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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호 참사의 미스터리

사고 원인으로 왼쪽 날개 손상 유력

민족의 명절 설날이었던 지난 2월 1일 미국 텍사스 상공에서는 비극적인 참사가 벌어졌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16일 간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던 도중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이 부서졌던 것이다. 선장 리크 허즈번드를 비롯한 승무원 7명은 전원 사망했다.

컬럼비아호는 NASA가 최초로 개발한 우주왕복선으로 지난 1981년 4월 12일 첫 우주비행에 나섰다. 이후 만들어진 챌린저호(1982년), 디스커버리호(1983년), 애틀란티스호(1985년), 엔데버호(1991년)와 함께 번갈아 우주비행을 해왔다. 이번 비행은 컬럼비아호의 22번째 우주비행이었다. 컬럼비아라는 이름은 1792년 미국 선박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배에서 딴 것이다.

이번 컬럼비호 참사는 지난 1986년 1월 28일 발사 후 73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한 챌린저호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번 폭발사고는 이륙 도중 사고를 당했던 챌린저호와는 달리 귀환 도중 일어났다.

테러 가능성이 배제된 이유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가 일어나자 가장 큰 관심은 사고의 원인에 모아졌다. 과연 이번 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이라크전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여러가지 이유로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다. 지상통제센터와 마지막으로 교신할 당시 컬럼비아호는 65km 상공에서 음속의 18배인 시속 2만km로 비행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 비행체를 격추할 미사일은 지구상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컬럼비아호는 알려진 지대공 미사일의 사정거리 밖에 있었다. 또한 러시아 우주항공국의 전문가들도 컬럼비아호 폭발 당시 흩어진 잔해의 비행 궤적을 통해 테러가 아닌 자연적인 분해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비행체가 테러에 의해 폭발할 경우 잔해가 사방으로 날아가는데, 컬럼비아호의 잔해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추락하던 때와 비슷한 비행 궤적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컬럼비아호가 이륙할 당시에 우주왕복선에서 나온 파편에 의한 것이다. 컬럼비아호는 승무원이 타는, 비행기처럼 생긴 궤도선, 외부연료탱크, 고체연료로켓부스터로 구성되는데, 지난 1월 16일 이륙했을 때 외부연료탱크에서 떨어져나온 단열수지 덩어리가 궤도선의 왼쪽 날개를 때렸다. 당시 NASA 관계자들은 왼쪽 날개에 생긴 충격을 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왼쪽 날개의 충격은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대기권을 돌파할 때 문제가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컬럼비아호와 교신한 내용을 보면 왼쪽 날개와 왼쪽 바퀴 근처에서 온도가 치솟았음을 알 수 있다. 교신이 끊기기 7분 전 왼쪽 날개의 바닥 뒤부분에 있는 온도감지기가 고장났고, 곧이어 왼쪽 바퀴의 타이어에 문제가 생긴 후 압력계기가 고장을 일으켰다. 교신이 끊기기 바로 전에는 적어도 네개의 센서(두개는 동체에 있는 것)에서 컬럼비아호의 과열 징후를 감지했다.

우주왕복선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

우주왕복선은 우주로 향할 때보다 지구로 돌아올 때 더 위험하다. 지구로 귀환할 때는 지구의 중력에 의해 우주왕복선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때 공기와의 마찰에 의해 열이 높아진다. 우주왕복선(궤도선)의 경우 노즈콘(원추형 맨앞부분)이 1천4백℃, 날개와 몸체는 1천1백℃까지 올라간다. 주로 우주왕복선을 구성하는 물질인 알루미늄 합금은 온도가 1백50℃ 이상 올라가면 강도가 떨어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내열타일을 표면에 붙인다. 우주선 하부에 위치한 특수 세라믹 내열타일은 1천6백50℃의 열을 지탱해준다.

그런데 이륙 당시에 발생했던 왼쪽 날개의 충격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때의 고열을 견디게 해주는 내열타일에 손상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열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컬럼비아호는 열을 흡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고, 왼쪽 날개 부분에 열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결국 폭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채연석 원장은 “우주왕복선 개발과정에서 내열타일이 가장 취약한 분야”라고 설명한다. 컬럼비아호를 제작하는데 드는 전체시간의 45%가 내열타일을 만드는데 들어갔다. 그래서 컬럼비아호 이후에 제작된 우주왕복선에서는 내열타일의 크기를 키우고 개수를 줄이는 개량을 단행했다. 내열타일에 들어가는 공정을 줄이면서 열 충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컬럼비아호의 내열타일이 문제였고, 이를 미리 알았다면 대처할 수 있었을까. 컬럼비아호는 이에 대한 대처작업조차 거의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과학임무만을 수행하기 위해 우주로 갔기 때문에 우주왕복선 수리에 필수적인 로봇팔을 갖고 가지 않았다. 또한 컬럼비아호의 경우에는 구조 자체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수단을 강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원인 알았어도 막기 힘들었을 것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직후의 지상통제센터. 화면에 우주왕 복선의 비행 궤적이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우주왕복선의 노화도 크게 한몫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컬럼비아호는 20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면서 크고 작은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켰다. 곳곳에 흠이 나고 외장이 녹슨 것은 기본이고, 이륙 후 많은 연료가 새나와 궤도에서 균형을 잃은 적도 있으며 엔진을 통제하는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 비상 백업시스템이 작동한 적도 있다. 컬럼비아호는 처음 제작된 이후 탄소 브레이크, 조종장치, 내열시스템 등을 비롯해 무려 50차례나 개조돼 왔다. 마지막 개조작업은 1999년 9월에 시작됐는데, 17개월 동안 9천만달러의 예산이 들어가며 대대적인 보수가 이뤄졌다.

이번 폭발사고가 발생한 직후 CNN의 보도에 따르면 NASA는 컬럼비아호를 지난 2001년 한때 퇴역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컬럼비아호가 20년이 지나며 노화돼 그동안 적지 않은 기술적 결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예정돼 있던 몇가지 과학임무 때문에 컬럼비아호의 비행은 계속 강행됐다.

한편에서는 컬럼비아호의 폭발사고 원인에 대해 다른 요인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컬럼비아호가 우주에 떠도는 유성체(암석 덩어리)나 우주쓰레기에 충돌했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주장에서부터 우주왕복선의 쓰레기 배출구에서 나온 얼음덩어리가 날개에 손상을 입혔다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1984년 디스커버리호에서는 농구공만한 얼음덩어리가 발견돼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 로봇팔로 이 덩어리를 치우기도 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아니면 원인 규명 자체가 불가능해 사고 원인에 대한 개략적인 시나리오를 제기하는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 현재 컬럼비아호의 잔해가 속속 발견되고 있지만, 지상에 추락한 파편들은 손상 정도가 극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주왕복선에는 보통 항공기에처럼 사고 상황을 이야기해줄 블랙박스가 없다.

국제우주정거장 승무원의 미래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여러분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글이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컬럼비아호 폭발사고의 여파는 어디까지 미칠까. 당분간 우주왕복선의 발사는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6년 1월 챌린저호 폭발사고 후에도 원인을 밝혀내고 새로운 우주비행을 준비하기까지 무려 32개월 동안 모든 우주왕복선 비행이 중단됐다. 물론 17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현재 고도 3백20여km 상공에는 국제우주정거장이 떠있고, 그곳에는 미국 우주비행사 2명과 러시아 우주비행사 1명이 거주하고 있다. 우주왕복선 비행 중단으로 3월로 계획된 우주정거장 승무원 교체도 힘들게 됐다. 우주정거장에는 러시아의 지구귀환용 우주선 소유즈가 있지만, 소유즈 우주선은 승무원을 지구로 귀환시키는 용도일 뿐이다.

현재의 승무원들이 모두 떠난다면, 새 승무원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우주정거장은 텅빈 채 남아있게 될 것이다. 컬럼비아호의 사고로 국제우주정거장의 운영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한편에서는 예산상의 이유로 지지부진하던 차세대 우주왕복선 계획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의 우주왕복선이 대형사고를 두번씩이나 일으키는 사고뭉치로 전락한 이상 이를 대신할 차세대 우주왕복선을 만들 계획을 더이상 미루기 힘들게 됐다. 항상 삭감의 도마 위에 올랐던 미국의 우주개발 예산도 어느 정도는 늘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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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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