 높이기 위해 복사열을 차단하는 필름을 코팅하거나 유리 사이에 가스를 충전해 넣었다. 또 건물은 온실처럼 남측 벽에서 얻은 열을 실내 난방에 적극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이와 함께 밀폐된 실내공기를 순환시켜 주기 위한 강제환기 시스템과 버려지는 폐열을 다시 회수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태양열집열기를 지붕에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건물 벽면에 넣어 집열면적을 넓혔다는데 있다. 이런 방식은 여름철 태양열 주택에서 종종 발생하는 과열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해 준다. 또 벽속에 설치된 대형 축열조는 열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저장된 열이 다시 공간난방에 사용되도록 설계됐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주택에 적용된 저온 바닥복사 난방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은 주의깊게 볼 대목이다. 공기를 직접 덥히지 않고 바닥이나 벽에 열을 공급해 간접적으로 실내온도를 올리는 이 방식은 쾌적도가 가장 좋은 최고급 난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도 바닥복사난방을 선호하는 층이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저온 난방은 특히 태양열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기 때문에 공기 쾌적도와 에너지 절감측면에서 이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자립형 주택에 대한 실제 거주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입주 시작 후 3년뒤 방문조사한 결과 거주자 대다수가 쾌적도와 에너지 효율성에 대해 매우 후한 점수를 줬다. 이상기후일 때를 제외하면 무리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설계 초기 약 15% 추가비만 내면 이처럼 모범적인 주거단지를 만들 수 있다. 이 점은 앞으로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의 성공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독일과 스위스, 다른 나라의 사례처럼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완벽한 자립형제로에너지 주택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독일 에머탈 오르베르크 태양에너지 시범주거단지. 독일에서는 제로에너지 연구를 위해 일반주택, 사무용 건물, 학교, 공장 등 총 30여개동의 표준건물이 건립됐다.


설계초기 첫단추 잘꿰야

그렇다면 에너지 완전자립을 추구한다는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 건축 기술의 핵심은 무엇일까. 또 기존의 태양열 건축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의외로 해답은 매우 간단하다. 단지 몇가지 에너지 절약기술을 짜깁기 해놓는 것은 온전한 의미의 태양건축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낡은 벽과 창틈으로 열이 새어 나가는 낡은 집에 난방비를 줄이려고 태양열시스템을 설치한 경우가 바로 그런 사례다. 곳곳에서 열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집열판을 설치하더라도 에너지 절약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이다. 이 경우 주택의 단열을 보강하는 등 열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과거에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보일러나 에어컨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설비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공기에 따른 실내외 환경 조절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 같은 기술을 짜임새 있게 적용한다면 순수 설계 기법만으로도 얼마든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태양건축의 기본 개념이다.

그런 뒤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광발전이나 연료전지 등 대체 에너지원에서 얻겠다는 것이다. 이런 설계 방법을 적용할 경우 기존 주택보다 무려 50-80%까지 에너지를 절감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까지 입증돼 있다.

한국형 솔라하우스도 기지개

2002년말 한국도 본격적인 제로에너지 하우스 연구에 돌입했다. 최초의 한국형 제로에너지 주택의 원형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지은 ‘ZeSH’ 다. 건평 40평 규모의 이 연구용 주택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통합적 설계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제로에너지 개념이 적용됐다. 앞으로 10년뒤 경제성 있는 완전자립형 제로에너지 주택을 개발한다는 계획 아래 현재 70%이상 에너지 자립도를 보이고 있다.

1단계 목표로 설정한 에너지 자립능력을 만족시키기 위해 슈퍼단열과 슈퍼윈도, 태양열시스템을 갖췄다. 또 대형 태양열시스템과 지열을 이용하는 열펌프 시스템으로 상당량의 에너지를 자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난방과 온수, 냉방 에너지만을 자립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1백% 완전 에너지 자립주택이 되려면 전기에너지와 기타 에너지까지 해결되야 하기 때문이다. 또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며칠간 계속되는 등 자연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보완 기술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주목할 점은 계획 초기부터 연구소와 대학, 건축사무소가 밀접히 협력했다는 사실이다. 각각의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를 함께 해결했다. 특히 단계마다 정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공동작업을 통해 건축기술과 에너지기술이 조화를 이룬 최적의 설계안을 끌어냈다. 또 지어질 건물 모델과 에너지 절약 기술을 토대로 에너지 자립도도 예측해냈다. 지금까지 서로 알력관계에 있던 건축가와 에너지 전문가가 조화를 이뤄 만든 합작품인 셈이다. 이는 21세기 건축이 지향해야 할 큰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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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윤종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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