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과학계 최고 발견으로 암흑에너지가 선정됐다. 12월 19일자 사이언스는 지난해 10대 발견을 선정했다. 여기에서 암흑에너지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암흑에너지는 1990년 후반에 등장한 우주론의 최대 수수께끼다. 1998년 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관측결과가 나왔다. 이 사실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에 따라 팽창속도가 점점 줄고 있다고 여겨왔던 과학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중력과는 반대의 힘인 척력이 존재해야 하고, 그 에너지의 원천으로 ‘암흑에너지’가 등장했다. 그러나 암흑에너지의 존재는 그동안 입증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미항공우주국(NASA)은 암흑에너지 존재를 뒷받침해주는 우주 초기모습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나사의 우주배경복사탐사선(WMAP)이 12개월 간 빅뱅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한 것이었다.
WMAP가 담은 초기우주는 빅뱅이 일어난 지 38만년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우주가 80세라면 이때는 태어난 날과 같다. 이 자료는 이전보다 훨씬 정확하게 우주 정보를 알려줬다. 이에 따르면 우주는 눈에 보이는 물질이 고작 4%이며, 그 외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물질인 암흑물질(암흑에너지와 달리 중력을 갖는다)이 23%, 그리고 암흑에너지가 73%로 구성돼 있다.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또다른 관측결과도 있었다. 10월 우주지도 작성을 위한 국제연구 프로젝트인 슬론디지털스카이서베이(SDSS)는 25만개 은하 분포의 분석을 통해 암흑에너지가 존재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사이언스 편집장인 도날드 케네디는 “우리는 새로운 발견을 이끈 과학에 중점을 뒀다”면서 “이 발견은 우리 인간의 편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적수준을 확장해주는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 반대결과도 나와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12월 12일 유럽우주기구(EAS)는 암흑에너지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결과를 발표했다. ESA는 8개의 은하단이 내뿜는 X선의 에너지와 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주에는 물질이 밀도가 매우 높아 암흑에너지가 있을 공간이 없다.
암흑에너지에 이어 과학계 2위 뉴스는 정신질환의 원인 유전자 규명이 차지했다. 정신분열증,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은 가족내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유전적 관련성이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과학자들은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정신분열증, 우울증과 같은 유전적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
3위는 지구온난화 연구에 돌아갔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얼음이 녹고, 가뭄이 닥쳐오며, 식물의 생산성이 증대되고, 식물과 동물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고했다.
이외에는 길이가 짧은 RNA의 세포 내 역할, 세포 내 개별 단백질 연구법, 우주의 감마선 폭발, 쥐의 배아줄기로 정자와 난자 세포의 발생, 빛의 굴절이 보통 물질과 달리 거꾸로 이뤄지는 첨단물질, 인간의 Y염색체 유전자 해독, 그리고 새로운 암치료 요법이 10대 발견에 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