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멋진 보석들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또 접근하기도 쉬운 대상이 하나 있다. 바로 겨울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오리온대성운이다. 추운 겨울밤하늘 높이 떠있는 오리온대성운을 찾아보자.
사다리꼴 모양 별무리 숨어있어
오리온대성운은 밤하늘의 보석들 중 성운에 속한다. 성운이란 무엇일까. 성운은 영어로 네뷸라(nebula)라고 불린다. 안개, 구름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오래 전부터 성운은 밤하늘에서 각각의 별들로 분해되지 않는, 구름 같은 대상을 뜻했다. 때로는 진짜 성운뿐만 아니라 당시로서는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은하 같은 대상도 성운으로 분류되곤 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안드로메다은하 같은 대상을 안드로메다성운이라고 부르는 관습이 남아있다. 현재 성운은 성간가스와 성간먼지가 어우러진 성간구름을 가리킨다.
오리온대성운은 밤하늘의 여러 성운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성운이다. 이 성운은 매우 밝아서 오래 전부터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성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과거에는 단지 하나의 별로 여겨져 다른 별과 동일하게 취급받았다. 오리온대성운도 독일의 요한 바이에르에 의해 오리온자리 세타(θ)별로 분류됐다.
최초로 오리온대성운이 별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사람은 프랑스의 니콜라스 파이레스크였다. 갈릴레이의 친구였던 그는 갈릴레이가 만든 망원경으로 1610년 경 오리온대성운을 관측하고 보통 별과 다르다고 기록했다.
이후 많은 천문학자들이 오리온대성운에 관심을 가졌다. 1656년 네덜란드의 호이겐스는 처음으로 오리온대성운의 세부 모습을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고 묘사했다. 그의 기록에는 오리온대성운의 중앙에 세타별이 위치하고 세타별은 세개의 다른 별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오리온자리의 세타별은 트라페지움이라고도 불린다. 사실 트라페지움은 모두 네개의 별이 사다리꼴 모양으로 모여있는 별무리다(트라페지움의 뜻도 사다리꼴이다). 트라페지움이 네개의 별이란 사실은 1673년 프랑스의 피카르드가 처음으로 밝혀냈다.
또한 오리온대성운을 잘 보면 두개의 성운으로 나눠지는데, 이를 구분해 분류한 사람은 성운과 성단의 목록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천문학자 메시에다. 그는 두 성운에 M42, M43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리온의 허리띠 아래 위치
겨울 밤하늘을 대표하는 별자리가 바로 오리온자리이다. 그만큼 오리온자리는 유명하며, 또 우리에게 친숙하다. 오리온자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1월의 밤하늘에서는 밤 11시 경 남쪽하늘 정중앙에 높이 떠오른다.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별들은 중앙에 일렬로 나란히 위치한 세개의 2등성이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사냥꾼 오리온의 허리띠에 박힌 세개의 보석처럼 빛난다. 세 별은 동양에서는 28수 중 삼(參)수의 일부에 해당한다. 또 흔히 삼태성(三太星)이라고 알려져 있다. 삼태성은 다시 밝은 별들로 이뤄진 커다란 사각형에 둘러싸여 있다. 이것이 바로 사냥꾼 오리온의 몸통에 해당하는 오리온자리의 뼈대다. 오리온자리의 뼈대에는 베텔게우스와 리겔이라는 1등성이 두개나 포함돼 있다. 이처럼 1등성이 두개나 포함된 별자리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별자리 중에서 오리온자리가 유일하다.
오리온대성운은 오리온자리의 삼태성 바로 아래에 위치한다. 옆으로 나란한 삼태성 바로 아래를 보면 다시 세 별이 수직으로 늘어서 있는데, 흔히 이들은 소삼태성(小三太星)이라 불린다. 이 소삼태성의 세 별 중 중앙별이 바로 세타별이다. 오리온대성운은 이 세타별을 둘러싸고 있는 성간가스와 성간먼지로 구성돼 있다.
암흑성운이 둘로 분리시켜
오리온대성운의 중심에 있는 오리온자리 세타별은 3등성으로 밝은 별이다. 그러므로 맨눈으로도 쉽게 이 별을 찾을 수 있다. 세타별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별이 다른 별과 약간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즉 다른 별과는 달리 부풀어올라 약간 크기가 커 보인다. 천체망원경이 없더라도 오리온대성운의 위치를 확인하고 보통 별과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살펴보는 일도 흥미롭다.
쌍안경으로 본다면 오리온대성운의 모습을 좀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쌍안경으로는 다른 별과 달리 별 주위가 흐릿한 무엇인가에 둘러싸여 빛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성운의 크기가 상당히 크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다. 성운의 모습을 정확히 그려내기란 어렵지만 큰 쌍안경이라면 사진에서 보던 모습을 유추해내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천체망원경에 드러나는 오리온대성운의 모습은 대단히 화려하고 복잡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리온대성운을 날아가는 새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정말 잘 보면 새가 좌우로 날개를 펼친 모습이다. 소형망원경에서는 커다란 가스 덩어리와 그 내부에서 빛나는 수개의 별들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성운의 중앙에 위치한 트라페지움을 관측할 수 있다. 트라페지움에는 네개의 별이 매우 가까이 붙어있다.
오리온대성운의 북쪽에는 성운 본체와 다소 떨어져 있는 또하나의 성운이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M43이다. M43은 오리온대성운의 본체인 M42와 원래 하나로 이어져 있다. 하지만 중간의 암흑성운에 가려 마치 분리된 다른 성운처럼 보인다.
오리온대성운은 성운들 중에서 가장 밝다. 대부분의 성운이 흐리고 어두운 것과는 달리 매우 뚜렷하게 보인다. 그러므로 오리온대성운은 초보자들이 성운을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대상이다. 맑은 겨울밤 오리온대성운을 바라보며 성운의 참맛을 느끼다보면 추위는 잠시 잊혀지지 않을까.
이달의 밤하늘에 어떤 일이?
1월 4일 용자리에서 별똥별 쏟아진다
1년 중 볼만한 유성우에는 대표적으로 셋이 있다. 이를 3대 유성우라고 한다. 3대 유성우에는 용자리 유성우,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속한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다. 하지만 이 유성우의 유명세는 단지 별을 보기 용이한 한여름에 펼쳐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특이하고 흥미로운 유성우는 바로 용자리 유성우다.
용자리 유성우는 과거 사분의자리 유성우로 불렸다. 이 유성우의 복사점(하늘에서 유성우가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이 위치한 지역에 사분의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분의자리가 없어지고 이 영역은 용자리에 포함됐다.
용자리 유성우는 한해가 시작되는 1월 4일 경에 가장 많이 떨어진다. 용자리 유성우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에 따라 떨어지는 개수가 크게 변화한다는 점이다. 즉 다른 유성우에 비해 떨어지는 시간대가 짧고 또 순식간에 집중적으로 떨어진다. 유성의 밝기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와 비슷할 정도로 상당히 밝은 편이다. 유성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시간대에는 무려 시간당 1백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일반 유성우 중에서 가장 많다.
올해의 경우 용자리 유성우가 가장 많이 떨어지는 때는 1월 4일 낮 12시 경이다. 언뜻 생각하면 조건이 매우 좋지 않다고 생각되겠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1월 4일 새벽은 극대시각에 불과 6시간 전이다. 극대시각 이후보다 이전에 더 활발한 이 유성우의 특징을 생각한다면 4일 새벽은 조건이 대단히 좋은 셈이다. 더구나 이 날 새벽에는 전혀 달을 볼 수 없어 유성우를 감상하기에는 최고의 조건이다. 1월 4일 새벽 4시 경이 지나면 용자리 유성우의 복사점은 북동쪽하늘에 상당히 높이 떠오른다. 그러므로 새벽 4시 경부터 동이 터오기 시작하는 6시 경까지가 최고의 관측 시간대다.
한겨울 추위에 떨면서 하늘을 가르는 유성을 보는 느낌은 색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사진처럼 붉게 보일까
천체망원경으로 성운을 겨누기 직전에 초보자들은 항상 사진에서 보던 붉고 푸른 형형색색의 화려함으로 무장한 멋진 모습을 기대한다. 그런데 망원경으로 성운을 관측하는 순간 밀려오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진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 중의 하나는 성운을 보면 사진처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망원경으로 보는 오리온대성운도 사진처럼 붉게 보이지 않는다. 성운이 붉게 보이는 이유는 성운을 이루는 성간가스 가운데 수소가스에서 나오는 붉은빛 때문이다. 하지만 성운이 전체적으로 어두울 뿐만 아니라 색깔을 구별하는 눈의 원추세포가 어두운 밤에는 둔해지기 때문에 사람의 눈은 성운의 색깔을 인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성운은 사진처럼 붉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사진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성운의 빛을 받기 때문에 붉은색이 드러난다.
그럼 오리온대성운은 어떻게 보일까. 다만 희뿌연 구름 같은 모습으로 빛난다.